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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실습 첫 날

by 짱2 2022. 7. 5.

평소보다 30분~1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뿐인데, 새벽 1시 조금 넘어 눈이 떠졌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자려고 했으나, 뒷베란다에 펼쳐진 오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뜨거운 물을 부어놓은 오이지가 조금만 식으면 누름통에 넣어 꾹 눌러 놓으려 했던걸 깜빡 잊고 자버린걸 그제야 알았다. 잠은 다 잤구나. 저것들은 지금 정리해야 하고, 다 정리하고 나면 잠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 되고 말 것이다. 할 수 없지. 오이지를 두 개의 누름통에 차곡차곡 넣어주고, 물이 조금 부족한 듯해서 소금물을 조금 더 끓여 부었다. 새벽 2시가 되어간다. 침대가 아닌 책상 앞에 앉아서 매일의 루틴을 시작했다. 기도, 감사일기, 자기 확언, 독서의 순서로 매우 이른 새벽 루틴을 치르고(?), 오늘? 내일?의 하루가 피곤할까 걱정이 되어 안방 침대에 누워보았지만, 눈만 말똥말똥~~ 나는 이렇게 시간 보내는 것이 정말 싫다. 할 수 없지. 실습장에서 넘 졸리면 잠깐 눈을 붙이자. 어쩔 수 없다. 벌떡 일어나 다시 책상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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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습장에서의 느낌은 좋다. 집을 나서기 전, 두려움이나 떨림은 없었다. 취직한 것도 아니고, '그곳'이나 '나', 모두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서로 필요조건의 만남이니, 예의를 지키며 서로의 할 일을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했다. 나를 교육시켜줄 분들은 어떤 분들 일지, 나의 동기들은 어떤 성품이고, 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려는지 나의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점심시간을 포함한 어제 9시간 동안, 실습지도를 해주시는 슈퍼바이저는 유쾌하게 수업을 진행해주시기도 했거니와 동기들이 서로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아마도 그 시간동안 각자의 닉네임과 이름은 50번 이상 불렸을 거다. 며칠 걸려서야 알게 될 얼굴과 이름이 제법 빨리 익혀졌고, 사람 이름 외우는 것이 잘 되지 않는 나도 얼굴은 이미 익혔고, 몇몇의 이름은 벌써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들이 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지 각각의 사연을 들으며 각자의 성품도 느껴졌고, 모두 선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친절하셔서 앞으로 20일, 160시간의 실습은 무난하고 즐겁고 어쩌면 행복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9시까지 가야 하고, 6시에 끝나는 그야말로 '9 to 6'의 샐러리맨과 같은 시간을 한 달 동안 보내야 한다. 이동시간 동안 영어공부(생영, 영독단)를 할 생각이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은 매일 실습일지를 작성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집안일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거다. 오가는 시간에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할 생각이고(물론 겨우 5 천보에 가까운 걸음이지만) 아침에 일찍 나가 카페에서 책 읽으며 간식을 먹으려던 계획은 집에서 책 읽으며 간식을 먹는 것으로 바꿨다. 카페에서 먹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집에서 올리브유 듬뿍 뿌린 몸에 좋은 채소를 먹는 것이 백배 천배 건강할 테니.

 

앞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누구보다 멋지게 실습하고, 사회복지사로서의 내 길을 깊이 고려하고, 어느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알아가는 시간으로 만들것이다. 멋진 한달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