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몹시 고프다.
아침에 죽을 먹은 후 물 외에는 먹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왜 그렇게 죽이 싫은지 모르겠다.
그리고 수술 후 그토록 싫어하는 죽을 주구장창 먹었으니, 지금의 내가 죽을 싫어하는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젠 본죽의 새로나온 홍게 올린죽 글자만 봐도 구토가 일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공유도 싫어지려고 할 정도니...
그래서 아침에 죽을 먹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냉동실에 몇개로 소분해 넣어둔 밤죽과 호박죽 몇개를 버려버렸다.
그리곤 수박 몇조각을 먹고, 누룽지를 끓여서 그 물만 마시고 버티고 있다.
오늘 밤 12시부터는 물도 못마신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배가 고파 죽을거 같은건..
먹으려고 그렇게 애를써도 식도에서부터 밀어내는 반응으로 도무지 먹을수가 없었는데..
먹으면 안된다고 하니까, 이토록 먹고싶은건
내 몸 어딘가가, 아니 구석구석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럴수밖에..
나의 몸은 내게 계속 경고를 보냈을텐데..
무딘 주인은 그것도 모르고 위와 대장에 암덩이를 키우고 있었으니..
결국 위와 대장을 절제하게 만들었으니..
내 몸은 나에게 무척 화가 있을것이다.
그래서 식도부터 항문에 이르는 모든 소화장기들이 지금 나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제 주인에게 몹시도 화를 내고, 제 맘대로 행동한다.
못난 주인은 배를 쓸어주며, 눈물을 흘리며 속삭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화내지마. 앞으로는 잘할께."
참 신기하다.
그러면 배가 고요해진다. 평화로워진다.
잠시 위안을 받는가보다.
하지만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양인지 가끔씩 엄청나게 화를 내어 주인을 괴롭힌다.
주인은 속수무책 통증을 견뎌야만 하고, '죽음이 더 편안할까?' 하고 잠시 생각을 한다.
'죽는건 쉽니?' 또다른 내가 말한다. '어떻게 죽을건데? 그리고 이정도도 못견뎌?'
'아들 결혼식에 너가 없으면? 너가 없으면 아들이 올해 결혼식을 올릴수나 있고?'
아들의 결혼식만 떠오르면 눈물부터 흐른다.
나때문에 아들의 소중하고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다.
아니.. 아들의 결혼식에 예쁜 모습으로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의 고통에서 나를 견디게 한다.
'항암.. 견뎌낼거야.. 그래서 꼭 우리 아들 결혼식에 예쁜 한복입고, 예쁘게 단장하고 손님 맞이를 할거야.'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그러다 또다시 통증.. '아~ 죽고 싶다. 죽을만큼 아프다.‘
다시 배가 고프다.
아프고, 죽고싶고, 견뎌내고, 그러다 굶으니 배도 고파지는구나..
내일 위 투시 검사를 위해 오늘 굶는다.
내일 오전도 굶는다.
그때까지 배가 고프겠지.
항암치료로 아무것도 못먹을때 이 느낌 그대로 되살려 먹는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나의 식도에게 일깨워주자.
난 그 무엇보다 식도를 달래주어야 한다.
수술 한 곳은 위와 대장인데, 식도는 나한테 왜 이토록 화가 났을까?
아무튼 내 몸의 모든 장기들아~ 미안해. 나를 용서해주면 안될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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