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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설레는 2024년

by 짱2 2024. 1. 1.

2024년 갑진년이 시작되었구나! 아직 멀었구나 했었는데, 성큼 다가와 한 해를 바꾸어 버렸다. 어제의 날과 오늘의 날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마음은 왠지 새로움으로 칠한 듯 더 잘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암경험자가 되기 전에, 그때도 늘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었기에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고, 새해엔 좀 더 잘 살아야지 마음먹었지만, 술로 연말을 보내고, 새해의 시작도 술과 함께 보냈었다. 술을 조절하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몸에 암이 퍼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독한 술을 내 몸속에 흘려보내며 희희낙락 즐거운 나날만 이어질 줄 알았더랬다. 물론 술이 깨어날 때는 늘 우울증을 동반했기에 술이 100% 즐거움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헤어나지 못하는 삶을 참으로 오래도록 지속해 왔었다. 술과 함께 담배도 몰래 피웠기에 남편을 속이기까지 했었으니 가족에게 못할 짓을 참 많이도 했다. 내가 암환우가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죗값을 받는 거라 생각했다. 남들은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원망부터 시작한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다. 원망하려면 나 자신을 원망해야 하는데, 내가 저지른 잘못을 원망해 봐야 무슨 소용일까?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였고, 묵묵히 암치유를 해나갔다. 죽음이 온다면 받아들이고, 살게 된다면 잘 살아야지 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딱 5년 전이다. 하느님은 나에게 다시 한번 잘 살아보라고 기회를 주셨고, 나는 그 5년 세월을 정말 열심히 살아냈다. 원망의 세월이 아니라 더 큰 꿈을 꾸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또 맞이하니 이런 복이 또 어디 있을까?

 

 

23년을 돌아보면 세 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장가를 가고 예쁜 며느리가 생겼다. 아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신의 삶을 멋지게 꾸려가는 걸 보니 내가 자식을 잘 키웠구나 자랑스럽고, 이 세상에 와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는 해놓고 가는구나 싶다. 부모님으로부터 내려온 내 생명이 남편과 나를 통해 다른 생명을 낳았고, 그 생명이 자기 몫을 잘해나가고 있으니 참 뿌듯하다. 이렇게 이어져가는 것이 삶이고 역사인 거구나! 아들은 그의 여인과 또 다른 생명을 이어갈 거고 삶은 그렇게 흘러갈 테다. 참 아름답고 신비로운 거구나! 

 

두 번째는 5년간의 암치유가 끝났다. 매년 나의 치유기간을 세고 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갔다. 남들처럼 유난 떨며 음식조절을 하지도 않았고, 암환자라는 사실을 명심하며 살아본 적도 없다. 그저 예전의 내 모습으로, 그 마음으로 그대로 살았다. 다만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고, 예쁘고 좋은 마음을 가지려 했다. 반이 잘려나간 내 위장과 3분의 1이 잘려나간 내 대장이 술은 더 이상 싫다고 거부하니, 술이 먹고 싶어서 참아야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먹고 싶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참 다행이다. 이것들을 막 노력하면서 견뎌내려면 그것 또한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몸이 스스로 거부해 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세 번째는 직장생활을 잘 견뎌낸 것! 나는 살다 살다 이렇게 못되게 구는 원장(사장)을 본 적이 없다.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원장 밑에서 정말 잘 견뎌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승리다!!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원장의 인품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원장으로서 학원을 잘 운영해 왔고, 앞으로도 잘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높이 사고 싶다. 물론 그 바탕에는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있겠지만, 그 목적이 돈이었든, 다른 그 무엇이었든, 혼자힘으로 그렇게 이뤄온 것은 손뼉 쳐주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그리고 그 기회로 인해 또 다른 멋진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올 한 해 나의 맘고생을 제대로 시켜준 것에 대해서도 밉지만, 또 그로 인해 배운 것도 많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나의 실력부족을 인식하게 된 것, 이 세상에 못된 사람도 있다는 것, 사람이 싫어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참을성 등등...

 

이렇게 23년은 흘러갔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못된 원장 덕분에 새로운 꿈이 생겼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사실 이 학원에 들어갈 때, 노년으로 향해가는 내게 이 직장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고, 이곳에서 내 꿈을 펼치리라 마음먹었더랬다. 학원이 잘되면 나도 잘되고, 학원이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는 거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늘어나면 내 월급도 늘어나고, 내 역량도 커져서 나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내 밑으로 사람들을 두고 일할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학원이 잘되는 것은 그냥 학원이 잘 되고, 원장의 배만 불리는 것이지 나와는 상관없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내 몸 바쳐 일해봐야 내 몸만 축날 뿐,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다행이다. 원장이 그것을 빨리 깨닫도록 만들어주었으니... 그리고 그 덕분에 새로운 나의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으니. 나는 이곳 학원과는 다른 소규모의 공부방을 생각한다. 부모님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이 쉼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내 나이가 60을 바라볼 때쯤 시작할 공부방이기에 큰돈을 욕심내서 하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소일거리 하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고, 내 용돈정도 나오면 만족할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요즘엔 공부방을 어떻게 운영할지까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걸 보니, 꿈이 꼭 이루어질 거 같다. 내년쯤, 후년쯤에는 대학원도 생각하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바빠질까? 건강 챙기고, 충분한 수면도 챙기면서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이 당장의 숙제일 테다.

 

공부계획은 미리 세워두었다. 새로 구입한 영문법 책 두 권 읽고, 영문 인간관계론 리딩하고, ebs교재 2권 공부, 영어암기 2권, 이렇게 총 7권을 끝낼 생각이다. 1년 잡고 하는 공부이니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6개월 정도에 끝내고 영어회화 시작할 거고, 다른 책 리딩도 시작할 거라 예상된다. 아침에 자전거 타면서 영어문장 암기할 생각이고(일타쌍피), 출근 전에 꼭 30분 산책하면서 햇빛 쏘이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이때는 좋은 음악 들으며 사색을 하거나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질 거다. 일찍 끝나는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주말 중 하루는 반신욕도 할 생각이다. 어제 오랜만에 반신욕 하니 참 좋았다. 학원 다니느라 이 좋은 것을 놓치고 살았었다. 반신욕 하는 동안 책도 읽을 수 있었고, 반신욕 후에 샤워하면서 손으로 때를 밀면 아주 개운하다. 일석삼조다. 토요일은 치과와 피부과 다니면서 미모도 챙기도, 공연이나 영화를 관람하고, 지인들도 토요일에만 만나려 한다. 일요일엔 성당에 꼭 다녀오고, 독서하면서 사색하고, 일요일 저녁엔 일주일 마무리하는 시간도 가지려 한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24년은 멋진 한 해가 될 것이다. 브라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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