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취직 결정 이후, 여행과 지인들 만나기, 줌강의까지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매일 새벽마다 하고 있던 새벽루틴이 느슨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뿐인가! 날마다 하던 공부도 못하고, 10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던 것이 이젠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든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이 어수선한 느낌이 들고,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고, 자꾸 잘못된 곳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무리해서 도서관으로부터 책을 여러 권 대출했기에, 이것들을 읽느라 그리고 여행하느라 생활이 흐트러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새벽루틴과 잠자는 시간, 그리고 공부를 놓치고 있기에 내 마음이 이토록 불편한가보다.
그러던 중에 어제 읽고 있던 책에서 '정리'라는 단어가 계속 눈에 들어왔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미니멀'이라는 말이 계속 귀에 들렸다. 살림살이, 서랍 안, 옷장, 냉동고 안, 책상 위... 나름대로 깔끔한 편인 '나'임에도 물건들에 치여 사는 것은 아닌지...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으로, 숙제가 쌓여있는 느낌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불편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닌지 싶었다. 비워내야 하는데, 정리되어야 하는데, 깔끔한 느낌, 손웅정이 말하는 담박한 느낌을 가져야 하는데, 그와 반대되는 느낌으로 사는 것 같다. 뭣 때문일까?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일들이 많은가 보다. 그리고 살림살이가 많은가 보다.
옷도, 살림살이도, 화장품도, 해야 할 것들도 많은 나의 주변, 그리고 나의 삶... 말로는 미니멀을 외치면서 전혀 미니멀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으니, 말과 행동이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이런 감정이 드는것이 당연하지. 사람도 마찬가지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만나느라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써버리고 있다.
그렇다 해도 내가 가진 것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일순간에 정리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이미 굳어버린 삶의 경험과 습관이 쉽게 고쳐질리는 만무하다. 다만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내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쯤 되면, 걷어낼 것들 걷어내고, 버릴 것들 버리고, 담박한 삶, 단순한 삶을 살아낼 준비가 좀 되어있지 않을까? 지금은 무언가를 사고 싶으면 집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있는 것부터 소비하는 습관을 만들면 될 것이다. 그것이 버리는 것보다 먼저일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필요 없고, 앞으로 1~2년 동안 전혀 쓸 거 같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자. 일주일에 한 두 군데씩 정리하고, 장 보러 가기 전에 냉동고 음식 먼저 살펴보고, 돈을 쓰지 않는 것부터 생각하자. 설레지 않으면 버리자. 마찬가지로 설레지 않으면 사지 말자.
내가 앞으로 벌게 되는 돈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좋은 사람들에게 맛난 밥 사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잘 쓰일수 있도록 연구해서 내놓을 수 있도록 하자.
돈도 돈이지만, 또 물건도 물건이지만, 나에게 지금 절실한 것은 마음 정리같다.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 믿음, 기대 등등의 감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 의해 일희일비하는 연약한 마음부터 추스르고, 시간이 나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그 마음부터 고이 접어 넣어두고, 그 시간에 나만의 휴식,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자. 누군가를 만나 수다 떨며 결국 마음을 다치기보다는 향기롭고 맛난 커피를 파는 예쁜 카페를 찾아서 나만의 시간을 갖자.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는 시간을 갖자.
이제 일을 시작하는데, 사실 어떻게 흘러갈지 아직 감을 잡을 수 없어 내 마음이 더 혼란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일주일에 하루를 일하던지, 3일을 일하던지, 아예 5일을 일하든지 간에, 오전 시간은 고스란히 나만의 시간이란 것. 그렇다면 나는 오전 8시부터 정오 12시까지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연구하고, 착실하게 실천해 가면 된다. 아마도 이 시간 동안 영어공부 세 시간과 운동 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만 보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리라. 꼭 그렇게 매일 실천할 수 있기를...
놓치고 있던 새벽루틴, 아침루틴, 저녁루틴, 이제 다시 시작하고, 공부하는 습관도 다시 물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