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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젠 즐겁게 일할 수 있다

by 짱2 2023. 9. 21.

올해 2월 중순부터 호평에 있는 영어학원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2월엔 드문드문 일하다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했다. 국어논술 선생님으로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가, 영어선생님으로, 다시 학원의 여러 업무를 봐야 하는 사무직으로, 그러다가 영어선생님과 사무직을 병행하는 것으로 고정되어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왔다. 그 시간 동안 나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원장의 유별난 성격 덕분에 내 마음은 큰 상처를 입었고, 내 몸에도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 이상 들었지만, '셀프퇴장'은 없다는 나만의 공식으로 버티고 또 버텨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그만두라고 말을 하고, 견뎌내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안타깝게 여기기도 했다. 건강이 우선인 내 삶에서, 이토록 마음고생하며 견디는 것이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주 수요일, 화장을 하면서 거울을 통해 본 나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흰자위의 한쪽이 빨갛게 되어있었다. 정말 너무 놀랐다. 56년의 내 삶에서 내 눈이 이토록 빨갛게 된 것을 처음 본 것이다. 결국 이 일을 내려놓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말은 오히려 나보다 원장에게서 먼저 나왔다.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늘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견뎌내자는 50:50의 내 마음에 원장의 그만두라는 말이 오히려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하며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차는 손해를 보더라도 팔면 되는 거고, 동네방네 일한다고 소문낸 것은 나의 건강이 변명거리가 되어줄 것이니 그만하면 되었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쉬운쪽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원장이었는가 보다. 지금 차를 보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언니도 다른 곳에 취직하기도 힘들 테고, 취직이 된다 해도 다시 적응해야 하고, 지금의 학원에서 이미 할 고생은 다 해서 이제야 편해졌는데 아깝지 않으냐며, 자신도 다른 사람 구해봐야 거기서 거기일 테고, 그 사람이 완전히 적응하려면 또 몇 달이 걸릴 테니, 이래저래 내가 함께 해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받아 온 월급은 아깝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월급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내 일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내 역량이 못 미친다고 생각하나, 그건 정말 이기적이고 자신만의 잣대인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생각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서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피력하며 계속 나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하는데, 조금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도 계산이 되고 있었다. 다시 어딘가에 취직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이력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취업이 되면 다시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시간들... 그리고 에너지의 소모... 휴~ 한숨이 나왔다. 그래! 그만두더라도 내가 원하는 직장에 확실히 취직이 될 때까지, 그만두더라도 내가 원하는 학원을 개원할 때까지, 그만두더라도 내가 완전히 이곳에 대한 미련을 버릴 때까지는 버티자!!!

 

그렇게 원장과 나의 서로의 그리고 각자의 이익이 부합하는 지점에서 줄어든 월급으로 이번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했다. 

 

그 전날, 일요일, 내 가슴은 또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아~ 또 다시 반복되면 어떡하지? 하루아침에 달라질 원장이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잔소리를 늘어놓고, 짜증을 부리면 나는 또 발작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텐데, 그렇게 또 한 달이나 참고 이겨내야 하는 건가?(우선 한 달만 해보기로 했으므로) 나의 월요병이 또 도져서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만둔다고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월요일이 되고, 출근하면서 마음을 다졌다. 별일 없을거야. 잘 견딜 거야~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원장도 조금 달라져서 잔소리나 짜증을 내지 않았고, 자기 조절을 하는 것이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내가 정말 편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 원장이 조금 언짢아해도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일하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내 마음대로, 내 주도로 흘러가는 상황이 정말 흡족했다. 퇴근길, 정말 행복했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바로 이거지 싶었다. 이렇게 일해야 일할 맛도 나고, 행복하지 않겠는가!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무조건 삭막하고, 빡빡하고, 고되어야만 하는 걸까?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은가! 원장의 마음이 어떻든지 이젠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날 하루만의 일일수도 있었다. 워낙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인지라 안심할 수 없었다. 화요일이 되었고, 어제 수요일까지, 3일 동안 편안히 일했다. 잔소리와 짜증이 없는 3일, 내 마음대로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3일, 30분 또는 1시간 빠른 퇴근까지, 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증폭시켜 주었다. 월요일에는 다시 이소라체조도 시작했고, 1시간 일찍 퇴근한 화요일에는 남편과 한 시간 넘게 산책하며 이런저런 대화도 했고, 어제는 편안히 저녁식사도 했다. 

 

내 업무 역량이 갑자기 향상 됐을 리는 없다. 원인은 내 마음의 변화였다. 빨라진 퇴근시간이 주는 행복, 원장의 짜증과 잔소리 없음이 주는 편안함. 원장도 마찬가지다. 내 업무 역량이 갑자기 향상 됐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주는 월급이 줄어든 기쁨으로 나를 내버려 두고 있다. 사실 내가 일을 하며 한 두 가지 놓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나의 실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없어질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그다지 큰 것도 아닌데, 원장은 자신이 주는 돈의 값어치를 생각하며 나를 쪼여온 것이다. 그런 것까지 모두 잡아내야 그만큼의 돈 가치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 부분을 놓아버리니 나도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무엇보다도 원장이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모양이다. 참~ 돈이 뭐라고, 그것 때문에 그토록 나를 들볶아대다니... 원장으로서의 자질도 부족하고, 그릇이 작은 사람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잘 되었다. 정말 잘 되었다. 이렇게 편하게 일하자. 그녀가 뭐라고 하든 이제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만두면 그만두는 것이지 아쉬울 것은 돈뿐이다. 그러나 그 돈마저도 아끼고 살면 그만이다. 정말 아쉬울 것 하나도 없다. 그만두면 영어공부 몇 배로 더 열심히 해서 더 빨리 내 꿈을 이루면 된다. 3년을 채워 일하게 되면 돈도 벌면서 내 꿈을 이뤄갈 수 있으니 또 고마운 일이다. 지난 3일처럼 즐겁고 신나게 일하자~ 정말 행복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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