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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족함을 알고 감사하자

by 짱2 2024. 1. 27.

1월 한 달은 나의 루틴을 바꿔보면서 내게 맞는 방향을 찾는 시간이 되었다. 남편이 살을 좀 더 빼겠다면서 아침식사를 먹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후, 내가 굳이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음을 인식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학원의 특성상 이전의 생활보다 좀 더 늦게 자고, 좀 더 늦게 일어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밤 12시 전후로 잠을 자는데도 아침 8시 기상이 아니라 10시까지 잠을 자도 개운한 느낌이 없이 몸도 아프고,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또한 늦게 일어나니 miracle morning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러하다 보니 늦은 아침에 눈을 뜰 때 마치 이전에 내가 술을 마신 후 늦게 일어날 때의 그 느낌마저 들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아침이 시작되었다. 늦게 일어나니 아침에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고 그저 씻고, 먹고 출근하는 것이 고작이니, 오전 시간을 헛되이 보낸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새벽형 인간으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5년이 되어가는데, 그 세월 동안 새벽시간과 아침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데, 그 귀한 시간을 날려버리는 삶을 살려니 뭔가 잘못되어 가는 느낌이 들 수밖에... 그렇다고 늘어난 저녁시간을 잘 보내는가 생각해 보면, 거실에서 TV를 보는 남편과 단절되다시피 문을 꼭 닫고 공부를 하고 있으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조금 공부를 하고 있으면 졸리기도 했다. 또한 아침에 잠자느라 먹지 못한 음식물을 저녁에 하염없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느낌이 없었다.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월 한달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다시 아침형으로 돌아왔다. 새벽형이 아니라 아침형이다. 저녁 10시면 취침하고, 아침 6시까지 약 8시간의 숙면을 취하고 있다. 6시에 일어나면 남편과 상관없이 나의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나의 간식을 준비하면서 때로는 남편에게 조금 주기도 한다. 8시까지 집안을 정리한 후, 2시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10시부터는 1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영어통문장 암기를 하고 있다. (암기가 되는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다. 암기하는 게 참 싫기는 한데, 치매에도 좋을 거 같아서 한 번 해보는 중이다.) 이 이후의 시간은 씻고, 화장하고, 밥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는 일상이다. 퇴근 후에는 편하게 휴식하면서 잠을 청한다. 

 

8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히 보내고, 나만의 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이제서야 만족스럽다. 물론 다시 변경의 여지가 있다면 또 나한테 맞는 방법으로 계속 바꾸어 가겠지만, 현재로서는 몸도 마음도 만족한 상태다. 가끔은 일을 내려놓고 남편의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함께 식사도 하고, 즐거운 산책도 하면서 가정과 우리의 건강을 챙기는 것에 목표를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나에겐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더불어 돈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앞으로 몇 년만 더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어쩌면 남편도 내가 자신만 바라보는 삶을 사는 것에 힘들어할 수도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렇겠지만 마음의 부담도 클 것이다. 자신의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아내가 어찌 이쁘기만 하겠는가! 

 

1월 한달내내 나의 루틴이 널을 뛰었듯이, 학원에 대한 나의 감정도 널을 뛰었더랬다. 방학이 되면서 아이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늘어났고, 원생들도 늘어났다. 이 말인즉슨 나의 일이 늘어났다는 것. 정신없이 시간은 잘 가는데, 나의 일하는 시간에 대비해서 월급이 적다는 생각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쉬운 건 돈인지라 그만두지도 못하고 내 안에서 열만 나고 있었다. 그래봐야 나만 손해인데도 말이다. 마음만 불편할 뿐인데...

 

그제까지만 해도 이 마음이 지속되고 있었다. 마음이 계속 들끓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일에 휩싸여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어쩌면 이렇게 휘몰아치듯 하는 이 일이 나에게 활력을 주고, 더욱 건강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가끔은 짜증도 나고, 기억해야 할 것,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가 풀려나가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커피 한잔도 하고... 그러다 보면 집에 올 시간이 되니, 시간도 잘 가고, 월급도 나오고... 만약 집에 있었다면 매일 먹는 음식이 맛없어질 거 같고, 매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지겨워져서 뭔가 다른 일 없을까 두리번대며 찾아다닐 거 같다. 결국 또 다른 일을 찾을 거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른 곳에 가기 위해 찾아보고, 면접보고, 다시 적응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랴. 물론 이것도 취직이 되어야지 가능한 것이지만.

 

원장에게서 큰 것을 바라지도 말고, 그저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는 것. 매일매일 터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해치우며 매일을 살아내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3년(앞으로 2년), 어쩌면 4년의 시간도 훌쩍 지나가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꿈꾸는 '나만의 멋진 공부방'을 시작할 수도, 대학원 진학을 했을 수도 있겠다. 나의 영어실력은 부쩍 늘어났을 테고.(올해 후반부터는 회화학원 등록도 생각 중이다)

 

매일의 루틴으로, 학원일도 즐겁게 하면서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보자. 이것이야말로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지점의 삶이지 않을까? 저기 뭔가 있을 거라는 헛된 망상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일이 있다는 건, 복되다는 것이니. 족함을 알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