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암경험자'이고, 나의 아빠와 엄마는 적당히 연로하신 나이신지라, 특히 요즘 아빠가 허리를 다치신 이후 식사량도 적어지고, 대변이며 소변이 편하지 않으시다 하셔 마음이 불편하던 참에, 며칠 전에는 혈당지수가 급격히 올라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다녀오셨다. 나는 늘 그야말로 '골골'하시는 엄마가 먼저 이 세상과 안녕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올해 84세인 아빠가 먼저 그러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있다. 나와 나의 부모님이 이러한 상황이니 나에게 죽음은 가까운 곳에 있는, 받아들여야 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 무엇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때문이다. 우리 세 사람이 누가 먼저일지 모를 일이면서도 그것이 금방 닥칠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저 서서히 준비하려고 했는데 아빠의 갑작스러운 병원행이 나의 마음을 조바심 나게 했다. 나의 '죽음' 공부를 빨리 서둘러야 하는 건가? 이토록 모르는 게 많은데, 갑자기 아프시고, 큰 일이라도 생기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지...
우연히 알고리즘을 타고 나의 눈에 띈 '집에서 평화롭게'님의 유튜브를 하나씩 꼼꼼하게 들어보기로 했다. 집안일을 하며 흘려듣듯이 들으면, 듣는 그 당시에는 다 아는 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 어렴풋할 뿐, 진정 내 것이라고 할 수 없음을 많이 느꼈던 터라, 오늘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두 개씩 들어보며 나의 공부방향도 잡아보려고 한다.
올해 71세인 그는 젊은 시절부터 운동을 하며 몸 관리를 해 왔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건강하지만 60대 중반부터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잠자다가 평화롭게 가는 방법을 없을까 생각해봤다고 한다. 그러다 곡기를 끊고 평화롭게 가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처럼 병원이 많지 않고, 의료환경이 발전하지 않았던 예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몸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게 되시고, 아랫목에 누워 지내시다, 식사를 잘 못하시고, 그렇게 자는 듯이 돌아가셨다. 이런 모습을 고향에서 본 적이 있던 그는 국내외 사례와 의과학 자료를 찾아보고 그것이 '고결한 단식 자연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높은 정신적 자산과 가치관을 지니고 오랫동안 자기 관리를 잘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란다.
'집에서 평화롭게' 유튜버는 이 채널을 개설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암환자가 된 이후에 언젠가 올 거라는 막연한 죽음이 아닌 어쩌면 가까이 다가올 수도 있을 거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죽음이 될 것인지 생각을 하다가 예전 우리네 어르신들이 가듯이 그렇게 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다만 스스로 곡기를 끊는 것은 생각지 못했고, 내가 무의식이 되었을 때 나에게 '콧줄'마저도 삽입하지 말아 줄 것을 가족들에게 당부했었다. 그런데 '콧줄'은 생명연장의 거부권에 속하지 않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삽입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고, 나에게 '암'이라는 병증이 있으니 통증은 또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갔다. 아마도 이 부분은 계속 알아가야 할 부분이라 이 채널에 관심이 생겼다. 이 채널의 주인장 또한 앞으로 10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그 내용을 이 채널에 계속 공유하겠다고 하니, 내가 이 채널을 구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채널뿐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영상도 많이 찾아볼 생각이고, 책도 찾아볼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맞는 정보를 찾고 도움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 요즘이다. 배우고 싶은 것도 집에서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요리도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나의 경우엔 건강한 식단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았고, 암에 대한 관리법도 같은 암환자들의 영상을 통해 많이 배웠다. 이젠 '죽음공부'도 영상으로 도움 받을 수 있으니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죽음공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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