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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1년 잘 견뎠다

by 짱2 2024. 3. 21.

오늘도 새벽에 일찍 눈이 떠져서 그대로 일어나 아침의 문을 빨리 열었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나는 대로 내가 누리는 하루의 시간이 길어져서 좋고, 오전 내내 잠을 자면 내 몸이 그렇게 잠을 원했었나 보다, 내 몸이 휴식을 원했었나 보다 하면서 좀 더 건강해졌을 내 몸을 생각하니 또 좋다. 

 

 

 

빠르게 시작한 아침, 늘 그렇듯이 10분간 스트레칭을 하고, 다이어리에 하루 계획을 적으면서 문득 지난 1년의 학원생활을 떠올렸다. 지난 1년간, 나는 내가 직장생활 부적격자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어쩜 그토록 흔들리고 부대끼면서 생활했는지,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그만둘 생각을 하고 오르락내리락 감정 조절을 못하며 지냈는지, 그 모든 것이 그저 유약한 나의 탓이려니 생각해 왔다. 꼬박 1년을...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원장은 정말 이상한 성격이고, 오너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1년을 겪어냈으니, 그 파란만장함은 당연함이었고, 그걸 견딘 건 인간승리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이 현명하고 정확하다고 판단한다. 그녀의 그런 무지함과 모든 것이 돈 뿐인 가치관은 장기적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못할 것이다. 그건 그녀의 몫이지만, 직원인 나에게 오는 여파도 적지 않다. 그녀에게 나는 그저 돈을 주고 부리는 사람에 불과하니까. 이런 대접을 받는 직원은 충직할 수 없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충직할 수 없고, 당연히 그녀는 내게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주는 돈만큼 일해주길 바랄 뿐이고, 그 가치를 못한다고 생각할 땐 돈이 아까워 미치는 것이다. 그런 사람과 1년을 겪어냈고, 버텨냈다. 그래서 나는 대단한 사람이고, 인간승리고, 박수를 보낸다. 

 

직장이라는 것이 그저 일로만 묶인것일까? 일을 잘해야 하겠지만, 일이 전부일까? 더군다나 이렇게 작은 일터에서 그저 너와 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런 공간에서 일이 전부일까? 오며 가며 나누는 따뜻한 말, 일상의 언어들조차 없는 생활, 평소엔 남인 듯 소 닭 보듯 하다가, 잘못했을 때만 미친 듯 지적질하는 이 생활을 나는 견뎌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인간승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오늘 아침,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그토록 흔들렸던 내가 유약하고 못나서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미 그만두었을 상황을 잘 극복해낸, 오히려 엄청난 저력을 지닌 나였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참 무던하게 잘 견뎠다. 잘했다. 쓰담쓰담~~

 

얼마 후, 어쩌면 그녀와 식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시간을 별로 갖고 싶지는 않다. 그녀가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내가 먼저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생겨도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서운했던 것도, 내가 바라는 것도 모두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달라지지 않을 사람이고, 오히려 오해만 쌓이게 될 사람이니까. 일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학원의 발전을 바라는 차원에서 가볍게 이야기하고 말 생각이다. 그리고 그저 일상의 이야기만 할 거다. 

 

일찍 일어났더니 이제 조금 졸립다. 약간의 낮잠이 필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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