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실습을 하며 만난 두 명의 동생들이 있다. 한 명은 이십 대, 한 명은 삼십 대. 둘 다 아가씨이다. 딸 같은 두 사람과 함께 공부를 하니, 나의 체력, 나의 몰입도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체감된다. 속상하지만 그것이 나의 현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젊은 두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나도 저 나이 때에 저랬더라면 삶이 바뀌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대견한 마음도 든다. 내가 언니뻘이라던가 엄마뻘이라던가, 나이가 많으니 나이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따위의 생각은 해본 적조차 없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고, 박수를 보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리고 물론 지금까지 특별히 마음 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십대의 아가씨는 체력도 좋고, 몰입도도 좋고, 학교 수업이 마침 병행이 되어 빠르게 흡수를 해 나가며 기출문제 풀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합격으로 신나게 달려 나가고 있는데...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이 부러웠지만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지도 않았는데... 또한 꼭 합격할 거라며 응원했었는데...
삼십 대의 또 다른 아가씨가 이십 대 아가씨에게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잠시 이성을 잃었다. 마치 나에게 머리가 나쁘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삼십 대 아가씨는 나에게 반대로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심히 이십 대 아가씨가 빠르게 흡수하는 게 머리가 좋다고 느꼈을 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상당히 마음이 상해버렸다. 내가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아직 이십 대 아가씨가 공부한 분량만큼 진도를 빼지 못해서 그런 거지, 내 머리가 나빠서 그만큼 점수를 못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만큼 진도를 나가기 위해서 열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이 있다 보니, 삼십 대 아가씨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빼쪽한 말을 한마디 던지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도 않는다.
하루가 지나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십 대 아가씨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허투루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은근히 강조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면에서 자신이 '강자'에 나는 '약자'의 편에 두고, 자신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떤 문제에 대해 톡으로 잠시 의견을 나누는데, 또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나도 그녀도 마음이 상할 거 같아서 이모티콘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나, 내 마음은 아직도 상해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좋다. 왜냐하면 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어디, 네가 감히 나를 얕잡아봤어? 내가 시간이 없어서 아직 진도를 못나가서 그런 거지, 앞으로 2주 동안 정말 열심히 해서 너보다 더 좋은 점수로 합격하고 말겠어~ 내가 누군데... 내 공부 경력이 사십 년인데, 네가 살아온 세월보다 두 배나 가까운데, 어디서 감히~~ ' ㅎㅎ
나이가 좋은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화가 나고, 부화가 치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발판으로 나를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는 것, 그리고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나이 자체가 어린 친구들을 이기고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
이제 2주 남았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것이고, 나의 몰입도는 점점 좋아질 거다. 난 합격할 거다. 떨어져도 합격이다. 난 1월 14일까지 최선을 다할 거고, 떨지도 않을 거고, 떨리지도 않고, 즐길 거다. 공부하는 이 순간, 이 시간, 시험 보는 그 순간, 그 시간을 즐길 거다. 그리고 지금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재미있게 살아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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