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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고품격, 고퀄러티의 시간으로만

by 짱2 2022. 2. 23.

어제 모임이 있었다. 11시에 모여 외곽으로 빠져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오는, 보통의 아줌마들이 누리는 시간의 호사였다. 하지만 처음은 좋았으나, 나중에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모임이 몇 개 더 있다. 그 코스도 비슷하다. 이른 점심에 만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일련의 과정이 정말 지루하고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오던 터에, 이 모임은 소모적 시간의 결정타였다. 

 

 

 

지인을 1:1로 만나면 이런 느낌은 덜하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의 근황을 듣고, 그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나또한 나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한 덩이쯤은 꺼내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시간은 썼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함이 있었기에, 인간의 향기에 취해 시간의 흐름은 당연하다 생각한다. 만약 이런 만남에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공연이나 전시, 영화가 깃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만남의 광장이 된다.

 

그러나 너와 나, 둘이 아닌 셋 이상의 모임이 되면 버려지는 시간이 아까워 미칠지경이 된다. 나의 셋 이상의 모임중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 모임은 딱 한 개뿐이다. 샌드위치 모임. 우리는 서로 따뜻한 말을 하고, 위로를 해주고, 서로의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좋은 카페로 힐링하러 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는 모임이다. 또한 무언가를 배우는 장소에서 시작된 모임이라 다들 열심히 살면서 응원해준다.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다음 모임에서는 더 나은 자신을 보여주자며 무언의 약속을 한다. 우리 모임이 늘 이렇게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아줌마 세명의 모임치고는 꽤 멋지다고 자부한다.

 

그런 면에서 어제의 모임은 정말 진부하고, 지루했다. 네 명이 모이니, 수다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앞다퉈 말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것도 과거에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등등에 관한 이야기들뿐.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왜 여기에 와서 듣고 싶지 않은 남의 가정사를, 그것도 지나간 과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피곤하고, 지겨웠다. 차라리 집에서 책을 더 읽고, 낮잠이라도 한 숨 더 자는 게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나을 거 같았다. 유익한 동영상을 시리즈로 보고도 남을 시간이고, 그것이 내 삶에 더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앞으로 이런 모임은 더 이상 만들지 않을 생각이며, 만나자는 제안이 오면 되도록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모여야 한다면, 몇 시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 자리를 떠야 한다는 말을 미리 할 생각이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도 마찬가지다. 되도록 2,3개월에 한 번 만나기로 하고, 점심과 차 마시는 시간을 정해서 자리를 일찍 뜰 생각이다. 차라리 집으로 일찍 돌아와 집 근처의 산책로를 걷던가,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던가, 사색에 빠지는 편이 훨씬 유익하리라. 하다못해 집안일을 하나 더 하는 게 훨씬 더 건설적일 테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한다.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슴에 꼭꼭 숨겨둔 사연 꺼내어 함께 울고 웃고, 위로하고, 다시 미래를 향해 달려갈 힘을 얻는 시간을 정말 소중히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만남, 그런 대화가 아닌, 의미 없는 아우성은 정말 싫다. 언제부턴가 진저리 나도록 정말 싫어졌다. 나의 귀한 시간은 소중한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가 있는 고품격, 고퀄러티의 시간으로만 보낼 생각이다. 그런 시간이 될 모임이 아니라면 애초에 약속을 잡지 않을 것이며, 혹여라도 만남이 그렇지 않게 흘러간다면 중간에 과감하게 끊어내는 '모진 행동'도 서슴지 않으리라.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나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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