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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쓰앵님, 제 식도는요?

by 짱2 2019. 5. 7.

일주일 전, 하루를 꼬박 굶고, 위투시 검사를 했었다.

기운도 없는데.. 먹는것도 고통인데..

하얀 물약을 먹이며, 이리 뒹굴어라, 저리 뒹굴어라 하며 나를 괴롭힌 그 검사의 결과를 오늘 들으러 갔다.

내가 제일 궁금한건.. 

암덩어리 때문에 내 몸의 일부분을 잘라냈는데..

그것도 위와 대장을 잘라냈는데..

"쓰앵님, 제 식도는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요?"

 

역시나 의사선생님은 위 담당이시라..

식도에서 바로 연결된 소장과 반 남은 위를 그림으로 그리시며,

시간이 해결해 주실거라고..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흠............

그건 나도 아는 대답. 

아주 뻔한 대답.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나.

'아... 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요...'

 

그래도 수술은 잘됐고, 소화는 제대로 되고 있다며,

앞으로 4개월후 9월에 보자시니..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는것으로 만족한다.

 

똑 떨어지는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제법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울대 병원 앞, 락앤락 카페로 가서,

샌드위치와 포도주스를 시켰다.

차가운 포도주스는 역시 내 혀안에서 따끔거리며 반란을 일으켰고,

난 차가운 느낌이 지나길 기다려 조금 마신후 텀블러에 나머지를 담아 집으로 가지고 왔다.

이젠 못다 먹은 음식은 싸가지고 오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락앤락 카페, 대학로, 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

2011년 영문과 편입으로 시작된 뒤늦은 나의 대학 생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를 변화시켰는가!

대단한 열정으로 대학로를 들었다 놨다하며, 내 나머지 인생을 불태우려 했던가!

그 열정이 내 몸을 쓸어내었을까? 

시도때도 모르는 열공의 시간이 어쩌면 내게 힘겨운 스트레스로 다가왔던걸까?

학우들과의 빛나는 술자리가 내 장기들을 위험으로 몰아갔을까?

 

분명 행복했는데..

그 행복으로 내 삶은 충만했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며 뿌듯해했고, 

영어선생님으로 자리잡으며 어여쁜 아이들과의 시간으로 이 세상 다 가진듯 했는데...

 

누군가 나를 시샘한걸까?

내가 너무 잘난척한걸까?

아님 내게 이런 호사는 어울리지 않는걸까?

 

내 열정의 큰 부분이었던 대학로는..

이제 아픈 몸을 이끌고,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오가는 쓸쓸한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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