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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하루 동안의 생각

by 짱2 2023. 10. 10.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았다. 학원에서 받기도 했거니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전화기도 해서 몹시 불편하게 받았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그녀에게도 전달된 거 같았다. 퇴근길,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 나는 결국 그 마음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자신이 많이 기분 나빴다는 표현을 아주 직접적으로 했다. 참으로 듣기 싫었다. 나는 그만하라고 웃으며 말했고,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30분이 넘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퇴근길 내내 통화를 한 것이다. 

 

 

 

그녀와의 전화 통화 후,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그녀와 그녀의 주변인까지 모두 떠오르며 내 마음이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아들 결혼 소식을 전하려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나는 이미 그녀의 연락과는 상관없이 결혼 축하금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고, 나의 엄마나 동생도 그렇게 할 생각이어서 그저 돈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척들 결혼식에서 한 두번 본적 밖에 없는 우리 사이에 참 뜬금없는 연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촌지간이지만 그동안의 서로의 무소식이 이렇듯 자식의 결혼식을 핑계로 무너지듯 이어지는 것이 참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통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그녀에게 축하금을 보내는지의 여부는 그냥 스스로에게 맡겨 두는 것은 어땠을까? 그러기에는 그녀는 너무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에 물들어있는 탓이겠지 싶기도 하다. 이해하고 싶지 않지만,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마음 한구석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녀가 언니로서 나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더라면, 나에게는 아니더라도 작은엄마인 나의 엄마에게 안부라도 묻는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마음이 들지도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한 가지 더 그녀에게 실망한 것이 있다. 자신이 '언니'라는 것을 내세우며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큰 목소리, 식상한 내용의 나열들이 그것이다. 전화통화 내내 머릿속까지 울리는듯한 그녀의 말투가 참 싫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시 볼 일 없잖아. 각자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때 잠시 보면 그만일 뿐인데... 누군가 돌아가실 때까지 몇 년이고 더 이상 연락 없을 사이잖아. 그냥 잊어버리자!' 그렇다. 마음 쓸 일이 전혀 아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의 덧없는 말, 부질없는 몸짓들이 이토록 싫어서 인연의 끈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데, 수십 년을 남처럼 살아온 사람의 없던 인연의 털 부스러기는 과감히 떨쳐 버리자. 하루 정도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 것으로, 나의 사색의 하나의 화두가 된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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