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도 영월을 지나오다 점심 먹으려는 장소가 '소금빵'으로 유명한 집 근처임을 알고 점심식사 전에 들러서 빵을 예약하고자 마음먹고 들렀다(예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소금빵을 못 사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이었고,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의 차례도 쉽게 돌아와 기본 소금빵 4개에 만 원어치, 그리고 마늘소금빵 1개를 샀다. 기쁜 마음으로 남편과 마늘소금빵 한 개, 기본 소금빵 한 개를 나눠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기본 소금빵이 깔끔하고 좋았다. 먹고 남은 3개는 냉동에 넣어두었다가 에어후라이어에 구워 먹으라고 하기에, 며칠 전 남편과 2개를 구워서 하나씩 나눠 먹었는데, 바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겉바삭 속촉촉'의 끝내주는 맛이었다. 한 개가 남아서 지금 그것을 구워 커피와 함께 먹고 있다. 순삭이다. 짭조름한 맛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고, 바삭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손에 느껴지는 기름기가 역시 내 건강에는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월에 가게 된다면 더 많이 사가지고 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한 개에 2500원이면 여느 빵집보다 비싸지도 않으니까.
맛난 빵과 커피는 이렇게 일기를 쓰기 위한 밑장깔기다. ㅎㅎ 이런 것들이 없어도 일기는 쓰려고 마음먹은 상태지만 왠지 커피는 구색으로 갖추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지난주에 남편이 회사 통행증 문제로 일주일 동안 핑계김에 쉬는 바람에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게 되었고, 열공하려던 나의 계획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월요일부터 만두를 만들고, 화요일과 수요일은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오고, 목요일엔 영화 보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주말. 이번 주엔 다시 열공이 될 거라 생각했으나 일주일의 느슨한 생활이 나를 흐트러놓았고, 몇 가지 일들로 조금 부산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름에 가까운 시간을 일기 쓰는 것에 무심했더니 내 생활도, 내 마음도 어딘가 비어버린, 뭔가 빠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단단하고 꽉 찬 삶의 기쁨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붕떠서 이도저도 아닌, 뭔가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었다. 공부도 되지 않고, 책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어수선했다. 내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디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거지? 아! 내가 글쓰기를 놓치고 있었구나! 내 생각, 내 느낌을 풀어놓지 않았구나! 그저 머리로만 굴리고 있을 뿐 이렇게 글로 적어내지 않고 있구나! 그러면서 또 깨달았다. '나'라는 사람은 읽고, 사색하고, 쓰는 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전에 잠시 '일기 쓰고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러다 생각했다. '오전은 정말 귀한 시간이야. 이 시간엔 공부하고, 이따가 오후에 글을 쓰자.' 그런데 그 오전을 공부도 못했고, 일기도 쓰지 못했다. 졸음과 싸우다 시간만 흘려보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게 뭐지? 영어공부인가? 내가 지금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의 의미가 뭔데? 단지 영어공부가 목적이 아니잖아! 나의 심연으로 깊이 들어가 나를 성찰하고, 나를 느끼고, 나를 알기 위해서잖아!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온전한 삶을 만끽하는 거잖아! 신부님들의 안식년처럼 나에게 그런 시간을 주는 것인데, 영어공부가 뭐 그리 큰일일까? 어쩌면 귀한 오전 시간은 독서와 사색의 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이 남을 때 영어공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책 읽다가 놓치고 싶지 않은 한 줄에서, 유튜버의 멋진 말 한마디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아주 작은 것들까지 글로 써보자 생각했다. 나는 글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고, 되새김하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꽤 시간이 걸리는 글쓰기를 하는 편이다. 아마도 이런 시간걸림이 오전의 글쓰기를 오후로 가져가려 했던 이유였으리라. 그만큼의 시간을 아낄 수 있으리라 오해했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만큼의 시간을 다른 것으로 꽉 채우지 못함은 마찬가지였으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나을 거다. 내 속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펼쳐놓아야 가뿐한 마음으로 다른 행동이 이어질 테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1년반이라는 시간 동안 조급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명상도, 사색도, 운동도, 공부도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졸리면 잘 거고, 배고프면 먹을 거고, 피곤하면 쉴 거였다. 정말 원초적으로 나의 생리적 현상에 굴복한 삶을 살아보려 했다. 다만 나쁜 것에 중독되지 않고 기본적인 루틴을 이어가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나의 기질이 나를 또 쫓듯 몰아갔던 것이다. 얼른 공부해. 더 많이 공부해. 빨리빨리 해....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왜 빨리? 왜 많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 워~ 워~ 그냥 천천히 흐름대로 가자고. 지난주에 남편의 휴가로 공부는 못했지만 남편과 좋은 시간 보냈잖아. 영화도 많이 봤고, 집에서 맛난 음식 만들어 행복하게 먹었잖아. 그럼 된 거지.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었나?
이번주도 또 흘러간다. 공연 욕심으로 많은 공연을 예매하고는 그 비용과 시간냄을 걱정한다. 그러지 말자! 나는 남들보다 반액으로 공연을 볼 수 있고, 저렴한 공연들도 많이 선택했잖아. 시간은 백수가 뭔 걱정이야. 그냥 즐기자! 오늘도 나는 고민하고 선택하고 만족하고 또 불안하고 다독인다. 그게 내 삶인가보다.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엄마 (0) | 2024.08.24 |
---|---|
혼자 (0) | 2024.08.16 |
나의 퍼펙트 데이즈 (0) | 2024.07.30 |
손절은 아니고 서서히 멀어지기 (0) | 2024.07.28 |
혼란스러움은 복리로... (0)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