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거나 정리가 안된 듯 혼란스러울 때면 친구를 찾게 된다. 내 마음을 전달하고, 그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탓이다. 누구나 그런 한지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는 유달리 이런 증상이 심하다. 결국 깊은 심연으로 내려가 나를 온전한 나로 바라보며 깊은 성찰을 통해 얻어낸 결론만이 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해결책의 실마리가 되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음을 알면서도, 늘 어리석게도 가까운 지인을 찾아 마음을 풀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결과는 대화를 나눈 대상과 더 이상 이런 대화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원장과의 월급문제와 그녀의 자기 방어적 언어체계에 내 마음이 많이 상했다. 학원을 그만 둘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흘러간다면 내 월급은 추후에라도 오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학원을 올 때, 나는 어느정도의 나의 발전과 높은 월급을 꿈꾸었다. 그만큼 비전이라는 것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인데, 과연 그 꿈이 실현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많이 실망스러웠고, 그녀의 방어적 언어체계에 늘 마음 상하게 될 나의 멘탈이 걱정되었다.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메모수첩에 기록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좋았을것을, 나는 또 섣부르게 지인을 호출했다. 그리고 한 명의 지인에게서 역시나 마음을 다치고 말았다. 물론 그녀는 나에게 위로를 해주기도 했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위로와 그 조언 뒤에 숨은 그녀의 '잘난 척', '깔봄'등이 보였고, 그녀의 왜곡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되로 주려다가 말로 받은 느낌. 혹 떼려다가 혹 붙이고 온 느낌... 역시, 아닌 사람은 아닌 것이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나와 결이 같지 않은 사람과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없고, 나와 결이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역시 그 잘난 '인정의 욕구' 탓일까? 혼자서 이렇게 일기로, 메모로, 자기 성찰과 깊은 심연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나를 보듬어 안고, 다듬어 낼 수는 없는걸까? '말많음'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얼마나 보기 흉한지 알면서도, 말로 풀어내고, 말로 싸워 이기려 들고, 말로 위로 받으려는 어리석음의 반복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늘 멘토를 찾았고, 예전 학원의 원장님은 자신이 쓰는 언어에서 벗어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언어를 쓰고 싶다고 했다. 나와 그녀는 책을 읽고, 좋은 모임을 찾아다녔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녀와 내가 얼마나 성장했을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나의 멘토 찾기나 그녀의 업그레이드된 언어는 일맥상통한다. 성장이다. 나는 어쩌면 그 과정에 방점을 찍고,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사람, 올바른 방향을 찾아 줄 사람을 찾았다면, 그녀는 그런 과정의 결말인 언어에 방점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방점이 사람에 있음은, 사람에게서 가장 상처를 많이 입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기대를 많이 하니, 아픔도 크고, 기대만큼 사랑을 주니, 서운함의 크기도 큰 것인데...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 깊은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가? 지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은 대모님과 영훈씨이다. 남편과 엄마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마음이고, 아들은 둘 다에 어느 정도는 가깝다고 하겠다. 그 외의 사람들은 그저 지인인 것인가? 이 말인즉, 내가 그들을 지인으로써만 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외로운 건가? 나만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모든 이들과 결이 같고,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까? 아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살 뿐이리라. 나의 예민함이 모든 만남을 낱낱의 결을 훑고, 차곡차곡 쌓아놓는 것이리라.
또 반복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오늘 또 다짐한다. 이제 사람으로부터의 위안을 더 이상 바라지 말자고. 혼자만의 깊은 심연, 깊은 사색으로부터의 성찰을 하자고. 그리고 내 마음의 깊은 울림을 찾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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