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끼는 한가하고 편안한 일요일 오후...
지난 8개월여동안 전혀 느끼지 못했던 나의 빼앗긴 일요일 오후. 빼앗겼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싶을 만큼 그동안의 일요일은 불편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한 시간이었다. 심한 경우엔 가슴까지 심하게 벌렁거리고, 커져가는 두려움으로 월요일이 무섭기까지 했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원장샘과 적절한 합의를 본 것은 3주 전이었고, 그 일주일은 편하게 흘러갔으며, 그 주말은 여행을 다녀오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주일이었기에 온전히 느끼지 못한 일요일이었다. 그리곤 추석 연휴가 있었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지난 화요일, 나는 마치 월요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오후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3일밖에 되지 않는 한 주일이 무서웠고, 금요일에 있을 수업 두 개도 무서웠다. 수업준비를 해두었음에도, 한 주를 건너 2주 만에 하는 수업이라 다시 긴장이 되었고, 다른 요일보다 유달리 힘든 금요일에 대한 부담이 화요일 오후의 느낌이었다.
드디어 수요일이 되었고, 겉으로는 평범하게 출근하고, 근무하고, 그렇게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이 되었고, 또 나는 평범하게 출근하고, 2개의 수업을 진행했고, 원장샘이 없는 금요일 저녁시간의 마무리까지 잘 해냈다. 물론 나는 내가 잘 해낼거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편안한 마음이 아니라 긴장되고, 일하기 싫은 마음이 앞서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그동안 학원에서의 일이 정말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7개월이 넘어가는 시점까지도 그동안 원장에게 휘둘렸던 나의 힘듦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난 정말 힘들었다. 눈에 실핏줄이 터지도록 힘들었고, 매일 마음으로 무척 아팠고, 매일 사직서를 쓰고 있었다. 원장은 자신의 권력(?)을 맘껏 휘둘렀고, 나는 아는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견뎌내고 있었다. 지인들은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자신들 같으면 벌써 그만두었을거라고 얘기하며. 그러나 나는 '셀프퇴장'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그녀와 나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이었다. 이겨내고, 견뎌내고 싶었다. 적어도 올해 12월 31일 까지라도. D-day를 정하고 하루하루 지워나가며 나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하던지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이겨낸 나 자신과 마주하고 싶었다. 그러다 근무시간을 줄이고, 월급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그녀와의 합의점을 찾았고, 그녀는 그것이 마치 그녀의 목표였던 사람처럼 무척 여유로워졌다. 나 자신도 일하는 시간, 월급 등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 그저 일할 수 있고, 크게 부적절한 조건도 아니기에 학원에 다시 마음을 두기로 결심했다. 난리부르스를 추던 원장의 잠잠해지니 내 마음도 평온하고, 그렇게 학원일엔 차츰 적정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3주가 흘렀고, 온전한 휴일을 맞이한 오늘 일요일 오후의 나는 정말 편안하게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책 읽고, 이렇게 일기 쓰고, 취미로 하고 있는 펜드로잉도 작품 하나를 완성하고, 남편과 맛있는 식사도 만들어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클래식 음악도 듣고, 영어공부도 하고, 시집도 꺼내 읽었다. 최근 7개월동안 이런 적이 없었으니... 지금의 내가 참 편안하고 좋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일주일에 대한 부담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교포샘이 그만두고, 새로 원어민샘이 오면서 나의 근무시간이 다시 늘었음에도(물론 월급도 조정되었다) 월요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 공부하는 오전을 보낼까, 독서하는 오전을 보낼까...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또한 저녁 먹은 후 남편과 산책하며 장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잘 되었다. 마음이 편해졌으니, 몸도 편해질거고, 이런 마음과 몸으로 즐겁게 일하자. 그리고 내 꿈을 위해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가자. 이것이 이뤄질까 그렇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은 다음으로 미루고, 매일의 루틴을 충실히 해나가자. 꾸준함이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갈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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