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내 꿈을 이룬다 VS 50억을 받는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골고루 선택했다.
나는 '돈이 무슨 소용이냐'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꿈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예상했으나, 50억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들의 이유를 들으면서 크게 공감했다. 50억을 받아서 가족과 럭셔리 여행을 하고 싶다, 내 꿈을 위해 투자를 하고 나머지는 기부를 하겠다 등등의 이야기였다. 맞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이 선택지를 제시한 사람은 꿈이 중요한지, 돈이 중요한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었을 텐데, 어쩌면 질문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설거지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런저런 대답과 이유를 듣다가, 문득 '5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문장에 꽂혔다. 5년... 의사들은 흔히 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암에 걸린 후, 5년이 지나면 완치다'라고. 물론 완치란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멀쩡한 사람도 불쑥 암에 걸리는데, 암이 발병된 사람은 추후에 재발, 전이될 확률이 얼마나 많은지. 당연히 완치란 있을 수 없고, 5년이 지나도 계속 건강관리 하면서 자신의 몸을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는 5년이 지나면 '관해'라는 표현으로 완치와 비슷한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절대로 관해 또는 완전관해라는 말을 믿지 않지만, 어쨌든 그들이 하는 표현대로라면, 올해가 나에겐 암진단과 수술 후 5년 차이니, 이제 그 '관해'라는 단어를 들을 때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게 '5년밖에 못산다'는 문장과 나의 '암발병 5년 차'라는 문장이 오버랩되면서, 죽음과 마주했던 그 시간으로부터 벌써 4년을 지나 5년차로 흘러가고 있음에 새삼스럽게 내 삶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덤으로 사는 삶'이었던 내 삶을 돌아보니, 스스로 대견하고, '인간승리'로 표현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의 삶의 주기를 5년씩 나누어 생각하면 어떨까? 보통의 사람들은 10년 주기로 생각할 거 같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그런데 10년은 왠지 너무 길어서 그 먼 미래를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지만, 5년이라면 또 왠지 상상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고, 5년 후의 꿈을 위해 지금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목표도 훨씬 정하기 쉬운 느낌이다. 대학생활도 4년이고, 휴학이라도 한다면 5년이 걸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니까.
2018년 12월에 내 몸에 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9년 1월에 암 수술을 했다. 2019년이 1년차, 2020년이 2년차이니, 올해 2023년이 5년차가 되고, 내 나이도 만으로 55세가 되니(올해부터 우리나라도 만 나이로 계산한다), 계산하기 딱 좋다.
그러하니... 올해는 암으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나는 한 해가 되자. 운동으로 몸 단련하고, 근육도 만들고, 근력도 키우자. 먹는 것도 신경 써서 몸무게도 늘리자.
그토록 원하던 책 읽는 시간도 늘려서 책도 많이 읽고,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색하고 정리하는 시간도 갖고,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갖자.
디지털 능력도 키워서 스스로 자신감 키우고, 영어실력도 올해는 확실히 키우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했지만, 사실 꼭 취업이 목표는 아니었다. 디지털튜터 자격증도 공부하고, 디지털튜터로 일도 잠시 했지만 이것 또한 취업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씩은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나 스스로의 건강에 대한 염려로 쉽게 취업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계약직이나 알바 정도만 생각했을 뿐...
그런데 어제, 그동안의 내 삶(암 발병 후 4년간 살아온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는지 깨달았다. 그건 질긴 생명에 대한 욕심도 아니었고, 취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욕망도 아니었다. 그냥 삶 자체였고, 그게 나였고, 나의 살아있음의 표현일 뿐이었다. 나의 몸부림이었다. 행복한 몸부림. 그리고 행복했다.
나는 이미 행복했었다. 나라는 사람은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사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웠고, 안락하고 정갈한 나의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게 먹고, 편히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운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나의 남편, 나의 아들... 나의 보석과도 같은 두 사람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눈 감을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모두 했고, 이루었고, 아쉬움이 없다.
그러다 만난 죽음, 받아들였고, 그러나 무서웠고, 또 그러나 받아들였다. 그렇게 5년차... 내가 무엇을 더 이상 바랄까? 잠시 잊었던 덤으로 사는 나의 삶이 어제 훅~ 하고 내게 밀려오면서 뭔지 모르지만 일을 하고 싶다는 얕은 희망이 마찬가지로 훅~ 날아가버렸다. 모른다. 언제 또다시 훅~ 하고 다시 밀려올지. 그러나 오늘, 나는 올 한 해는 일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어졌다. 물론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왔지만, 조금은 나를 압박하던 '돈'과 관련된 것들이 훅~ 하고 밀려난 느낌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올 한 해는 일고 상관없이, 한 푼어치의 돈과도 관계없이 그냥 살아보고 싶다. 그러다 일이 내게 주어진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스스로 찾아 나서지는 않겠다. 디지털 관련 일을 공부하겠지만, 돈이 주목적이 돼서 하지는 않겠다. 그쪽을 향해서라면 천천히 가겠다(이렇게 쓰다 보니 데이터라벨링도 2월에나 시작해야겠다).
오늘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보자. 예민하게 뾰족해지지도 말고, 나만 보면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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