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다는 표현이 맞을법한 날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독서를 하는데 한없이 잠이 몰려왔다. 생각했다. 그래! 내 몸이 원하는 거니 실컷 자보자! 무조건 잤다. 한 번 실컷 잤다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는데 몸이 후들거렸다. 나의 그 증상, 당 떨어진 그 증상... 없는 힘을 모두 모두어 포도 한 송이를 재빠르게 씻어서 앉은 채로 다 먹어치웠다. 기운이 조금 난 틈을 타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책을 읽다가 또다시 졸음이 찾아오기에 또 잤다. 저녁 무렵, 남편이 퇴근 중이라는 전화를 해서 또 깼다. 아마 그 전화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더 잤을지 모르겠다. 남편과 저녁을 먹은 후 이 닦고 세안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런데 또 자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 책을 덮고 잠을 청했다. 다시 잠들었고, 평소와 다르게(평소에는 새벽이 눈이 떠진다) 아침 6시가 다 되어서 눈이 떠졌다.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늘, 중간중간 잠이 오고 나는 그럴 때마다 잠시 눈을 감아주었다. 의자에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가벼운 잠을 잤다.
왜 그럴까? 내 체력이 바닥이 난건가? 내 몸무게, 내가 먹는 양에 비해 나의 활동량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내 체력의 한계에 비해 내 욕심이 넘친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이런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채우라고 내 몸이 요구하고 있는 건지도. 지금까지 나의 이런 욕심이 나를 살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조금 천천히 가라고 내 몸이 자꾸 속삭이는 건가? 참 다행스러운 건 마침 지금의 나는 일을 내려놓았고, 집에서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몸이 원하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고맙고 행복하다. 얼마나 좋은가!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맘대로 낼 수 있다는 것이...
어제부터 다시 여름이 시작된듯하다. 이렇게 더운 날, 에어컨을 틀어 집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는 여유로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쓰고 싶은 것들을 쓸수 있는 시간. 모든 것이 복되고 감사할 따름이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누가 나에게 공부하라고 시켰던가? 그저 내 마음이 그것을 하고 싶을 뿐. 그냥 집에서 편히 쉬고, 요리하고, 친구들 만나러 다녀도 될 텐데, 나는 굳이 공부라는 것을 선택했다. 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이 좋고, 이것들이 쌓여 나에게 실력으로 남을 거라는 희망과 설렘이 좋다. 이 공부가 나를 어디론가 멋진 곳으로 데려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해서 좋지만, 또 굳이 멋진 곳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해도 그 공부의 과정이라는 여행 자체로 이미 행복하다. 누가 시켰다면 못했고, 안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할 뿐이다.
만약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너질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냥 일상의 것들 예를 들면 밥 먹고 운동하는 것과 같은 것들로 내 생활을 채운다면 그 빈틈을 허무로 덮어버릴 거 같다. 그 허무함이 날 무너뜨릴 거 같다.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하다가 못하면 내일 할지라도 오늘의 나는 욕심껏 공부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것이 행복하다.
하나 더! 요즘 뮤지컬 배우 최재림에게 빠져있다. 두어 달 전부터 갑자기 알고리즘을 타고 보게 된 최재림 배우. 맞다. 내가 그를 2,3년 전에 킹키부츠에서 봤었는데. 참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면서 유튜브 검색을 하다 보니 난 이미 그에게 재며들었다(최재림팬은 이렇게 말한다 ㅎㅎ). 어떤 날은 하루에 한 시간을 넘게 그의 활동을 유튜브를 통해 보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를 내려놓을까 했었다. 그런데 그가 너무 매력적이고, 노래가 정말 좋고, 연기가 좋고, 모든 것이 미칠 듯이 좋아서 그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낼모레 육십을 바라보는 이 아줌마가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자제하려고 하지만 내 손은 유튜브를 클릭하고 있을 뿐... 그의 공연 '하데스타운'은 벌써 보러 갔다 왔고, '시카고'도 며칠 후에 보러 갈 예정이다. 그야말로 시간과 돈을 다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가 나오는 공연은 무조건 한 번씩은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에 관한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그가 참 열심히 살았다는 거다.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도 출연했었고, 최근엔 광고까지 찍었다.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홍보대사로 매해 열일하고, 뮤지컬 홍보를 위해 라디오 방송, 각종 매체, 개인 유튜브 채널까지 모두 발 벗고 뛰어다닌 그의 흔적을 좇으며 성실한 그의 모습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그럼 나는? 그저 유명한 배우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팬 중의 하나?? 그럴 순 없다. 그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뮤지컬의 세상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는 중이고, 언젠가 더 큰 무엇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장가를 가고,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더 멋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서기 위해 계속 노력하며 살거라 믿는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멀리서 그를 응원하며 그의 공연을 보며(팬으로서 최소한 공연은 봐야지) 내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며 나 또한 성장해야지.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하며 바라보느라 정작 내 삶을 놓치면 안 되지. 오히려 그의 성장을 보는 것이 나에게 자극이 되고, 힐링이 되어야지. 멋진 할머니가 되어 나중에 그의 앞에 나타나야지. 오랜 세월 당신을 응원했노라고. 내 아들과 같은 그에게 다가가 당당하게 말해야지. 정말 좋아했었고, 진심으로 응원했고, 늘 건강을 염려했고, 덕분에 힐링하며 나도 성장했노라고.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엔터테이너였다고.
오늘부터 최재림의 영상은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모든 것은 습관이다. 두어 달 미친 듯이 그를 파헤쳤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