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의 가벼운 말에 상처를 받고, 아는 동생의 강한 목소리 톤과 말투에 마음이 불편함을 느끼며, 나는 나 자신이 여린 사람이라 이토록 쉽게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의 마음 탓이 아니라 그들의 말의 가벼움과 거침은 그 누구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웬만한 멘탈이 아니고서는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래된 친구가 진실한 친구이고, 영원히 함께 해야 할 존재일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 내가 살아온 삶이 다르고, 그와 내가 읽은 책이 다르고, 그와 내가 갖게 된 철학이 달라졌는데, 예전처럼 같은 생각을 나누며 뜨거운 것을 느낄 수 있을까? 그가 변했듯, 나도 변했고, 그의 나에 대한 애정이 식었듯, 나도 그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다. 이젠 뜻뜨미지근한, 어쩌면 차가워진 감정에 서로의 마음이 시큰둥해졌으니, '오래됨'이라는 이유만으로 '묵은지 사랑'을 외칠 수는 없게 되었다. 하물며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언어가 이토록 가볍고, 거칠고, 불편한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속 좁다며 탓하고만 있을 것도 아니다. 상처받는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시간차를 더 넓히며, 차츰차츰 덜 보는 방법을 선택하려 한다. 그들에게 향했던 내 마음과 시간을 더 멋진, 현재의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내 삶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줄 사람과 마주하려 한다.
상처를 입은 나는 '반찬고'가 필요했다. '호호~' 입김 불어주며 '반찬고'를 붙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이가 누구인지 몰라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했었다. 입김만 불어주는 사람, 무심히 반찬고만 붙여주는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그러다 어제 나의 상처를 제법 잘 어루만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지? 누구나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은 거 아닌가? 나의 불편한 이야기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쾌할리가 없는데...
내 삶을 독서와 공부 그리고 사색으로 채워가기로 했었다. 나는 왜 온전히 이 세가지것으로 채워가지 못할까? 불편한 나의 마음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아닌, 이 세 가지 것들로 충분히 채워질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사람보다 더 나의 불편한 마음을 녹여내고, 단단하게 무장시켜 줄터인데, 나는 왜 사람에게서 그것을 채우려 했을까? 말의 가벼움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가벼움을 풀어내고 있었으니, 만족스러움과 편안함은 찾아올 리 만무하고, 허전한 가슴만 쓰라리게 남았을 텐데... 시험기간에 굳이 사람을 찾아 가벼움을 쏟아내며 무엇이 남았는가! 차라리 휴식을 취하고, 좋은 글귀를 찾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멋진 방법이 있었는데 말이다.
사람 만나는것도 습관이다. 정기적으로 지인들을 만나야만 하는 걸까?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닌데도 굳이 찾아다니며 봐야 하는 걸까? 시간과 돈을 생각하고, 마음 낭비도 생각하자. 정말 아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내 삶을 지켜내자. 나만 바라보며 살아도 모자란 삶일 수 있다. 미니멀한 삶이란 꼭 물질에만 적용할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도, 시간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과 마음을 소중한 것에 돌리자. 그렇게 절약된 돈은 주식에 투자하자. 나의 발전에 투자하자.
사람을 만나느라 소비되는 시간과 돈, 마음... 이젠 아끼고 아껴서 오롯이 나에게 쓸모있게 쓸 거다. 나의 언어도 더 이상 가볍지 않도록 만들어가고, 내 삶이 더욱 빛나도록 노력할 거다. 사람들에게 만나자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고, 되도록이면 더 먼 시간에 보자고 미룰 거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믿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독서와 공부 그리고 사색으로 채워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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