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모든 계획과 약속을 다 끝냈다. 시험은 앞으로 열흘 후 세 과목, 또 그 열하루 후 세 과목을 본다(대모님과 공연 보기로 한 날을 계산에서 뺐다). 어머니 49제와 캘리 수업이 그 열흘 속에 각각 있지만, 다른 날에 더욱 열심히 하면 되겠지. 마지막 며칠은 영어공부도, 캘리 연습도, 남편과의 저녁 산책도, 반찬 만들기도, 그 외의 모든 것을 다 접고 완전히 몰입해야 하리라.
시험을 준비하는 지금 이시간이 참 좋다.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서, 먹을 거 먹으며 신나게 공부하는 이 시간이 나에겐 행복이다. 누군가는 쉬라고 하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겠지만, 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공부가 휴식이고, 독서가 쉼이다. 음악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 생각이다. 올해는 사회복지학을 끝내고, 내년 2월의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할 거고, 만약 합격하지 못한다면, 24년 2월에 다시 한번 도전할 거고,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3월엔 문화교양학과 2학년에 편입할 생각이다. 처음엔 3학년 편입을 생각했었는데, 공부하고 싶은 전공과목이 넘 많아서 4학기로는 부족할 거 같다. 그래서 2학년 편입을 생각했다.
혼자 공부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공부하고 싶었다. 성적과 상관없이 같이 공부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고, 같은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언니는 아이들을 핑계대며 공부하는 것을 거부했고, 나는 다른 지인들을 떠올렸지만 아무도 나와 함께 공부할 사람이 없었다. 참 서글펐다. 공부하고 안 하고는 그들의 몫이지만, 공부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조차도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정말 서글펐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이 거기까지인 거다.
어제, 한 두달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에 나갔고, 그 모임과 상관없는, 그러나 모임의 세명과 안면이 있는 한 언니가 함께 자리를 했는데, 나의 내년 계획인 문화교양학과 이야기를 듣더니 흥미를 보였다. 난 정말 기뻤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내가 하는 일에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있다니... 다음에 만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다.
어제 모임을 계기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또 갖게 되었다. 내 마음과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의견을 듣는것과 나와는 다른 '결'의 사람을 만나 대화 내내 상처를 받는 것과의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더 큰 마음으로 대하며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사람을 보며 나의 얕고 가벼움에 대해 깨닫고, 부끄러웠고, 그리고 배웠다. 그러나 내가 하는 말에 모두 동의하는 느낌이 아닌, 뭔가 삐걱대는 느낌마저도 '차이'라고만 생각하며 그'가시' 같은 말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며, 내가 아프다면 안 보거나, 자주 보지 않음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사람이 공부를 하는 사람도, 독서를 하는 사람도, 사색을 하는 사람도 아니라면? 예전엔 좋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그 사람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이젠 결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됐고, 우리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애정도 변했다(그 사람은 확신할 수 없으나 나는 변했다).
지난 주말, 시누이와의 여행을 통해, 그 사람의 얕음을 내가 포용할 수 있을만큼 내 그릇도 크지 않음을 느꼈고, 그 사람을 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내가 해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프면서까지 다 추스르며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더 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그 안에서 나를 발전시키고 싶고, 멘토를 찾고 싶고, 내가 사고하는 방향이나 크기도 넓히고 싶고, 내가 쓰는 언어도 바꿔보고 싶다. 공부하고, 독서하고, 사색하는 삶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멋진 문화를 누림으로써 나를 변화시키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까지 같이 해온 것에 감사하지만, 그것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떨쳐버리고, 새로운 만남, 새로운 지식, 새로운 문화, 새로운 언어를 끌어들이고 싶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 이시간이 행복하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하구나 (0) | 2022.05.29 |
---|---|
다시 공부, 독서, 사색으로 (1) | 2022.05.28 |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0) | 2022.05.25 |
아름다운 세상, 소풍처럼 공부하다가... (0) | 2022.05.21 |
멋진 삶을 위하여 (0) | 2022.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