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참 좋아하는데, 익숙한 그 음악과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이 일치되지 않는다. 그만큼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남들에게 뽐내고 싶어서 변명처럼 말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하지만 제목은 잘 모른다고.
클래식 음악을 BGM으로 늘 틀어놓는다. 공부할때, 독서할 때. 다른 사람들이 잘 듣는 지브리 음악이나 카페 음악 같은 것들은 다 거기서 거기 같다. 다 똑같은 음의 반복으로 들린다. 클래식 FM을 좋아하지만 DJ의 설명이 나오면 공부에 방해가 되니 또 그것도 나에겐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보다 좋다. 마음도 편안하고, 귀도 즐겁다. 때론 공부에 방해가 될 때도 있어서 그럴 때는 잠시 꺼두거나 소리를 줄여놓는다.
그러나 늘 아쉬웠다. 그래서 암환자가 된 이후, 일을 하지 않아 시간이 많이 생겼을때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자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런 마음을 먹은 계기는 우연히 '최윤희의 음악연구소 해설이 있는 클래식'이라는 동영상을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고운 얼굴의 지적인 모습으로 차분하게 클래식을 설명해 주는 최윤희 선생님 덕분에 클래식의 세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바로크시대부터 공부했었다. 그러다 항암이 끝나고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예전의 나로 되돌아갔다. 그냥 듣기만 하는 그때로.
기회는 갑자기 다가오는가보다.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바로 얼마 전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이 책은 이렇게 도서관 대출로 읽을 책이 아니다. 하나, 둘, 셋의 세 권을 모두 사버렸다.
더 클래식 하나 - 바흐에서 베토벤까지
더 클래식 둘 -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더 클래식 셋 -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세권의 책 만으로도 설레지 않는가!!!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좋던지... 이 책 세 권을 읽을 생각만 하면 행복이 흘러넘친다.
언젠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여성 분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는 주로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데 곡의 제목을 기억하진 않아요. 그냥 스쳐가는 풍경처럼 듣는 거죠. 그렇게 들어도 괜찮은 거죠?'
아! 이건 내 말이잖아. 망치로 내 머리를 맞은 기분이란....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안 됩니다!' 하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렇게 듣던 음악 중에 가슴을 흔드는 곡이 하나도 없었나요? 만약 그렇게 감동으로 밀려온 곡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곡의 이름을 알고 싶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사랑의 시작이거든요. 질문하신 분과 그 음악 사이에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목이 궁금했던 곡이 하나도 없었다면, 음악을 향해 가슴을 열고 다가가지 않은 거죠. 그냥 인터넷으로 틀어 놓고 있기만 했던 겁니다.'
아! 이젠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제목을 너무나 알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십 년도 넘은 시절에 KBS FM 방송에서 자체 제작해서 판매했던 '해설이 있는 클래식' CD를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 10명의 유명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두 장씩 만들었으니 총 20개의 음반이 있다. 작곡가의 생애와 삶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종의 갈라음악 같은 느낌. 참 좋았다. 음반 안에 있는 깨알 같은 설명도 읽으면서 음악에 빠졌더랬다.
쓰다 보니 그 이전에 이미 한 번의 노력이 더 있었다. 삼십 년 전, 광화문의 프레스센터에서 한 달에 한번, 세 번째 토요일마다 클래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음반을 틀어주거나 실내악을 연주했었다. 그때 경기도에 살았음에도 먼 길을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가서 점심을 먹고, 3시에 시작하는 강의를 듣고, 교보문고에 가서 그 음반을 찾아 구매해 집으로 돌아와 한없이 들었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지적 열망은 어린 시절부터 절절했구나 싶다.
삼십 년 전, 한 달에 한 번, 나에게 선물처럼 주었던 클래식 공부, 해설이 있는 클래식 CD, 최윤희의 유튜브 채널을 거쳐 다시 만나게 된 '더 클래식'까지. 이렇게 나는 클래식에 대한 사랑을 싹 틔우고, 사랑을 키워왔다. 가슴이 흔들리고, 감동이 밀려오고, 더 알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음에도 내 열정만큼 제목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이 아쉬움...
물론 배경음악으로 듣는 음악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허다한 음악 중에 일부일 뿐이지요. 보다 근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슴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 메모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음반을 직접 사거나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찾기도 해야 합니다. 음악 듣기는 그렇게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물론 그것은 머리로 하는 '공부'와는 다릅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연장에 오신 분들에게 '정말 간절하게 듣고 싶냐?'라고 물었던 것이지요.
저자에게 답하고 싶다. '네! 간절하게 듣고 싶습니다!!'
음악을 들으려면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삶의 여유. 그로부터 비롯하는 마음의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노상 쫓기는 나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한 나날이 이어진다면 음악이 들어와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에 비해 '음악의 길이'가 길고 구조도 좀 복잡하지요. 적으면 30분, 길게는 3시간에 달하는 음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최윤희 클래식을 적어가면서 공부하다가 다시 일을 나가게 되면서 듣지 못하게 된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음악을 들을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이제야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유도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었던 것이고, 이런 여유 속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음악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매일 한 시간의 시간을 투자해 저자가 준비해 둔 101곡의 음악을 접해보려고 한다. 2024년이 끝날때쯤, 아마도 50곡 정도의 진도가 나가있지 않을까? 다 읽고, 다 듣고 난 후, 다시 공부하거나 이로부터 발전한 그 무엇을 공부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7월쯤 시작할 피아노 공부도 나의 클래식 공부에 좀 더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한다.
아~ 생각만으로도 황홀해진다. '쉼'과 '휴식', '음악', '독서'....나를 풍요롭게 할 그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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