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울감이 훅~ 치고 들어와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 갑자기였다. 한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그 이후로 시험이 끝난 아이들이 학원에 오지 않은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한 시간 넘게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분주해야 할 시간에 홀로 된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마치 외로움 같은 감정으로 느껴졌을까? 만약 집이었다면 내 마음대로 그 시간을 요긴하게 썼겠지만, 학원에서는 원장이 보기에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이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블로그에 올릴 글을 고민하고, 적당히 만들어서 글을 올린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우울감이 훅~ 치고 들어온 것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면 좋아질까? 아,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곧 이어서 든 생각은 나의 이런 우울감이 주기적으로 있다는 것. 퇴근길, 집에 가도 남편은 술 마시러 나가고 텅빈 집만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날에 느끼는 우울감은 스스로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어제는 남편이 집에 있었다. 그렇다면 원장의 나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최근의 원장의 태도는 나를 절망시킬 만큼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배려해 주는 느낌이었는데... 과연 무엇 때문에 나는 이토록 자주 우울감을 느낄까? 어릴 적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일까?
앞으로 얼마의 기간 동안, 나의 이런 증상을 예민하게 살펴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한다. 원인을 찾아야 해결책이 나오고,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
북부여성발전센터의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효모빵 만들기와 캘리그래피를 다시 시작해 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내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주차의 어려운 점, 주차비, 나의 식사까지 모든 것이 복잡했다. 내년 한 해는 공부에 올인하기로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그 여파로 다음날 피곤해서 또 잠을 잔다면 이틀이 없어지는 꼴이니, 이래저래 부담스러웠다. 흠~ 나한테 뭘 해줘야 나의 이런 우울감이 사라질까? 또는 옅어질까?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나의 일상이 나에게 무력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도 없고, 재미있는 일도 없는 평범한 나날이 지겨운 건 아닐까? 살림과 일, 공부라는 일상의 짐이 스스로 아니라고 하지만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평일 5일 중에 하루는 나한테 선물할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도 좋겠고, 쇼핑도 좋겠고, 영화관람도 좋겠다. 책 한 권 들고 예쁜 카페에 가서 향기로운 차 한 잔에 여유로움을 느껴보는 건 또 어떨까? 대신 주말 중 하루는 집에서 푹~ 쉬면서 맛있는 것 먹고, 오로지 공부만 하면 어떨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나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해 본다.
문득 내가 이 삶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암경험자인 내가 일과 가정, 그리고 계속되는 공부까지 모두 다 하려고 하니, 내 체력이 버티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음식도 잘 챙겨 먹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하루 24시간을 짜내어 생활하려니 벅찬 느낌인 것은 아닌지...
아~ 모르겠다. 뭐가 맞는 건지...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잘 해내고 있는거 같은데, 아침이면 몸이 아픈 느낌도 들고,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도 생기고, 그런데 막상 출근하면 즐겁고, 돈 버는 것도 좋고, 공부도 재미있는데, 운동은 하기 싫고... 뭐지? 이 복잡한 마음은... 나도 나를 모르겠다.
워런버핏이 그랬던가? 중요한 것만 하라고. 그런데 나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어 하니,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벅찬 모양이다. 그러하니 모든 것이 힘들어지고...
2024년은 나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으로 하자. 우선 지인들과의 만남은 내려놓고 그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으려 한다. 오전시간 활용과 저녁시간 활용의 장단점을 잘 구분해서 나한테 맞는 생활습관을 다시 만들어가고, 평일은 공부와 충분한 수면으로 채워가고, 여행 가지 않는 주말 중 하루는 지인들 만나고, 하루는 독서와 공부로 채울 생각이다. 사색하고 공부하면서 나의 지적 욕망을 채우고,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도 채워가자. 체력이 부족해서 느껴지는 힘듦을 너무 탓하지 말고, 행복한 삶을 잘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만족감을 느끼자. 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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