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사람에게서 쉽게 상처를 받고, 마음 아파한다. 나의 이런 면을 알고 있어서 때로는 가까이 다가가다가 멈칫하곤 한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크기에 내가 상처받는 것이 싫은 이유다. 그렇기에 되도록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데, 내가 활동적이다 보니 사람 만날 일이 생기고, 그들과 또 인연이 맺어지곤 한다.
내가 존경하는 언니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사람을 내려놓는다. 불필요한 인연을 만들지도 않고, 쓸데없이 인연을 끌고가지도 않는다. 나는 그녀의 그런 면이 보기 좋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부질없는 인연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며칠 전, 큰 시누이에게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대뜸, 그 일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말을 툭 내뱉었다. 7월 한 달 실습을 해야 한다고 하자, 더운 여름에 남들은 피서 가는데 웬 고생이냐고 했다. 내가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서 강의만 듣는다고 하자 더 이상 아무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몇 달 전, 내가 캘리그라피를 배운다고 하자 그거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말도 더불어 떠오르며 도대체 그녀는 어떤 감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대모님이 내게 말했었다. 시누이들은 올케가 뭔가 배우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기 동생은 뼈골 빠지게 일하는데, 그 마누라는 그 돈으로 팔자 좋게 공부나 하는 것이 보기 싫을 거라고. 또한 올케가 잘 나가는 것도 싫고, 성장하는 것도 싫어한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거기에 얹어서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질투'가 그것이다. 자신은 하지 못하면서 남이 하는 것이 배 아픈 것. 그래서 좋은 말이 나가지 않는 것. 이 부분은 내가 예전에 그랬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기에 잘 알고 있는 감정이다. 나보다 잘 나가거나,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을 넘어서 질투가 일어나고, 그 감정을 부정적인 말을 내뱉음으로써 스스로 위로받는 그 심리. 그러나 막상 그 말을 내뱉은 후, 질투의 감정은 더욱 커지고, 속 좁은 자신에게 더욱 화가 나는 그 심리.
큰 시누이에게서 기운 빠지는 소리를 듣고 난 후, 남의 말에 휘둘리는 나는 몹시도 마음이 상했다. 휘둘리는 가벼운 내 감정에 실망스러웠고, 다음에 그녀를 만나면 어떻게 설득할지, 어떻게 이해시킬지 고민도 했다. 말로써 복수할 꺼리를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다 어제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 이런 내 맘을 누그러뜨렸다. "공부한다고 하면 좋은 소리 안 할거 아니까, 아예 그런 말 안 해. 뭐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논다고 해." 맞다. 김미경쌤도 그 말을 했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끌어내리는 소리만 한다고. 그러니 비슷한 사람들과 모였을 때 이야기하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왜 내 주변엔 나를 끌어내리는 사람만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쯤 나에겐 물갈이가 필요한 건 아닐까? 나를 끌어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아파하고, 그들을 이해시키려 애쓰며 나의 에너지를 소진시킬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잘라내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 나에게 롤모델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시누이들이야 남편 쪽과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니 잘라낼 수는 없지만, 자주 안 보면 되고, 대모님이나 지인이 말한 것처럼 솔직한 내 상황을 말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면 되고, 그 외의 사람들은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만난 홀든과 유진도, 송선배님도(윌비 친구들 모두 다), 북부학생회 사람들도 모두, 사회복지 공부하는 사람들도 모두, 캘리 모임도, 암환우 모임도 다 내려놓을 생각이다. 남보다도 못하게 드문드문, 심지어는 몇 년씩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내려놓을 생각이다. 마치 숙제처럼 만나야 한다고 부담처럼 느끼는 모든 사람들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 몇명만 소중히 만나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도 좋은 인연이 될 사람만 가려서 만날 생각이다. 불필요한 인연의 끈을 힘겹게 붙잡고 있지 않을 거다.
7월부터는 어차피 바빠진다. 사람들 만날 시간이 없다. 이 시간에 정리할 사람은 정리가 될 거라 본다. 현명한 만남을 갖자. 그리고 나에게 충실한 시간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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