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광야까지는 아니어도
대학생이 된 아들을 중국으로 보냈다.
한 학기가 지나면 돌아오겠다며 가기 싫어하던 아들은
가능한 세 학기 모두 지난 후 돌아왔다.
2년의 중국 유학, 그리고 거의 2년에 가까운 군 생활...
그렇게 아들과 우리 부부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다.
제대한 후, 취업 하기까지 거의 2년...
아들은 이제 완전히 분가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아들과 우리 부부의 물리적 거리는 완전히 끝맺음을 했다.
너 따로, 우리 따로...
그리고 그 아들에게 다른 여인이 생겼고,
결혼을 했다.
이젠 정신적인 거리까지 멀어졌다.
그는 콩나물이 아닌, 콩나무가 되었다.
혼자서 이 세상에 홀로 섰고,
제 밥벌이 하며,
한 가정을 이끌고,
사랑하는 이와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콩나무 부부다.
부부중심으로 잘 살고 있다.
아들내외에게 우리를 봐 달라고 투정하지 않는다.
그들을 볼 틈이 없다.
우리끼리 바쁜 삶이다.
너희는 너희의 콩나무를 무럭무럭 키워라.
우리는 우리의 콩나무를 잘 가꾸마.
이 다음에 우리 부부 중 한 사람 먼저 가고,
나머지 한 사람마저 기운이 없으면,
미안해말고 요양원에 보내라.
엄마, 아빠는 자신의 콩나무에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한다.
다만... 하루에 한 번만 안부를 전해다오.
오지 않아도 되니...
(이미 말로 다 했지??)
유언은 없다.
죽은 후에 뭐가 필요하겠니.
늙고 기운없을때 내게 아들이 있다는 것만 알려준다면
큰 힘이 될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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