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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열심히 살아야 할 또 다른 이유

by 짱2 2023. 1. 3.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고 했었다. 교환학생이 되어 1학년 2학기에 중국으로 간 후, 대학교 2학년이 되자마자 만난 같은 학교 여친... 7년, 8년의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고 했었다. 맘에 쏙 드는 며느리감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친구로 함께 지내온 그 아이와 헤어질 수 없는 모양이라고 인정하고, 조금 부족해도 내 가족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었다. 상견례까지 다 끝나고, 결혼에 관련된 것들을 저희들이 알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지게 되었다. 여친의 변심. 변변한 전세 아파트 하나 마련해주지 못하는 우리의 처지가 못마땅했음일지, 두 사람의 문제일지까지 나는 헤아리지 못한다. 남녀사이의 일이고, 아들은 세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의 결론은 아파트로 끝나니, 이것도 문제...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전혀 그런 눈치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오랜 시간의 늪에서 빠져나온 듯 보여 내심 안심이 되고,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에 들어간 탓인지 소개팅은 계속 이어졌고, 여러 여친들이 스쳐갔다. 내가 바라던 바였다. 아들은 첫사랑의 대학교 친구와 너무 오래 사귀어서 다른 여친을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그러다 지금의 여친을 만났고, 시어머니 장례식날 찾아온 그녀를 보고 내 마음은 정말 흡족했다. 내가 원하는 미인형은 아니었으나 한없이 밝고 맑은 그 아이가 내 맘에 쏙 들어왔다. 저런 아이가 내 아들과 가족을 이루고 산다면 평생 걱정이 없을듯했다.

 

첫 만남 이후로 8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들로부터 그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다. 그녀의 집, 그녀의 부모님, 그녀가 사는 방식... 모두 마음에 들었다. 나처럼 새벽에 일어나 자신만의 루틴을 이어가고, 운동을 한다는 그녀의 삶의 태도를 전해 들으면서 완전히 흡족했다. 그뿐이랴.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즐기던 나의 아들이 그녀와 함께 하면서, 테니스를 하고, 몸을 만들고, 게임을 줄이고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가 탐나기 시작했다. 아들과 잘되기를 기도했다. 내 기도가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스럽게 기도했다. 

 

얼마 전, 아들로부터 그녀의 아버지 소식이 들려왔다. 대학 교수이신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결혼을 섣불리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녀가 당장의 기분에 휘둘려 자신의 선택을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을지 걱정을 하셨고, 그런 그녀를 위해 몇 주간의 자신과의 대화시간, 과제를 내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놀랐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변변한 전세 아파트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집과는 결혼을 반대한다거나 하는 말이 들려왔다면 서운한 마음과 아들에게 죄스런 마음으로 그녀를 내려놓으며 가슴 아파했을 텐데, 물질적인 잣대, 남을 향한 잣대가 아닌, 내 딸이 남의 집에 시집가서 폐를 끼치지 않을지, 내 아이가 성숙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묻고 찾아간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더불어 사위가 될 아들에게도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신이 제안하는 어떤 길을 갈 생각은 있는지도 물었다는 그 말에 나는 뛸 듯이 기뻤다. 그녀의 아버님이 정말 고마웠다. 결혼의 성사를 떠나서, 내 아들에게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게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그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번 일로 내 아들도 참 많은 생각을 했을 거고, 한층 성숙할 수 있었으리라. 자신의 미래도 좀 더 멀리 내다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또 어떠랴! 사돈으로서 그분들을 보고 싶은것이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나보다 성숙한 어른으로서 그분들을 만나 뵙고 싶다. 그들의 딸과 우리 부부의 아들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평생 함께하며 배우고 따르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로 만난다면 지금의 이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도 그들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아니,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내가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다. 

 

55년의 삶을 지나, 56년의 삶으로 넘어가는 2023년, 깊은 성찰을 하게되는 새해구나. 얕은 마음의 부질없음을 느끼고, 깊이 있고, 성숙한 삶의 자세를 갖기 위해, 단아하고 고운 마음을 얻기 위해, 지적인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사돈어른이 될 그분께 감사드린다. 그 아이가 내 며느리가 되고, 그분들이 사돈이 되어, 예쁜 두 아이가 알콩달콩 곱게 살아가는 모습 보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이 새벽... 한없이 행복하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는 오늘을 더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시험을 위해, 내 미래를 위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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