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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나의 엄마

by 짱2 2024. 8. 24.

엄마와 나는 나이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엄마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결혼하던 시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풍습이 있었던 데다가 엄마 본인이 보통의 결혼 적령기보다 조금 빠르게 결혼을 했고, 결혼과 동시에 바로 임신이 되어 나를 낳았기에 지금의 엄마 나이는 이제야 80을 바라보고, 나와는 스물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는 50대, 엄마는 70대. 

 

 

 

나이차이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요즘 나이 드신 분들의 생활 수준이나 지적 능력을 생각해 보면 엄마와 내가 커다란 세대차이가 나고, 전혀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여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와 대화를 하면 답답함이 밀려오고,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나에게 엄마는 참 소중한 존재이고, 첫 번째 순위는 아니지만 남편과 아들 다음으로 당당히 3순위인데(물론 엄마에겐 내가 1순위일 테지만), 이런 마음과는 달리 엄마와의 대화는 늘 한계를 느끼고, 겉돌기만 한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우선 엄마는 배움이 짧으시고, 생각의 깊이에 한계가 있다. 엄마는 참 착한 사람이고 순수한 사람이지만 깊은 지혜로 세상을 살아내는 분은 아니시다. 내 앞에 다가온 현실에 본능적으로 적응하며 살아오신 분이시다. 물론 나의 깊이도 그다지 깊지 않다.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내가 지혜롭고 현명하다면 엄마의 그런 부분을 품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함은 바로 내가 그런 지혜로움을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세 번째 이유는 엄마가 나를 너무 사랑하셔서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옳다고 판단하시기에, 또한 내가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무조건적으로 나에게 순응하시기 때문이다. 당신의 의견을 전혀 내세우시지 않는다. 그저 그래그래, 네가 옳다... 이런 식이다. 

 

좀 전에도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밀려오는 답답함에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는데, 쓰다보니 결국에는 나의 잘못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엄마는 이제 노인이다. 기억력도 쇠퇴했고, 수십 년 전 가난으로 배움도 짧으시고,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을 받으셨고, 심약한 마음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으로 키우셨고, 지금도 보물단지 보듯 하신다. 이런 무한한 사랑을 주심에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대화가 안 된다고 투덜대다니. 엄마에게서 무얼 바라는가! 무한한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듯, 나도 이제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답답해도 그러려니, 나도 나이 들면 그럴 것이니 생각하며 온화한 마음으로 유머로 승화시키면 될 것을. 뭘 그렇게 대단한 현명함을 지닌 사람처럼 엄마를 판단하고 비판하는가! 참 어리석구나! 

 

엄마와 통화를 할 때는 그냥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자. 나의 잣대를 내려놓고, 나밖에 모르는 엄마가 아직까지 내 곁에서 나를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니 감사한 마음만 갖자. 답답한 마음으로 짜증이 일렁이면, 빨리 알아차리고, 내 입을 닫아버리고 엄마의 말만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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