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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해외여행 보다는 내면여행

by 짱2 2022. 7. 16.

실습 2주 차를 끝내고 맞이하는 주말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오늘 약속이 없었다면 더더욱 편안한 마음이었겠지만, 10시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내로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온전한 휴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습장소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연을 보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니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요일이라는 이름의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오랜만에 11시 미사에 참석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아침을 먹은 후 스타벅스에 가서 책을 읽고, 천천히 걸어서 성당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오늘 새벽, 이불을 정리하다가 얼마전에 읽은 책 내용이 머리를 휙 하고 스쳐갔다. 그것은 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아니 50이 된 사람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는 것이었다. 간략히 쓰자면, '50은 퇴직 이후 또는 은퇴 후의 생활을 고민해야 하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50의 계획은 다운사이징으로 시작해야 한다. 골프를 그만두고, 관계를 맺는 데 연연해 술값으로 적지 않은 돈을 날리는 것, 유럽여행을 다녀오느라 수백만 원을 쓰는 것과도 작별해야 한다. 골프, 여행에 낭비하던 돈을 배움에 투입한다. 독서모임, 요가와 명상, 토론하는 그룹에 참여 등... 여행도 경험이지만 나의 영혼과 몸, 그리고 누군가와의 관계에 돈을 투입하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불 정리하다가 문득, 남편 혼자서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던 이야기가 생각나 살짝 화가 치밀있고, 뒤이어 나도 따로 여행을 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과연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도 약하고, 물놀이도 못하고, 신발 신는 것도 불편한데, 바닷가 근처의 근사한 호텔의 저녁 파티, 길고 시원한 드레스에 샌들을 신은 모습... 나는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운동화를 신어야 하고, 신은 그 신발 사이로 스며드는 모래들... 스트레스... 바다를 생각하면 더위와 스트레스가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여행을 로망으로 꿈꾸며 더 힘들어하는 것은 모순이지 않을까? 

 

그러다 만난 이 글귀, 50의 계획은 다운사이징해야한다. 골프, 여행에 낭비하던 돈을 배움에 투입한다... 맞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배움인데, 배움에 들어가는 돈은 아까워하고, 남편과 떠나는 여행에 들어가는 돈은 아쉬움 없이 쓰고... 남편이 혼자서 친구들과 여행하느라 100만 원, 200만 원을 쓴다면, 나는 만약 함께 간다면, 들어갈 비용인 그 100만 원, 200만 원을 내가 공부하고 싶은것에 투자해서 그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겠다는 그 여행과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어느 것에 돈을 투자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더 행복할까? 난 당연히 공부다. 200만 원을 줄 테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많다. 그렇다면 남편이 혼자 여행 가는 것을 못마땅해할 필요 없이, 나는 대신 공부하겠다며 배우고 싶은 것 배우는 것이 더 발전적일 것이다.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읽으며, 여행은 늙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 떠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은 설레고 즐겁지만, 자칫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젊고, 건강할 때,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나이에 많이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도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여행 이어야 하지, 남들이 떠나니까, 나도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부모님 모시고 코타키나발루에 갈 생각을 했다가 마음을 접었다. 열악한 비행기에서 다섯 시간을 시달리며 가야 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괜히 병이라도 나서 아프거나, 돌아가시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부모님 생각하느라 스트레스받을 게 뻔했다. 이런 여행은 차라리 접는 것이 낫다. 9월에 떠나는 제주도 여행에서 맛난 것 먹고, 즐겁게 보내자. 그게 효도다.

 

나처럼 체력적으로 힘든 사람은 이제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을 다녀야 할 때이지 않을까? 나를 찾고, 배우고 싶은 것들 배우면서 나를 느끼는 여행. 가족과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작지만 큰 사랑 여행을 떠나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