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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항암 4차

by 짱2 2019. 5. 4.

벌써 항암 4차. 

반은 지나갔고, 이제 반이 남았다.

 

나의 항암은 8차에 걸쳐 이루어지고,

항암 첫날은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한시간 기다린 후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혈액 검사 결과가 좋으면 주사실로 가서 '옥살리플라틴'이라는 주사를 2시간에 걸쳐 맞는다.

이 약은 우리가 흔히 아는 링겔주사약처럼 생겼다.

그런후 2주치의 항암약 '젤로다'를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한다.

2주가 지나면 1주간 휴식기를 가지고,

다시 병원에 가는... 3주 프로그램이다.

3주마다 병원에 가야하고, 피를 뽑아야 하고, 종양내과 담당 의사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이렇게 8회를 견디면 8월초순 끝이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1차.

당했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암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느껴야했다.

의사선생님도 처음부터 나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줄수는 없었으리라.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혀 알수 없었으니까.

 

첫 '옥살리플라틴'을 맞고 나오는데, 아직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의 벽면을 만지는데, 엄청난 손의 저림.

차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만졌는데, 또 느껴지는 엄청난 손의 저림.

아~ 손발저림이 있을거라더니.. 바로 이거구나.

 

문제는 심한 오심(오한과 구별해야함. 오심은 구토증세임)이었다.

이건 마치 임산부가 느끼는 입덧과 같다. 그것도 아주 심한...

나는 아들을 임신했을때도 느껴보지 않은 입덧을 엄청 심하게 느껴야만 했다.

비닐봉지를 옆에 두고 계속 구토를 해야만했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 속에서 넘어오는건 아니었다.

구역질만 해댈 뿐.. 그저 침만 뱉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비싼 영양수액도 맞았다.

 

그렇게 1차를 끝내고, 2차 항암을 하러 병원에 갔을때

의사선생님께 나의 증상을 얘기했고,

진토제와 정신과 약도 처방받았다.

나의 구토 증세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내 머릿속 일이라며 의사선생님께서 필요할거라하셨다.

독한 약에 대한 내 머릿속 반란인가보다.

 

그렇게 2차를 1차보다는 편하게 보냈고, 3차를 맞이했는데..

이번엔 굉장한 설사와 복통이 나를 엄습했다.

뭘 잘못먹었는지.. 이틀간 복통과 설사로 도무지 견딜수 없어 동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고, 영양 수액도 맞았다.

그런데 내가 늘 느끼는것은, 동네 내과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것이다.

나의 복통은 잘못먹은 것이 모두 안정이 될때까지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의사는 비싼 수액을 맞히는 것으로 돈을 버는것뿐이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하루 20~30회의 설사를 견뎌낼 방법은 결국 수액뿐...

 

어제 4차 항암을 하러가서, 나의 3차 항암 과정을 설명했더니..

내가 먹어야 할 약이 또 늘었다.

아~ 난 정말 약먹는거 싫은데..

항암약 젤로다도 억지로 먹는데, 거기에 진토제, 정신과 약, 식전 약, 지사제..

그야말로 '약 잔치'다.

 

난 지금 4차 항암투약기 둘째날이다.

조금이라도 차가운건 손을 댈수도 먹을수도 없다.

손발만 저린것이 아니라, 혀끝과 입천장 부분까지 저려서 아무맛도 느낄수가 없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 휴약기가 오기만 기다린다.

그때는 시원한 수박도 먹을 수 있다.

메로나도 먹을 수 있다.

몸에는 차가운 것이 해롭겠지만, 잠시 느껴보는 행복이다.

 

앞으로 겪을 나머지 4회의 항암치료는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항암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는데..

지금처럼만 진행이 된다면 이 악물고 견뎌낼 자신이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죽고 싶을만큼 많이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이보다 심하지 않으면 견딜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견뎌내야 한다.

난 살아야 하고,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아파보니, 내 주변의 많은분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깨달았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그분들께 해드릴것도 많다.

오래 살면서 두고 두고 갚아야 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견뎌낼거고, 살아남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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