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같은 1박 2일의 꽉 찬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약속이 있다는 것이 너무 부담이 되었다. 먹고 싶어서 구입한 딸기를 먹을 시간도 나지 않을 거 같았고,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도 너무 일러서 부담스러웠고, 나의 체력의 한계가 걱정되었고, 지치도록 돌아가는 일정이 무거웠고, 쉬고 싶었다. 미안했지만, 그녀에게 다음날을 기약하며 약속을 미뤘고, 오늘 하루를 선물 받은 듯,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 남편이 돌아오면 함께 먹기 위해 쌀을 씻어놓고, 저녁 상에 오를 생선을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며, 읽어야 할 책을 읽으며 보내는 행복, 해야 할 빨래와 마음먹었던 대추차를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사용한 그릇들을 모두 깨끗이 씻어 물이 빠지도록 엎어 놓은 후에 느껴지는 개운함... 난 오늘 이런 행복감에 빠지고 싶었다. 약속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나가 힘들게 만남을 갖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만남이지만, 여행 후의 피곤과 함께 하는 만남을 원하는 건 아니었으니...
내 삶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끝낸 후, 마치 숙제하듯 약속을 잡다보니, 나 스스로가 약속에 치여서 힘이 든다. 내가 원했던 건 2~3주에 한 번 정도 있는 약속인데, 매일매일이 약속이다 보니 이젠 힘이 들고 재미가 없다. 또한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운동은 꾸준히 하고, 독서도 많이 하고, 사색을 통한 나와의 대화도 많이 하고 싶었는데, 무언가에 휘둘려 가는 느낌이 싫었다.
지인들과의 만남이, 아니 좀 더 원초적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많은 지인들이 내게 과연 필요한걸까? 작년과 같은 고민이다. 사람들을 내려놓으려 했던 시간, 그러려고 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으나, 나의 성향이 사람을 좋아하고, 서로 아끼는 마음 나누는 것이 행복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시험이 끝나면 열심히 만남을 가지리라 생각했는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경제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 나는 다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적당히 하자. 만나는 사람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만나는 간격도 적당히 거리를 두자고. 내가 베풀 수 없는데, 그러면 나는 맘 편히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 다음 주까지 잡은 약속 마무리되면 조용히 공부하자.
왜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만나야한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 많은 건가? 이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오늘은 문득, 나의 재정상태, 나의 시간, 나의 마음이 모두 혼합되어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날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편한 마음으로 밥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 싶다. 그러면 지금과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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