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겠노라고. 망설임도 있었고, 주 5일 근무가 아닌 3일 근무라는 선택지도 마련해 두었다. 차 유지비(할부금 포함)를 제외하면 3일 근무에 대한 봉급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월요일... 원장은 나의 남아있던 일말의 애정마저도 모두 빼앗아버렸다. 고맙다. 완전무결하게 그만둘 마음을 갖게 해 주어서... 미안한 마음없이 과감하게 결별을 고할 수 있어서... 고맙다. 고맙다.
본인의 학원이고,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고 인정한다. 학원이 잘되기를 늘 노심초사할 것이라고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러하다면 그 학원에서 자신을 위해서, 학원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도 없을까? 직원을 다루기 위한 방식이라면, 좀 더 현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상처받은 내 영혼은 이제 어떤 미련도 남지 않았다. 이 곳을 떠난 내 모습을 그려본다. 다시 미라클모닝을 시작하고, 남편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남편을 출근시킨 후 청소를 하고, 간식을 준비해서 책상 앞에 앉아 책 읽고, 공부하다가 조금 졸리다고 느껴지는 시간, 햇빛이 좋은 밖으로 나가 산책하면서 음악을 듣고, 사색한다. 건강한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또 독서와 공부를 하다가 졸리다고 느껴질 때 취미활동을 한다. 남편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저녁 준비를 하고, 남편과 맛있게 저녁을 먹은 후 가볍게 저녁 산책을 한다. 남편과 저녁시간에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낸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말엔 여행도 가고, 성당도 나가고, 알뜰하게 아껴 쓰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생각만 해도 평화롭고 여유롭다. 편안하게 지인들 만나고, 내 건강에 몰입하고, 남편과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독서와 사색, 공부하는 삶을 살아간다. 미니멀한 삶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행복하게 눈뜨고, 평온하게 잠드는 나를 상상한다.
안녕, 학원... 1년 넘게 애썼다. 그만하면 됐다. 많이 힘들었고, 많이 배웠다. 내려놓는다. 이제는...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레는 백수 생활 (2) | 2024.04.23 |
---|---|
의자, 자전거, 전자 피아노 (0) | 2024.04.09 |
3월 세 번째 주 정리 (1) | 2024.03.24 |
1년 잘 견뎠다 (1) | 2024.03.21 |
긍정의 기운으로 (1)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