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을 하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프니까 사람이 보인다'라고 말하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평생 그 마음 간직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역시 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간사한가 보다.
3년이 흘러가고, 또다시 미운정 고운정 들며 현실에서 부대끼니, 고마운 마음은 한켠으로 접어두고, 섭섭한 마음, 야속한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그들의 못난 부분이 더 커 보이고, 나와 같지 않음에 화도 올라온다. 내가 그들과 같지 않음이 당연하듯이 그들도 나와 다름이 당연한 일인데, 속 좁은 나는 그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몇 사람은 내려놓았고, 현재의 나는 또 몇 사람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예전에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 부러웠다. 굳이 인맥이란 말을 떠올릴 생각은 없다. 내가 사람을 통해 연줄을 이어가고, 성공을 노리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평범한 삶속에 그런 단어는 어울리지조차 않으니 말이다. 아무튼 친구가 많아 여러명이 만나 함께 수다도 떨고, 여행도 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학교 다닐 때 뭘 했지 싶었다. 초등 때 친구, 한 두 명, 중학교 때 친구 한 두 명... 이런 식으로 그때마다 한두 명의 단독 친구들만 있으니 단체 여행, 단체 모임은 있을 수 없었고, 그런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부럽다 못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단체 모임을 해보니, 그건 그것대로의 장점도 있지만, 너와 나의 따뜻한 이야기, 끈끈한 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어떤 이익과 오락만 있을뿐이었다. 나와는 맞지 않는 그저 존재 그 자체일 뿐이었다.
아줌마가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모임뿐만 아니라, 학교친구들이 아닌 사회 친구들이 생겼다. 한때는 매일 만나고, 정주고, 사랑 주고, 모든 것을 나누며 찐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나이 50이 넘어 55세가 되고보니, 내 마음 알아주는 정말 찐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나도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샘내지 않고, 마음으로 품어 안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정신적 레벨을 갖추고, 아니 나보다 좀 더 높은 정신적 레벨을 갖추고, 책도 많이 읽어 상식과 교양이 넘치는 , 그래서 나에게 따끔한 일침도 놓아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지 못해서일까?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해서일까? 지금의 나에겐 그런 친구가 없다. 내 자랑도 하고, 속상한것도 이야기할 그런 친구가 없다. 내 꿈을 힘들이지 않고 이야기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곁의 사람들에게 내 꿈을 이야기하려면 난 많이 힘들다. 사람들은 내 꿈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자랑을 할 친구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진심으로 상대의 성공을 축하해주는게 어려운데 내가 그걸 바라는 걸까? 내 꿈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내 꿈을 응원해주는 것이 정말 힘든 걸까? 왜 내 꿈을 설명하는데 이토록 에너지가 많이 들까?
노는 물, 내가 노는 물이 이젠 나와 맞지 않는가보다. 작은 샘물이라면 호수로 나아가야 할 거고, 호수라면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나만 잘났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현실에 안주한 사람들이 아니라, 비전이 있고, 꿈이 있는 사람들, 매일의 삶을 조금이라도 발전시켜 가려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니, 그들은 나를 자꾸 끌어당겨 누르려 한다. 그만 가라고 한다. 건강에 신경 쓰라고 한다. 언제부터 그들이 내 건강을 신경 썼다고. 그들이 아는 세상은 거기까지니, 그 이상을 가려는 내가 이상하고, 그런 나를 제지하기 가장 좋은 말은 '건강에 신경 써라'인 거다. '건강이 우선이다'인 거다. 누가 모르나? 건강이 우선이라는 걸.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집에 누워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 챙겨 먹고, 매일 운동하고, 좋은 생각하고.... 등등... 이런 거지 않은가! 그런데 일하면 다시 아파지는가? 일하면 암이 다시 재발하는가? 일이 그저 힘들기만 한 일일까? 일하면 몸이 고단하고, 힘들어서 암이 전이되는가? 물론 그들은 쉬엄쉬엄 하라고 하고, 적당히 하라고 한다. 그런데 왜 그런 걸 지적질하는 건데? 그 적당히는 어떻게 나온 계산이고, 왜 나에게 그런 간섭을 하는 거지?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럼 너는 그들이 아무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뭘 참견하느냐고? 그들은 뭔가 말하고 싶은 건데, 그렇게라도 나를 생각하는 말을 하고 싶은 건데, 그런 말도 하지 말라는 건가? 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그들은 그들대로 떠들라고 놔두면 되는 거 아닐까? 나는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그들이 나를 꼭 인정해야만 하는 거야?
앞으로 내가 풀어가야할 숙제다.
그러나 지금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내려놓으려 한다. 나와 맞지 않고,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사람들과 go on 할 필요는 없다. 나를 밀어주고, 당겨주고, 힘을 실어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나를 응원해줄 사람만 만나고 싶다. 내 건강 어쩌고 하면서 불쌍한 사람 보듯 쳐다보는 사람들은 만나고 싶지 않다. 잘 나가는 나를 보며 질투하는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다. 난 멋지게 살고 싶고, 그래서 멋지게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