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된 이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을 살았다. 5년 동안...
고등학생 때, 4당5락, 심지어는 3당4락이라는 말까지 들었고, 나도 무모한 도전을 해 본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천성적으로 잠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도전이 적절할리 없었다. 어느때보다 잠이 많았을 고등학생때 그것이 가능할리는 만무했고, 아침마다 잠과 사투를 벌이며 일어나고, 엄마가 억지로 떠먹여 주는 밥을 무슨 유세 떨듯이 먹어주는 척하며 오만 못난 짓 하고 등교를 했더랬다. 지금의 내가 나를 만났다면 잠을 푹 자고, 책을 많이 읽고, 엄마가 해주는 밥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학창생활을 하라고 말해줄 텐데, 그땐 그걸 모르고 못난 짓을 참 많이 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어쩌면 몇 년 후의 또는 몇십 년 후의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지 않을까? 네가 지금 그토록 힘들어하는 학원일 잘하라고. 일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예쁘게 살라고.)
아무튼 고등학생 때 이후로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 하는 삶이 바른 삶이라 생각하면서 30년을 살아왔다. 결혼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밤에 술을 마셨어도 새벽엔 일어나서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짓눌렀고, 그 새벽공부를 해내기도 하고, 결국 잠에게 승리를 빼앗긴 날은 전투에 진 전사처럼 처참한 모습으로 다음날을 기약하는 그런 삶을 반복했다. 당연히 힘들었고, 그러나 또 그런 삶으로 학사학위 4개를 취득했고, 영어선생님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술과 병행한 강행군이 나를 암환자로 만들었고, 다행인지 무언지 모르겠지만 술을 끊게 되니 또다시 자연스럽게 새벽형 인간이 되어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삶을 살았다. 5년 동안... 물론 잠이 부족했을 테고, 그 부족한 잠은 아침에 한, 두 시간 자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 완벽한 하루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아침이 허무하게 생각되니...
남편이 다시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아침을 챙기지 말라고 했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나의 새벽형 루틴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그것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였다. '내 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자자!! 대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자정을 넘기지는 말자!!'
그래서 바꿨다. 자정부터 잠을 자기 시작해서 내 몸이 원하는 만큼 잠자고 일어나기, 출근하기 전까지 집 정리하고, 과일로 간단히 요기하고 물 많이 마시고, 책 읽고 쉬다가 점심 먹고 출근하기, 늦게 퇴근하는 월, 수, 금요일엔 저녁 먹은 후 10시부터 영어공부하고 11시 반쯤 침대에 누워 하루 정리하고 독서하다 잠들고, 일찍 퇴근하는 화, 목요일엔 퇴근 후 바로 남편과 산책하고, 저녁 먹은 후 영어 공부하고 잠들기.
이렇게 큰 틀을 그리고 나니, 주말에 한번 더 걸으면 일주일에 세 번은 산책하게 되고, 남편과 좋은 시간도 보내게 되고, 영어공부 시간도 충분히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어공부 시간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내가 많이 내려놓으려고 하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출근 전에 스픽 20분 정도 하고, 출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영어문장 듣고, 밤에 좀 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우선 컨디션도 좋고, 출근길에 차안에서 졸리지도 않아서 좋다. 무언가 부담이 확~ 줄은 느낌이다. 아마도 나는 새벽형 인간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런 삶의 방식으로 만족감을 얻으려 하는 만큼 힘들었던 거 같다. 수십 년이 걸려서야 내 잠의 패턴을 알게 되었으니 아쉽지만 어쩌랴! 지금이라도 깨닫고 변화를 줄 수 있음에 감사할 일! 그리고 또 누가 알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내가 새벽형이라고 하게 될지~~
이젠 점점 봄의 기운이 완연해지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되어가니 평일 오전에 햇빛이 좋은 날, 잠시 산책하면서 음악도 듣고, 사색도 할 수 있을 거고, 차가 있으니 도서관에 들러 책도 빌리고, 산책로를 거닐 수도 있겠다. 학원일도 익숙해졌고,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기로 했으니 평일 오전은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주자. 매일의 오전이 선물 같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잠을 선물로 주어도 좋고, 따뜻한 햇살을 충분히 받으며 걷는 산책이 선물일 수도 있고, 우산 들고 빗소리 들으며 걷는 산책이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백화점 쇼핑이, 카페에서의 독서가, 도서관이, 영화 한 편이 선물이 될 수도 있으니, 매일이 얼마나 새롭고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런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를 주는 일을 할 수 있음의 감사함도 잊지 말자.
(학원장에 대한 미움을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원에 대한 나의 마인드를 바꿔보기로 했다. 이 학원은 내 학원이고, 내가 학원장이다. 직원들 월급 다 주고 나면 나에게 지금의 월급만 남는 그다지 장사가 잘되는 학원은 아니다. 그래도 꼬박꼬박 얼마간의 내 월급이 주어지니 다행이라 여기며 학원을 운영하는 중인데, 가끔 이상한 학부모가 나를 괴롭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학원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 이런저런 상황들을 접할 수밖에...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 생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학원일 할만하다. 괜찮은 생각인 듯... ㅎㅎ)
주말엔 남편과 여행하고(당분간은 남편이 주말에 일을 하게 되어 여행은 잠시 멈춤이지만...), 토요일엔 지인들 만나고, 영화, 공연 관람하고, 집안 정리하고, 일요일엔 영어공부 좀 더 하고, 편히 휴식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일요일에 집중해서 음식을 만들었었는데, 이게 나를 좀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월요일마다 정신을 못 차린 걸 보면... 이젠 평일 오전에 필요할 때마다 하나정도씩 만들 생각이다. 일요일엔 시간이 좀 걸리는 음식을 만든다든가, 일주일을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해두자!)
오늘 새벽에 눈이 떠졌다. 이런 날은 또 이런 날대로 편하게 보내려 한다. 이렇게 일기를 쓰거나 독서를 하다가 아침녁에 졸리면 한숨 잘 생각이다. 그저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살고,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 거다. 매일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선물할 거다.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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