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마음 편하게 보낸 지 얼마만인가! 항상 월요일에 있을 교육 준비하느라 스트레스 속에서 보내곤 했는데 말이다. 두어 달만에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
아들의 생일을 차려주고 싶어 집으로 오라 했고, 어제, 오늘 우리 세식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 갈 일이 있어서 아들에게 태워다 달라고 했고, 도서관에 간 김에, 도서관 뒤에 있는 공원에서 봄바람 쐬며 커피 한잔 마시자고 했다. 내가 할 얘기도 있고 하니... 아들은 흔쾌히 그러자 했고, 나는 내 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 주변엔 내 고민거리를 해결 해 줄 사람이 없다. 남편도 큰 도움이 돼주질 못하고,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늘 그래 왔기에 나는 어차피 내 일은 내가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씩 정말 답답하고, 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 확신이 서지 않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꼭 무슨 답이나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대화 속에서 나 스스로 답을 찾을 수도, 새로운 방식의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나 혼자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아들은 곰곰히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이야기해 주었다. 너무나 적절하고 옳은 이야기들이었다. 내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는 마냥 '을'은 아니다.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겠다. 그만 둘 각오를 하고, '먹고 살 방도를 마련했다, 다음 주에 일주일 동안 나오지 못한다, 그런 줄 알아라'라고 말할 생각이다.
사실, 두가지 일을 모두 가져가려고 하니,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여차하면 그만둘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따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확실해져야 하고, 그 일도 시작하고 나면 막상 내 생각과 달리 갈 수도 있다. 아무튼 확실히 합격하고 나면, 강하게 내 의지를 이야기하고, 나와 맞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비전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의 말처럼 비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 미래를 보고 가기엔 너무 까마득하고, 그 먼 미래도 확실치 않다. 시간과 열정, 몸과 마음의 고생의 대가가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생각을 다시 한번 하는 게 맞다. 이 일이 나의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목매달이 되었고, 이쪽 강사는 내가 목매달고 있음을 알고, 나를 호구로 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녀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생각이고, 그녀는 내 생각보다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부터는 달라지자. 당당해지자 나는 '을'이 아니다. 때론 '을'이고, 때론 '갑'이다.
새로 준비하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