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변호사의 두 번째 책이다. 사실 나는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읽은 후, 굳이 이 책을 읽으려는 마음은 없었다. 이미 나는 새벽 서너 시면 일어나 나만의 루틴을 3년째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고, 저자의 전작을 읽으며 나에게 적용할 부분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도 나에게 적용할 특별한 무엇은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 새벽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마음을 끌었고, 책의 내용에 공감을 할 뿐이다. 뭐랄까? 내가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칭찬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ㅎㅎ
양치질과 세수를 한 뒤 따듯한 차를 준비해 책상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 자신을 위로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도 있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휴식을 취할 때도 있다. 이 시간은 내가 가장 회복하는 시간인 동시에 제일 발전하는 시간이다. 하고 싶었던 것,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뿌듯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어제와 별 다를 바 없어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
공감 백배... 새벽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침 체조다. 침대에 누운채로 기지개를 시작으로 약 10분에 걸쳐 몸을 이완시킨다. 물론 동영상을 틀어놓고. 이 동작을 다 마치면 화장실로 가서 밤새 내 몸에 모아둔 소변을 보고, 눈과 코와 입을 헹군다. 다시 침실로 들어가 몸무게를 재고, 침대를 정리한 후,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차를 우려내어 나만의 공간인 공부방에 자리 잡는다. 따뜻한 차를 입으로 느끼고, 식도를 통해 흘러가는 느낌을 즐기며, 기도, 하루 계획, 감사일기, 자기 확언을 한 후, 독서를 하거나 영어공부를 한다. 그동안 MKYU에서 514챌린지를 하는 동안에는 김미경 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공부나 독서를 할 수 없어서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6시까지 서너시간의 새벽 시간을 보낸 후, 출근해야 하는 남편과 먹을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집안 정리, 청소, 설거지 등등... 2시간 동안 빠르게 집안일을 끝낸 후, 8시부터는 또다시 나만의 시간이다. 이젠 일을 시작하니, 8시부터의 생활은 매일 다르게 진행될 거라 예상된다.
새벽 루틴은 이미 내 몸에 스며들어 눈을 뜨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고, 책상 앞에 앉는 과정이 전혀 힘들지 않다.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저자가 말하는 대로 내게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무한대다.
너무 겁이 날 때, 불안 할 때, 답답할 때마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나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속으로 되뇐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후련해질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되어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나만을 위한 가장 든든하고 무조건적인 지지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항상 왜 이렇게 하는 게 많냐고,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억지로 한 적도, 대단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부러 한 적도 없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흥미가 없어서 누워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아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일상이었다. 그때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리스트에 없는 일은 잠시 잊었다. 즉, 굳이 따로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 낭비를 절제하는 것만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면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그 일이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조금 더 듣기 좋게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그만두자. 분명 어딘가 새어나가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어졌다. 사람들은 바쁘게 사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들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사람들에게 암환자(암경험자)는 신음하며 침대 위에 누워있어야 하고, 자거나 쉬어야 하는 모양이다. 난 그들에게 권하고 싶다. 암환자가 되라고(비록 악담이지만). 내가 굳이 암환자일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것을 대체로 이해하지 못한다. 뭣하러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는 핀잔을 돌려줄 뿐이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보다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봤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내 남편도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다. 다만 감사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을 말리지는 않는다는 것.
예전에는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언제부턴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답을 듣는것을 바라느니,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낫다. 당장은 알아듣는 거 같아도 그들은 돌아서서 유난 떤다고 할 거다. 그렇다 보니 책 안에서 답을 찾고, 일기를 쓰며 정리하고, 고민거리도 따로 메모노트에 적어가며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훨씬 더 현명하고 효율적이다.
도전을 하기 위해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최고의 계기는 바로 '그냥'이다.
나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거나 일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목표를 자주 설정한다.
그냥 무언가를 시작하자. 그리고 어쩌다 보니 새로운 일을 계속해보자. 생각한 대로 무언가가 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분명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못했을 일들을 경험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은 두려움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실패를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도전할 때는 얼마든지 두려워해도 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지 말자.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면 안 된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시작부터 근사하길 바라는 욕심도 버려버리자. 순조롭지 않으면 어떤가?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도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첫 시도에 제대로 끝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게다가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아가 실패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않으면 좋겠다. 재시도할 때는 처음보자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소득이다.
2021년 새로운 도전을 했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일을 떠나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6년, 7년이 흘러 환갑이 되면 영어강사로의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며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또 묻는다. 그걸로 뭘 할 거냐고. 나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그냥'이다. 그저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 거다. 일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 것뿐이다. 그러다 6월 30일을 끝으로 그나마 학원 강사라는 타이틀도 내려놓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6,7년을 더 일할 거라는 가정을 했는데, 갑자기 백수가 되었다. 남편의 직장이 탄탄하니 먹고사는 문제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계획이 갑자기 흐트러졌다. 노후를 위한 계획도 망가졌다. 난 뭘 했을까? 또다시 도전을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는데, 김미경쌤이 정확하게 표현을 해주었다. '돈이 안 벌릴 때는 꿈을 벌어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 김미경 쌤이 이 말을 하기 전부터 나는 꿈을 벌기 시작했다. 코딩, 타로, 캘리그라피까지 도전했다. 사회복지와 영어공부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어느 멋진 곳으로 데려갈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했다. 내가 옳았다. 나에게 취업의 길이 다시 열렸고,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두려움은 아주 작은 퍼센트를 차지할 뿐, 99퍼센트는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왜냐하면 실패가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한 번에 성공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천천히 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고, 성공이 주는 기쁨, 실패가 주는 배움까지 이미 가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55세다. 55년의 삶이 허투루 산 삶이 아니었고, 나의 배움이, 나의 독서가 헛된 것이 아님이다. 난 아직은 부족하지만 어른이고, 성숙해진 것이다. 또한 15년의 강사 생활이 주는 자신감도 한몫을 한다. 어떤 학부모도 두렵지 않고, 어떤 학생도 자신있다. 이 말은 그들을 이겨낼 만큼 내 말빨이 좋다는 말도, 내 교육방법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부딪혀가며 잘 해낼 자신이 있다는 말이고, 그 부딪힘조차 배움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만의 새벽시간을 3년동안 멋지게 살아온 결과는 이토록 눈부시다. 나는 내가 멋지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지인은 하루를 그저 즐길 뿐이라고 했다. 다음날에 대한 걱정 없이 매일을 그저 즐겁게 살려고 한다며 열심히 사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매일 골프를 치러 다니고, 색소폰을 연습하며, 친언니와 즐겁게 살고 있다. 남편도 잘 되었고, 딸 둘도 잘 되었다. 모두 그녀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하나도 부럽지않다. 그녀의 남편이 잘 나가는 거고, 그녀의 딸들이 잘 나가는 것이지, 그녀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스스로를 위해 이뤄놓은 것이 없지 않은가! 매일 하는 골프와 색소폰 연습이 그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 즐겁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삶이 행복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이 미래의 나를 어느 멋진 곳으로 데리고 갈지 정말 설렌다고. 오늘보다 더 성장한 내일의 내가 기대돼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누가 더 멋진가! 답정너이지 않은가! 나는 나에게 멋지다고 토닥여준다. 잘하고 있다고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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