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9일 입원..
입원전부터 온갖 검사를 다했고,
입원한 날부터 대대적인 장비우기가 시작됐다.
먹은것 없이 몇분마다 화장실로 직행해서 나오는건 전해질이라 불리는 물질까지 다 꺼내어 놓았다.
두려움과 긴장,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한채 1월의 마지막 날 31일 저녁 6시에 수술실로 향했다.
침대로 이동하며 천장으로 향해진 내 눈에, 엄마와 아빠와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데..
그저 잘 하고 오라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뿐.. 나도 그저 고개만 끄떡였을뿐..
차가운 수술실 밖에서 20분쯤 대기..
수술실에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마취제 투입..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엄청난 통증으로 나는 흐느끼고 울부짖고 있었다.
기운없는 울부짖음..
내 배에 무얼하신건가요?
붕대로 둘러싸인 내 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을 선사했다.
산소호흡기, 소변줄, 어깨통증, 너무나 건조한 입술, 목마름...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엄청난 배의 통증..
아빠는 엉뚱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나를 위해 왼쪽 어깨를 주물러주시고,
엄마는 발을 주물러 주시고,
남편은 졸면서 입술에 물을 축여주었다.
(이 상황에 잠이 오니? 참... 나...)
앞으로 6시간 이상은 이렇게 아플거란다.
헐~ 그 긴시간을 어찌 견디라구요?
해가 뜬다. 6시간은 지나간듯하다.
진통제의 힘으로 조금 잠들었다.
고통의 클라이막스는 사라진듯하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일주일이 흘렀다.
병실은 6인실이었으나, 마침 설 연휴가 있어서 4명의 환자는 퇴원을 하고,
두명만이 6인실을 지켰다.
마치 호텔에 온것처럼 편안한 며칠을 보냈다.
입원한지 9일 만에 집으로 가란다.
이젠 해 줄 것이 없는가보다.
나도 집이 좋다. 난 전형적인 집순이 체질이니까.
집에 와서 엄마가 해주는 죽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뭘 해야할까?
평소에도 TV나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나의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스타일인데..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우리집 베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베란다 커튼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예쁜 화초를 키우는 거야.
얼마나 예쁘겠어?"
당장 인터넷으로 천을 구입하고, 일일이 손으로 한땀한땀 바느질을 해서 베란다 커튼을 해 달았다.
아래 사진처럼..
일부러 언밸런스로 했고,
볕이 들어오게 너무 크게 만들지 않았다.
두개의 커튼 사이에는 몇년전 우리 아들 여친(이제 예비 신부)이 사온 화초가 키가 엄청 자라서 바구니에 담아 걸었더니
훨씬 분위기가 좋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쉬지 왜 저러고 있는지.. 수술하고 온 사람이 맞는지..
지인들은 그렇게 큰 수술을 하고 오면 침대에 몸져 누워, 누가 해다 주는 음식 먹고 또 다시 잠드는 레퍼토리를 상상하는거같았다. 아니면 요양병원으로 가서 다른 환자들과 자신들의 병과 식단에 관해 얘기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내는걸 상상하는거 같았다. 난 아니다. 내 인생을 침대에 누워 엑스레이나 찍어대고 싶지 않았다. 15년간 만두만 먹으며 TV 프로그램만 열심히 본 최민식이 되고 싶지 않았다.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이고, 내 몸에, 내 맘에 에너지를 듬쁙 넣어두고 싶었다. 그럴수만 있다면...)
병원에서 돌아온 그 첫번째 작품이 베란다 살리기 프로젝트!!!
딸이 집에서 예쁜 꽃을 보면 아픈것도 잊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가 싶었는지,
가끔씩 엄마가 꽃이 피는 화초를 사오시고,
남사친이 두어개 선물하고,
나도 몇개 싼것들로 사다 놓으니 제법 예쁜 화단이 되었다.
난 큰 화초는 별루 좋아하지 않는다.
비싸고, 잘 못 키워 죽으면 너무 안타깝다.
싼 화초를 여러개 포개 놓으면 그게 더 풍성하고 예쁘다.
이젠 건조기를 구입해서 빨래를 널을 일이 많지는 않지만..
베란다 공간을 구별하고 싶어서 중간을 천으로 가려보았다.
저 하얀 두 조각의 천도 일일이 손으로 홈질를 해야했다눈... ㅎ
아랫부분까지 다 늘려 가리면 답답할듯 해서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었는데..
저기 보이는 빨래대와 호스는 어쩔꺼임 ㅠ
퇴원 후 나의 첫 작품.
완전히 맘에 든다.
햇볕이 따뜻하게 베란다를 비추어주면,
가볍게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노란색 간이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가, 바깥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정면은 아파트이지만, 노란의자에서는 산과 개천이 보인다.
날씨의 흐름과 바람까지 느껴진다.
햇살과 꽃을 보는것만으로도 내 안의 긍정에너지가 솟아오름을 느낀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산책길 (0) | 2019.05.10 |
---|---|
위암 초기입니다. 그리고... (0) | 2019.05.09 |
쓰앵님, 제 식도는요? (0) | 2019.05.07 |
항암 4차 (0) | 2019.05.04 |
위 투시 검사 (0) | 2019.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