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나이 들면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쭈그렁쭈그렁 주름진 얼굴에 굽은 등으로 기어 다니다시피 엉덩이로 집안을 질질 돌아다니는 모습, 있어도 없는 듯 무시하는 가족들, 냄새나고 어두운 뒷방에 작은 쟁반에 몇 개 안 되는 반찬과 더불어 밥을 넣어주면 다 먹고 슬그머니 문 밖으로 내밀어 놓는 모습. 기역자로 꺾어진 허리로 지팡이 짚고 느릿느릿 걸어 다니거나 햇빛 쪼이며 웅크린 골목길의 초라한 모습... 내겐 예전 노인의 모습은 이러한 이미지다. 그러나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련된 옷차림, 고상한 말투, 여유로운 자태... 지금의 내겐 이런 어른의 모습이 더 많이 그려진다. 물론 이런 노인과 대조되는 추한 늙은이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노인들도 많지만...
나의 노후를 생각하면, 지혜롭고, 세련되고, 여유있고, 온화한 모습이 그려진다. 젊은이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고, 스스로 내 노후를 멋지게 살아내는 어른이고 싶다.
나이 먹으면 뭐할지 걱정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이 들어 돈이 없고, 몸이 아프면 걱정이 될 거 같다. 지금 나의 상황에선 돈이 많지도 않을 거 같고, 그렇다고 굶어 죽을 지경은 아닐 것이다. 몸은 암경험자로서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노후의 가난과 건강을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금의 내가 열심히 돈을 모으고, 지금의 내가 열심히 운동하면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노후를 생각할 때 가장 자신있는것은 무얼까? 그건 전혀 심심하지 않을 자신감이다. ㅎㅎ 도서관, 인터넷, 공원만 있으면 노후걱정은 전혀 없다. 돈 들이지 않고 공부하고, 독서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 나에겐 이것만 있으면 전혀 심심할 틈이 없다. 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 끝도 없이 많다. 내 정열도 만땅이다. 늙음도 내 정열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푸른 하늘, 초록의 산과 들, 알록달록 고운 빛의 꽃, 고마운 지인들... 삶은 참 아름답다. 내 삶속에 꼭꼭 스며든 배움과 지식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것들을 내 안의 지혜로 모으는 현명함. 내 노후는 바로 이런 삶이리라.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행복하다. 늙음이 서럽지 않음이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한 일요일 오후 (1) | 2023.10.08 |
---|---|
꿈을 위해 움츠린 시간 (2) | 2023.10.06 |
평일의 하루는 나를 위해서 (1) | 2023.10.01 |
취미도 공부도 미니멀하게 (2) | 2023.09.23 |
이젠 즐겁게 일할 수 있다 (2) | 2023.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