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늘 평탄하지 않은가 보다. 항상 x, y축을 사선으로 거슬러 완만하게 오르는 모양을 만들지 않는다. 어떤 사건으로, 어떤 상황으로 무난히 오름세를 보이며 이어가던 그 선이 어느 순간 뚝 떨어진다. 어떤 때는 크게 뚝, 어떤 때는 자잘하게 뚝.
난 취직이 다 된듯 착각했다. 그쪽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으면 다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쪽 구역의 담당자라는 사람의 말을 들은 후, 나는 마치 면접에서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떨구어낼 판이라나? 그 사람의 말투, 사용한 언어는 정말 적절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취업지원자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그 사람이 많은 지원자로 인해 바빠진 상황이 불쾌할 수 있다고 백번 생각해도 해서는 안될 말임은 맞다. 그러나 그런저런 모든 것을 다 제치고, 난 기운이 빠져버렸다. 지원자가 많고, 다 취업되는 게 아니라고 하니, 교육만 받으면 다 취업이 되는 줄 알고 있는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난 요즘 항상 양가감정을 느낀다.
취업을 할까? 하지말까?
암환자인 내가, 체력도 약한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지금처럼 쉬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 배우자는 생각으로 기울기도 한다. 이렇듯, 담당자의 말을 들으며 취직이 될 확률 50%, 되지 않을 확률 50%라는 생각에 또 양가감정을 느낀다.
취직이 돼도 좋고, 안돼도 좋고.... (역으로 취직이 되면 이게 안 좋고, 안되면 저게 안 좋고....)
취직이 되면, 돈을 벌게 되어 좋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게 될 수 있다. 사회복지전공, 캘리그라피 수업 등. 취직이 되지 않으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다 마무리 짓고, 가장 어려운 문제인 사회복지 실습을 마무리 짓고 그다음에 천천히 일을 알아보면 된다.
다만, 내가 지금 이 일을 정말 하고 싶다는 것인데, 어쩌면 이 일도 해 보지 않았기에, 나에겐 환상인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로망, 그리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기대... 이런 마음으로 나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이 일로 취업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초조함, 아쉬움 등의 감정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안되면 그만이지 하는 마음보다는 꼭 돼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컸다. 취직이 되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싶었나 보다. ㅎㅎ
일기를 쓰다 보니, 양가감정으로 흔들리는 내 마음에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마음 두지 말자. 결과가 생겼을 때,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어떻게든 흘러가겠지. 취업이 되면 취업에 맞추어서, 취업이 되지 않으면 또 그것에 맞추어서.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고, 흘러가게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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