취업이 되었다.
작년 6월 30일, 어이없게도,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사회복지학 공부에 도전을 하고, 디지털 관련 공부를 시작했지만, 내가 그렇게 빨리 일을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불시에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다른 건 몰라도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컸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고 있고, 적지 않은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는 있으니, 내가 돈을 벌지 않는다고 굶어 죽게 생긴 건 아니었으나, 2년이나 남은 차 할부금, 매달 얼마씩 노후를 위해 투자하던 적립식 주식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식투자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차 할부금은 매달 나가야 하는 금액이니, 내 월급의 멈춤은 가계의 부담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 또한 60세까지는 일 할 거라 생각하며 계획한 경제적인 미래 설계가 흔들렸다. 노후가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계속 돈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돈 걱정. 물론 한편으로는 미니멀라이프를 외치고, 절약을 되뇌었다. 그러나 나는 남편과 2주에 한 번은 여행을 다니고 싶고, 가끔은 맛난 것도 먹고,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싶으면 주저 없이 구매하고 싶다. 뭔가를 하고 싶을 때, 망설이는 삶을 사는 것이 싫었다. 엄마를 만나면 점심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싶다. 엄마 앞에서 돈 계산을 해야 하는 내 현실이 너무 싫었다.
내가 하는 행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나는 내 안에서 우러나는, 나의 진심이 담긴 행동만 한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하는 루틴도 그렇고, 매일 하고 있는 공부도 그렇고, 사람들을 만나 내가 하는 행위와 말이 그렇다. 난 가식이 싫고, 부자연스러운 상황도 싫다. 나의 온전한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맘이 편하고, 뒤탈도 없다.
나의 루틴과 더불어 늘 내려놓지 않는 나의 공부. 일을 그만두었지만 나는 나에게 계속 투자를 했다. 비용과 시간, 노력까지 모두 짜내어 공부를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몇 년 후에 나를 어느 멋진 곳으로 데려다 줄거라 믿으며 나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다. 그러다 514 챌린지를 함께 하고 있는 김미경쌤이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돈이 안 벌릴 때는 꿈을 벌어라.' 그렇다. 나는 이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작년 6월 30일 일을 그만둔 후, 나는 나의 꿈을 버느라 정말 바빴다.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 나에게 암환자니까 쉬어도 된다고 했다. 과연 그랬을까? 과연 나는 암환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집에서 쉬었을까? 암환자라는 변명을 달고 살았을까? 절대, Never. 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을 내려놓지 않았다. 꿈을 향해 계속 도전했고, 열정을 쏟아부었다. 사회복지 공부에, 영어에, 디지털 공부에, 취미생활에까지도. 직장인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며, 매일 공부하며, 나는 꿈을 꾸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아니 어쩌면 어느 한 가지가 나를 미래의 어는 멋진 곳으로 데려다 줄거라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꿈을 벌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생이 미래의 성공일 거라는 믿음으로.
이런 믿음, 확신, 도전,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결국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이 성공은 아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면접이라는 도전에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예전의 나'라면 면접을 보는 것도 두렵고, 떨어지면 어쩌나 초조했을 것이다. 만약 합격이 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또 어쩌나 하며 별 걱정까지 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면접 그 자체도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고, 떨어뜨리려면 떨어뜨리라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 또한 앞으로 겪어내야 할 과정이 겁이 날만도 한데, 나는 재미있는 도전으로 느껴지고, 내 안에서 엔도르핀이 솟는 느낌이었다. 뭐가 두려운가. 그냥 하면 되지. 학교 수업도, 기관 수업도, 하다못해 가정방문수업까지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아니, 내가 몇 살인가! 반백년을 넘게 살았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들, 내가 공부한 것들은 결코 하찮은 것들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투자를 했다. 공부, 자신감, 믿음, 말빨, 분위기 등으로 장착한 멋진 여성 아닌가! 학교 선생님들, 기관의 여러 부서 사람들, 학부모... 모두 상대할 자신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꿈만 벌은 게 아니었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벌었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벌었다.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 돈은 당연히 벌 것이다.
가족들은 걱정을 한다. 체력, 운전까지 해야 한다니 운전, 식사, 대변 관리 등등. 나도 안다. 그러나 나의 긍정 모드는 여기서도 작동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식사나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중간중간 차 안에서 먹을 수 있으니 그것도 다행이고, 짬날 때마다 차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면 휴식의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그것도 잘된 것이고(나는 잠깐만 쉬면 다행스럽게도 몸이 회복된다), 대변은 다니다 보면 어느 곳에 화장실이 있는지 알게 될 테니, 서서히 적응이 될 거라 믿는다.
체력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집에서 쉰다고 내가 집에 가만히 있었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무언가를 배우러 다녔고, 누군가를 만나러 다녔다. 이렇게 보낸 시간들, 노력을 온전히 일에 투자하면 된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 열심히 했으니, 이제 이런 것들은 내려놓고, 그 모든 에너지를 일에 몰입하면 된다.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차를 구입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도 이러하다.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차부터 구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 된다. 내 사업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자. 가게를 오픈한다고 말이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할까? 최소 몇천만 원에서 억 단위가 되지 않을까? 나는 5,6백만 원을 생각한다. 그 정도의 투자는 해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 열심히 꿈을 벌었던 나, 꿈 부자인 내가 또 도전을 한다. 차 한 대 사서, 붕붕카를 타고 다니며 나의 꿈을 펼치려 한다. 멋지지 않은가! 이 일이 나를 어디고 데리고 갈까?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일이 나를 더 멋진 곳으로 데리고 갈까? 그저 신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