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참 한가로운 시간이다. 여느 일요일 같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1박 2일로 놀러 간 남편은 저녁까지 먹고 들어온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고, 한편으로는 차라리 잘됐다는 마음도 있고 그렇다.
오늘은 남편이 없는 하루를 만끽하는 중이다. 새벽 3시전에 눈이 번쩍 뜨였다.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가,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일어나서 움직였다. 새벽 루틴을 실천하고, 책을 읽다가 졸리다는 느낌이 들어 6시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더니 바로 잠이 들었고, 그로부터 3시간 후인 9시에 눈을 떴다. 성당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었으나, 역시 가기 싫은 마음이 커서, 늦게 일어난 상황으로 성당에 가지 않는 변명을 만들며, 오늘 하루는 정말 꼼짝 않고, 집에 있는 것으로만 먹고, 온전히 집순이로 하루를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며 많은 것들을 해냈다. 반찬도 만들고, 뱃속에 좋은 음식도 넣어주고, 책도 한 권 다 읽고, 독서 리뷰도 하나 완성하고,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위한 공부도 2강이나 했다.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도 세웠다. 가계부도 썼고, 모임 회비도 정리했다. 낮잠까지 한 숨 때렸으니... 완벽한 일요일인 듯싶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또딴'이라는 유튜브의 글씨 쓰기를 한 번 따라 해 볼까.. 하고 있다. 캘리그래피 찾다가 알게 된 유뷰브인데, 글씨체가 참 예쁘고, 그림도 예뻐서, 한 번쯤, 꼭 따라 해보고 싶었다. 연습한 후에, 그 그림을 감사 일기장에 그려 넣으면 참 괜찮을 거란 생각에 일석이조라는 기쁨이...
실습일지를 작성할까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금요일에 일찍 끝난 덕분에 지난 일주일은 다 끝났고, 중간평가와 몇가지 할 것들이 있지만, 새로운 주일부터는 실습장소에서 시간이 많이 날 거 같다. 남아도는 시간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 오늘은 실습일지로 시간을 뺏기지 않고, 다른 일들로 채우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남편이 외출 한 덕분에 시간도 많이 생겼다. 보고 싶은 '나의 해방 일지'는 잠시 후에 볼까 생각 중이다.
참 한가롭고 여유롭고 행복하다.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나는 늘 한가롭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갖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방식을 선택했고, 바쁘게, 열심히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어쩌다 마주친 이런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매일이 한가롭고 여유롭다면, 나는 그 시간들이 한가롭고 여유롭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료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요즘 실습을 하면서 사회복지와 관련한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된다. 당연한 일일 테지만. 주변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의 말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신경이 쓰이기도 하거니와 내 안에 그런 마음도 있기에 그들의 말이 단순히 빈정거림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사람들은 아픈 사람이 공부는 무슨 공부냐고 말한다. 그건 공부해서 뭐하느냐는 말의 완곡한 표현일 거다. 힘들게 공부하는 거 안쓰럽기도 할 거고, 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도 있다. 건강을 해치면서 하는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거다. 그러나 건강은 건강대로 챙기면 되고, 공부는 공부대로 하면 되는 거다. 공부를 하지 않는 그들이 보기에, 공부는 머리 뽀개지는 일이고, 머리 뽀개지도록 공부를 하면 건강을 해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 나는 머리 깨지지 않고, 즐겁다. 잠시 어려워서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그건 행복한 비명이다. 그들의 잣대를 내게 갖다 들이대니, 난 짜증이 나고, 나의 죽음을 자꾸 언급하는 듯이 느껴져 마음이 상하는 것이다.
실습을 하면서 대화의 기술 중, 공감하기를 배웠다. 이제 이 방법을 알았고, 연습하는 중이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처럼 성질부터 부리면서 속사포처럼 쏘아부치던 말투를 버리고, 아주 차분하게 그리고 고상하게 말해주려 한다. '지금 내 건강 걱정해서 하는 말이죠? 그런데 그건 당신의 잣대로 생각하는 공부에 대한 인식 때문인 거고, 저는 공부가 놀이처럼 즐거운 거랍니다. 그러니 제 건강 염려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만하셔도 됩니다'라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 마치 사회 밑바닥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말에도 좋은 대화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사회복지사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셔서 하시는 말씀이죠? 제가 해 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꼭 힘든 일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무슨 일이든 양면이 있잖아요. 사회복지사 일도 상담부터, 학교복지까지 정말 다양해요. 나한테 맞는 일 찾아서 해볼 생각이니 제 건강 염려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그만하셔도 됩니다'
하하~~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멋지네~~ 앞으로는 그들이 하는 말에 발끈해서 성질부리지 말고, 차분하게 요렇게 말해줘야 겠다. 오히려 뭔가 복수하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네 ㅎㅎ
오늘, 일요일 저녁, 참 한가하고 좋구나. 참 행복하구나. 2주일의 힘든 실습도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좀 더 느슨하게 흘러갈거고, 난 즐겁게 남은 2주의 실습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다. 행복하다.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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