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없는데 누구와 친구가 되겠는가?
이런 사람은 자신만 의지하는 편이 낫다.
절대자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다.
잘난 척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내 주변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그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못났다는 의미이기에 부끄럽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 나설 만큼 부지런하지 않음도 부끄럽고, 막상 그런 사람이 앞에 있으면 질투심으로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마저 거둬들이는 나에게 절망적인 마음이다. 이런 내 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한동안 나에게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르짖었던 적이 있더랬다. 내 안의 그 무엇을 끌어내주고,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보내야하는지 건드려주고, 잘못된 것을 크게 꾸짖어 주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르쳐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았다. 그러나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스승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 스승과 같은 느낌의 지인조차 없었다. 다들 전형적인 세속의 인연들이었고, 나만큼도 책을 읽지 않는 부류의 인간들이었다. 나는 참 외로웠고, 홀로 가야 하는 길이 막막했다. 여기저기서 굳이 멘토는 내 앞에 있는 어떤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고 하였다. 존경하는 어떤 인물을 롤모델로 삼아도 좋고, 좋은 책을 멘토로 삼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2% 부족한 것이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와 함께 공감하고, 느껴주고, 조언을 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그런 쌍방향의 대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절망적이게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 절망감은 엉뚱하게도 술로, 담배로, 남자로 떠돌다가 암환자가 된 이후 결국 책으로 귀결됐다. 2%의 허전함은 98%의 '완전히 없음'을 누르고도 남으니 그냥 안고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나의 지인들을 잠시 언급하자면, 한때 참 좋아했었고 고마워했으나 그리고 지금도 그런 감정이 유지되는 지인도 있으나 그들은 깊이가 없다. 자신을 높이기에 급급해 다른이를 품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지 않아 말이 거칠고, 기품이 없다. 문화적 취향도 높지 않고,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허무하고 슬프기까지 하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아깝고 처참하기도 하다(좋은척하며 앉아 있었기에).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그들을 이렇게 낮게 평가하고, 없수이 여길 만큼 나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내가 그들보다 고급지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만큼 책을 읽지 않고, 음악이나 예술을 접하지 않기에 대화의 결이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 사색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들과는 이런 교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가 그들에게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가? 몇 명이 있다. 이전 학원의 원장님은 정말 다독가이다. 말은 두서없이 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정신없는 행동에 비해 마음은 참 따뜻하고 고귀한 영혼을 지녔다. 다른 사람을 품어 안을줄 아는 깊은 품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녀와 함께 다른 선생님들도 만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일'로 만난 사이라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일 년에 두 번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함께 봐야 할 선생님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니... 이래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로 적다 보니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답도 보이네 ㅎㅎ
다른 모임이 하나 있었는데, 모두 열심히 사는 주부 열두명(나 포함)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났더랬다. 처음에는 좋았으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만큼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마냥 기분 좋은 모임이 되지 못했고,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내 이야기의 전달이 부족했다. 그중에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는데(그 사람은 그 모임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했다), 성공했고, 성공한 만큼 돈의 씀씀이가 커서 그야말로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와는 다른 별에 사는 그녀의 모습에서 공감대보다는 위축감이 들었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느껴져 질투의 마음과 나의 초라함이 산처럼 커져갔다. 누군가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교훈을 얻고, 하나라도 더 배울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부족한 마음 탓에 내가 오를 수 없는 경지의 것을 서글프게 바라보는 나를 느낄 뿐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후퇴하는 느낌이 드니, 그 모임에 나가기가 싫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쓰다 보니, 가을쯤 모임이 있으면 그땐 한 번 나가보리라 생각해 본다. 멋진 그녀들이니까.
한때는 독서토론도 생각했었다. 내가 한참 참여했던 김미경tv나 단희tv, 스터디언, 김익한 교수의 유튜브 등을 보면 모두 함께 하는 모임을 추천했다. 그래서 김미경 tv와 스터디언의 모임엔 적극적으로 활동도 했었다. 그런데 2년여에 걸친 참여 후 내가 내린 결론은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다. 모임을 통해 시너지가 생기고 계속 유지할 힘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그야말로 '혼자서도 잘해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의 시간을 내야 하고, 나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 아까웠다. 나에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의 투자였다. 현재는 나의 장점인 '독학'의 기본기를 잘 살려서 혼자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 자신이 절대자와 같은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스스로 만족하면서 책속에서 진리를 찾고, 책 속에서 답을 알아내고, 책 속에서 나의 길을 발견한다. 오롯이 혼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배워간다. 여행부터 운동, 문화생활까지 모두 오롯이 혼자 하면서 느끼고 깨닫는다.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존재하고, 모든 것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젠 다른 이에게 의지하고, 그들의 공감을 구걸하지 않는다. 내 안의 내가 나를 잘 알고, 스스로의 결정력을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책에서 나왔다. 모든 것은 책 읽는 나에게 나왔다. 모든 것은 글 쓰는 나에게서 나왔다. 모든 것은 절대자에게서 왔고 나는 그것을 감사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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