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논어'의 맨 앞에 나오는 문장이고, 모르는 이가 없는 문장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이 문장을 좋아했던 것은 첫 문장,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였다. 공부를 좋아하고, 내 삶 자체가 공부였던지라, 이 문장은 바로 나를 표현해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새해가 되면서 읽기 시작한 '하루 한 장 고전 수업'을 읽다가 평소 나에게 위안을 주던 첫 문장이 아니라 세 번째 문장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그 이유는 그에 따른 설명글 때문이었다.
첫 번째 문장은 '학습'을 권유하는 것이고, 두 번째 문장은 '소통'을 의미하고, 세 번째 문장은 '겸손'이라는 글.
뛰어난 학문과 수양을 이루었지만 사람들의 존경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배움, 그 자체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비결이자 지름길이다
바로 이것 '겸손'
나에게 부족한 이것. 나는 자존감이 높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존심이 세다. 그렇다면 아마도 자존감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쨌던지, 쓸데없이 강한 자존심이, 누군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미친 듯이 고개를 내밀고 나의 화를 키우고 분노를 분출시킨다.
어제, 친한 동생과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나의 잘남, 멋짐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 나래를 폈다. 내 안의 나를 펼쳐 보이는 것이 제일 즐겁고, 그런 과정에서 나의 꿈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되새김질하면서 나를 찾고, 행복을 느낀다. 일기로 쓰는 것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무언가가 꽉 채워지는 느낌. 사람들과 나누면서 느껴지는 충만감. 나는 이런 것들이 좋았다.
그런데..
폭넓게 배우는 것은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보여주는 데만 열중하면 말이 장황하고 지루해진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핵심적인 말 한마디다. 평범한 말이지만 그 속에 깊은 뜻을 담을 수 있다면 최선이다.
라는 문장으로 나는 나의 짧은 지식을 자랑한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남들이 듣기엔 장황하고 지루한 단어들의 나열은 아니었는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마침, 어제 한 언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왜 주변 사람들이 힘들게 왜 공부하느냐고 말하면 흥분하느냐고. 그 사람이 뭐라고 말하던지 내버려두면 될 것을, 너만 너의 할 일을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예민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그건 나의 뾰족함이고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내가 그렇게 생긴 것을 뭐 어쩌겠냐고. 생긴 대로 살아야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렇게 말하는 언니도 남의 말에 예민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게 나의 '사색'의 1순위 '담론?'으로 떠오른 문제가 오늘 아침 글로 쓰여져 나에게 답을 던지고 있었다. 그 언니의 말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내 생각이 그런 거고, 그게 건드려지는 게 싫은 것뿐. 그 이유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식의 자랑, 겸손... 이 단어들이 나의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 날카롭게.
나의 공부의 길은 나를 위한 공부의 과정이고,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건강을 생각하라며 혀를 차는 느낌이 들면, 건강하지 못한 나를 안쓰러워하고, 기를 쓰며 살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를 비웃는 거 같아서 내 안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결국 낮은 자존감이 남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채워지고 싶었던 것.
가야 할 길이 멀다. 자존감도 높여야 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함도 키워야 하고, 겸손함도 배워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익히고 성숙해져야 한다. 어쩌면 나 자신이 이토록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토록 공부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 길을 가고 있는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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