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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시험 끝난 후 후회하지 않도록

by 짱2 2023. 1. 8.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졸리면 자고, 깨면 공부하고, 중간중간 먹으면서, 그렇게 오로지 세 가지만 하면서 일주일을 지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나 자신에게 파격을 안겼다. 그렇게 한 이유는 공부만 하면 졸린데(당연한 거겠지만), 그걸 억지로 참으며 공부한다고 해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아무 때고 졸리면 잠을 자고, 잠에서 깨면 공부를 해보자는 내 나름의 현명한(?)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꼭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밤 12시가 넘어가면 생각보다 능률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앉아있을 뿐, 머릿속으로 뭔가 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뿐이랴! 희한하게도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이 평소의 내 생활습관과 멀어지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틀간 남편의 부재에도 나는 아침 6시면 아침밥을 먹고 있었고, 저녁 6시면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배가 고팠고, 12시가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다시 잠이 찾아왔다. 신기하고, 또 흡족하다. 그만큼 나의 몸은 이미 이런 패턴으로 완전히 물들었다는 이야기.

 

 

 

지금도 12시를 넘겼다. 예전같으면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시간이다. 평소엔 10시면 잠자리에 드니까. 내일 아니 오늘이 되겠군! 일요일인 오늘부터는 다시 정상으로 생활을 할 생각이다. 시험 볼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낮에 잠을 많이 잔 덕분에 지금은 매우 컨디션이 좋다. 게다가 샤워도 하고, 머리까지 감았더니 싱그러운 느낌까지 들어, 지금 같아선 밤을 새울 것만 같다. ㅎㅎ 

 

상쾌한 마음으로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려니, 갑자기 일기가 쓰고 싶어 졌고, 또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고 있다. 

 

사회복지사 1급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느 날은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공부할 수 있는 여건, 상황이라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공부자체를 즐기자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가, 정말 재미있어서 콧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그야말로 혼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맴맴 맴돌고 있다. 이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6일 남았고,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시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스물다섯살의 아가씨는 카톡으로 '머리가 지친 건지 더 이상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 상태로 자기 페이스만 유지하면 합격이다. 그런데 오히려 초반에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나니, 정작 마지막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다 아는 것 같고, 뭘 더 해야 할지도 헷갈리고 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오히려 지금 이 시간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서 '남은 6일 동안 이렇게 저렇게 공부를 해야지'라면서 계획을 하고 있는 내가 더 낫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지겹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지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공부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거 같고, 내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을 거 같다.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백이십만 척의 배가 있는 느낌이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나만의 노트도 정리하며 예쁘게, 기분좋게 공부했을 텐데, 갑자기 하게 된 알바와 병행하느라 두 달의 시간을 빼앗겼지만(물론 그동안에도 공부는 조금씩 했기에 완전히 두 달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느슨할 수 있었던 공부를 더 빡세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명의 실습동기와 함께 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스물다섯살의 아가씨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그녀의 잘남과 잘난 척이 나를 더 자극했다. 나이로 지기 싫었고, 아이큐로도 지기 싫었다. 공부에 대한 노력이나 열정으로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보다 공부를 많이 못했던 것은 알바를 하게 됐던 것이니, 알바를 그만두면 그녀보다 훨씬 많이 공부하리라 마음먹었고, 또 그렇게 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공부 자존심이 이럴 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ㅎ

 

또 한명의 서른일곱 살 아가씨는 이제 내 지인 목록에서 아웃이다. 그녀가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동과 말들이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의 삶이 힘들었음을 알았기에, 그녀를 품어 안으려 했었는데, 늘 부정적인 마인드, 부정적이고 예의 바르지 않은 말에 나의 마음은 상처를 입었다. 좋은 사람, 고운 사람만 보면서 살아도 모자란 이 세상, 거칠고 모난 사람과 함께 하며 마음 다치고 싶지 않다.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던지 나는 이제 그녀를 내려놓았다. 시험 보는 날까지만. 그녀와의 인연은 그날까지 만이다. 합격여부를 알게 되는 날, 한 번쯤 연락? 만남? 합격하면 거기까지.

 

시험공부를 할 시간이 6일 남았고,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합격을 하겠지만(왜냐하면 최선을 다해 공부할거니까), 만약 합격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사람들에게 합격했다고 말하고, 10개월을 잊은 채 살아갈 거다. 그러다 시험 두 달 전에 조용히 공부를 시작할 거다. 그리고 즐겁게 공부할 거다. 그러면 되는 거다. 왜냐하면 나는 전혀 급할 게 없으니까. 

 

시험 끝나면, 즐겁게 놀고, 친구들 만나서 밥 사주고, 23년에 하겠다고 계획한 것들 하면서 내 삶을 즐길거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그러니 지금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할 거다. 시험 끝난 후,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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