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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행복하구나

by 짱2 2022. 5. 29.

어느 유튜버가 물어보았다.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론 둘 다 피하고 싶은 고통이겠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전제하에 물어보는데, 누군가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클 것이라며 육체적인 고통을 선택했고, 누군가는 육체가 힘들면 견딜 수 없을 거라며 정신적인 고통을 선택했다. 난 정말 선택할 수 없다.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아픈 건 딱 질색인 내가 늘 육체적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다. 물론 세월 따라 고통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조금 살만하지만, 매일 배아픔을 느끼면서 산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변도 건강하게 보고, 배도 아프지 않고, 기분도 상쾌하다. 반면,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욕심내어 먹고 나면,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배에 느껴지는 통증, 급설사로 화장실행, 기분 나쁨, 두통까지 덤으로 밀려든다. 살이 조금 쪘을까... 싶었던 것이 설사로 인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매일 반복되는 통증과 기분나쁨을 느끼며 사는 나에게, 어쩌면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육체적 고통보다는 정신적 고통을 택하겠다는 대답이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어쩌면 그게 맞겠다. 몸이 아프면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내가 살아있음이 고통이 되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살아서 이 고통을 느끼며 사느니, 차라리 죽으면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행복전도사 최윤희'님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 한 사건이 있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충분히 공감한다. 함께 동반자살을 해 준 그녀의 남편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단한 사랑이다. 아무튼 육체적 통증은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줄 정도로 정말 미칠 듯 힘들다. 정신적 고통을 견디기 힘들거라 말하며 육체적 고통을 선택한 사람에게 난 속으로 말했다. '아마도 육체적 고통을 심하게 겪어보지 못했나 보군!'

 

집에 신선한 야채와 엄마가 해 주신 맛있는 반찬이 있음에도, 나는 빵과 과자를 먹었다. 가끔 과자가 먹고 싶어 지고, 그러면 참지 못하고 사게 되고, 먹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빵과 과자를 먹었다. 많이 먹었다. 입에서는 즐거우니까. 잠시 후, 엄청난 통증에 시달리며 화장실에 달려가 설사를 하고, 예외 없이 찾아오는 두통과 기분 나쁨까지 모조리 느꼈다. 밀려드는 후회.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며 다시는 이런 쓰레기들을 먹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미 사놓은 것들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또 먹겠다는 의지. 한심... 아마도 죽을 만큼 힘들 땐 살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 아직은 살만한가 보군... 허~ 참~~

 

대장암 담당 교수님과 면담을 했었다. 역시나 먹고 싸는 이야기. 어떠냐고 물으셨다. '좋은 음식 먹으면 괜찮은데, 나쁜 음식 먹으면 배 아프고, 설사하고, 조금 지나면 다시 나아져요. 그래도 살만합니다.' 돌아오는 대답, '좋은 것만 드세요!' ㅎㅎ 너무도 당연한 말씀. 교수님도 웃고, 나도 '네!'라고 답하며 웃는다. 

 

위의 반을 잘라내고, 대장의 3분의 1을 잘라냈는데도 이렇고 먹고 싸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체의 신비, 의술의 놀라운 발전, 한 인간의 기적... 수술 후 미쳐버릴 것 같은 통증도 견뎠고, 항암의 긴 고통도 견뎠다. 6개월의 힘든 고비 넘기고, 3년여의 크고 작은 통증의 터널도 지나왔다. 그 터널은 현재 진행형이다. 계속 고통은 찾아올 거고, 난 견뎌낼 거고, 학습과 경험을 통해 무얼 먹으면 좋은지 알아가며 살아낼 거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절제하는 힘도 갖게 될 거다.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며 살아온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신적인 고통은 내 마음에 있음을 알았다. 누군가, 무언가 나에게 좋지 않은 것을 건네주면 당장은 힘들어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힘듦을 내 입 밖으로 뱉어내며 다 날려버렸다. 참 잘했구나 싶다. 다만, 좀 더 현명하게 입으로 내뱉기보다는 이렇게 글로 풀어내며 삭히고, 승화시키는 빈도를 늘려가려 한다. 입으로 뱉을 땐 들어줄 대상이 있어야 하고, 그 대상은 나의 말이 화살이 될 수도 있고, 반복으로 인해 짜증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나를 보며 나에 대한 실망, 못남 등을 느낄게 뻔할 텐데. 

 

성숙해지자. 어른다워지자. 아름다워지자. 우아해지자. 고와지자. 

 

누군가, 무언가 나에게 좋지 않은 것을 건네주려 하면 '반사'라고 말해버리자. 받지 말자. 오로지 나라는 사람 자체로 행복하지 않은가! 이토록 이쁘고, 날씬하고, 착하고, 곱고, 지적이고, 열정적이고, 멋진데, 왜 남이 건내주는것을 굳이 받아서 아파하는가! 절대 받지말자. 오로지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다운 음악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하며 행복하게 보내고 있지 않은가! 좋은 음식 먹으며 통증의 원인을 내려놓으면 될 것을. 나쁜 것 반사하면서 좋은 맘만 가지면 되는 것을. 

 

여행 간 남편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 기말 시험 준비하다가 배 아파 쩔쩔매다가 일기를 쓴다. ㅎㅎ 다 행복인 것을. 여행 간 남편도 기분 좋게 보내주어 다행이고(어젠 기분이 나빴었다), 배 아픈 것도 나아져서 다행이고, 혼자서 공부하다 낮잠 자다 맘대로 할 수 있어서 행복이고. 내일은 어디에서 커피 마시며 기말시험 준비할까 고민하는 것도 행복이니...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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