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포지션을 잡으라고 하면서 나의 포지션을 짚어주는 건 뭘까? 미안함일까?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감추려는, 또는 자신도 잘 모르겠는 거겠지. 그녀의 그런 마음도 이해가 된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가려다 보니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덩달아 나까지도 혼란스러워할 것이 분명해 보이니 미안한 마음도 있으리라. 다 이해가 된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도 당황스러웠다. 나의 포지션이 뭐지? 논술인가? 영어인가? 잡일하는 잡부인가? 이러다 사방팔방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하겠네... 그러다 문득, 어디 식당에서라도 일하고 싶어 했던 얼마 전의 내가 떠올랐다. 체력도 안되면서 '저기 있는 저 식당에서 점심시간만이라도 일할수는 없을까?'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단돈 몇 푼이라도 벌 수는 없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렇다면 학원에서 아이들 수업 지도하는 잡일이라면 고급일에 속하는 거 아닌가!!
조삼모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음도 생각했다. 지금 좋아 보여도 후에 보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지금은 좋지 않아 보여도 후에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그건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녀의 말에 싫다좋다 말할 것이 못된다. 우리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부원장'이라는 타이틀이 결국은 온갖 일을 해야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원장님은 더 많은 잡일을 하고 있으니, 내가 그 옆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빨리 알수록 나의 입지도 커지고, 시간이 흐른 후, 내가 또 어떤 멋진 일을 추진할 때 도움이 되는 일이 되어줄 수도 있으리라.
그뿐인가! 월급은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만 받으면 감사히 받을 마음이었으니, 이렇게 일을 하면 내가 생각한 월급 이상이 따라올 것이고, 나는 충분히 만족하지 않겠는가! 사람의 마음이 뒷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하니, 나도 시간이 흐르고 나의 입지가 커지면, 더 바라는 마음이 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못하겠으나, 이전 학원에서 정쌤이 하는 것을 보니, 진득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하면, 누구라도 그 마음을 알고 챙겨주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 학원이 원장님만의 학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학원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면 애착도 생기고, 열정도 생기고, 일하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그저 돈 얼마 더 챙겨 받을 생각으로 일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직장생활이 될 것인가! 학원이 잘 돼서 원장님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나는 바쁘다는 비명을 지르며 일을 하겠지만, 얼마나 기쁠 것이고, 더불어 콩고물이라도 떨어진다면 감사히 받으면 될 일이고,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냥 내 것이 아닌가 보다 하면 될 일이다. 돈에 대해서는 욕심부리지 말자. 만약 시간이 흘러 욕심이 생기면, 초심을 돌아볼 수 있도록 성당에 나가고, 마음 챙김 영상도 보고, 명상도 하면서 나를 다스리자.
어제, 그녀가 나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제안할 때, 혼란스러움과 함께 더불어 든 생각은, 그녀가 나를 믿고 있다는 것. 오랜 세월을 지나왔지만, 한 달 반동안 함께 일하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음을 느꼈다. 물론 그녀는 원장으로서의 계산법으로 나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런 모든 말들도 믿음이 아니면 할 수 없었으리라. 나의 이 마음이 오해라면 또 어떠랴. 내가 좋게 생각하면 좋은거지. 그녀가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일을 열심히 하자. 나의 학원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자. 나이 들어서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하며 열심히 하자. 봉사도 하는데, 친한 동생 일 도와주며 월급도 받으니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자.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의 힘듦을 이해해주고, 예쁘다 해주고, 너무 과장하지도 말고,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말고, 내 할 일 하면서, 행복하게, 즐겁게 살자~~ 가장 중요한 것!! 건강 꼭 챙기자! 절대 스트레스받지 말고, 운동하고, 잘 챙겨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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