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만남, 관계... 요 며칠 동안 계속 내 안을 맴도는 단어들... 나는 이렇게 만남을 왜 지속하고 있는가! 내려놓지 못함인가? 내게 필요한 사람들이고, 인연을 맺어가야 하는 사람들인가? 나의 에너지와 금전을 소비하면서 이들과의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인 중 한 명은 늘 말한다. 흘러가는 대로... 난 그녀의 이 말이 참 싫다. 뭘 흘러가는 대로 둔다는 건가? 그녀는 사람과의 만남을 방관하는 것이지 않은가! 마음 가는 대로 놔두고, 그들이 불러주면 고맙게 나가고, 내 마음이 당기면 나가고, 아니면 말고. 그건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얘기지 않은가! 물론 그녀의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존중한다.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듯이 그녀도 나의 이러한 마음을 존중해야 하지 않는가! 나의 사람에 대한 애정,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고, 소중히 만나려는 이 마음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라는 말은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고, 그녀가 사람과의 관계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러므로 마음이 여린 나는 그녀를 멀리할 수밖에 없는 것.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흘러가는 대로 그녀를 버려둬야 하고, 또 그녀의 말대로 그렇게 그녀와 멀어지면 그것 또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는 이야기. 말이 되는 말이지만, 또 말이 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왜냐하면 그만큼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그건 나의 근본과 맞지 않기에...
오랜만에 연락해 오는 지인에게서 느껴지는 사람냄새... 고마움... 그녀는 그것을 누리지만, 남에게는 베풀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또한, 생각이나 사색의 깊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닥치는대로, 그녀의 말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간다는 의미. 이런 부분에서도 그녀와 나는 가까워질 수 없다. 나의 깊은 사색을 그녀에게 내 보였을 때 그녀의 무심한 말 한마디...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라. 마치 자기가 법정스님이나 법륜스님이라도 된 듯이, 달관한 듯이 내뱉는 그 말... 그것이 난 참으로 싫다. 내가 오래도록 생각하며 이러이러한 마음이었노라고 말했을 때, 함께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그 말 한마디로 끝내버린다. 그러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들, 말한 것들이 모두 무참히 무너지는 느낌. 난 지금 뭘 한 거지? 싶다. 그녀가 법정스님처럼 자기 성찰을 통한 성인으로 거듭난 건가? 나는 그에 못 미치는 미천한 생각의 소유자인가?
아마 그녀도, 자신이 나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을때, 내가 그녀에게 물 흐른 대로 살라고 말한다면 어이없을 거다. 세상 모든 일을 그 말 한마디로 끝내버린다면, 대화는 왜 있고, 자기 성찰은 뭐 하러 필요하고, 사색은 왜 하는가! 그게 자신의 모토라면, 자신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인데,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모두 그 문장으로 끝내버리면 상대는 뭐 하러 그녀에게 이야기를 풀어낼까? 그녀와 왜 만날까? 만약 그녀가 그 말처럼 성찰하고, 행동하는 성인군자라면, 상대가 스스로 깨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그 문장 하나로 끝낼 것이 아니라.
얼마 전, 그녀와 단둘이 만나 대화를 나누며 참 좋았었다. 그러다 또 '물 흐르는대로'를 듣고는 내 마음은 갈피를 잃고 말았다. 나의 사색의 결과물들이 모두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랬구나!' 하는 공감 한 번 '꾹' 눌러주면 좋을 텐데... 왜 모든 것을 '물 흐르는 대로'라는 문장으로 끝내버리지 싶었다. 아쉬음이 남았고, 어제 또 그녀와 대화하며 또 '물 흐르는 대로'를 들으니 내 마음에서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이 폭파되는 느낌이었다. 여기 까지는구나. 그녀와 나는. 그녀와 나의 대화는. 그녀의 말에서 내가 배울 것을 찾고, 나의 말에서 그녀가 울림을 받고,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의 장을 펼치길 바라는 내 마음이 이젠 '멈춤'이 되어버렸다. 아! 여기 까지는구나... 너와 나는... 이제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단체 모임 외에는 갖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대화 속에서 깊은 공감을 하고, 깊은 나눔을 할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만남'이라는 이름의 것을 공유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떠올려본다. 나와 공감대 형성이 되거나, 나에게 매력적이거나, 내가 즐겁거나 하지 않은 모임이나 사람이 있는가? 있다. 그럼 답이 나왔다. 그 모임, 그 사람은 만나지 않기!!! 그저 톡방으로 이야기 나누는것으로 만족. 그들이 만나자고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
시험이 끝난 후, 그동안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 모든 이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만나기 시작했다. 그런 후, 바로 후회했다. 내 체력, 내 시간, 내 돈의 소모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만남은 갖지 말자. 오늘 이 시간, 이 사람과 함께여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되지 않을 모임은 만들지 말자. 그들이 잊혀가도, 내가 그들을 잊어가도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지인이 말하는 '물 흐르는 대로'이던지, '의도적'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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