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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오늘 아침, 아바도의 말이...

by 짱2 2024. 10. 5.

누군가에게 잘난 척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좋다. 음악이, 그림이, 책이, 자연이, 영어가... 세상이 좋아져서 비싼 음악회를 찾아가지 않아도, 또 전 세계에서 열리는 모든 음악회를 비행기 타고 찾아다닐 수 없음에도 정말 그야말로 방구석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모두 접할 수 있다. 자세한 설명까지 해주는 유튜버도 있고, 찾아보기만 하면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까지 전부 알 수 있다. 오페라까지, 직접 보는 감동은 쫓아가지 못하겠지만 맘만 먹으면 방구석에서 정주행 할 수도 있다. 음악뿐이겠는가! 세계의 미술관, 미술 전시까지 볼 수 있고, 미술사에 대한 해설까지 편하게 차 마시면서 감상할 수 있다. 중간에 멈춤도 가능하니, 잘 못 알아들었으면 다시 재생하면 되고,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도 되돌려 보면 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영어공부도 전용 앱이 있고,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한 해석이나 원어민의 발음까지 찾아볼 수도 있다. 내가 얼마나 부지런히 찾아보고 공부하느냐의 문제이지, 시간이 없네, 돈이 없네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변명에 불과하다. 

 

 

 

 

 

6월부터 읽기 시작한 '문학수'님의 '더 클래식' 세 권. 1권, 2권을 지나 벌써 세번째 책을 읽고 있다. 고전부터 낭만시대를 지나 말러까지 이르렀다. 이젠 그 유명한 베토벤, 모차르트가 아니라 쇼스타코비치, 라벨,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잘 접하지 않은 작곡가의 음악까지 이어질 거다. 멋지다. 이런 음악까지 접할 거라고 생각하니....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추천하는 음반을 찾아보고, 그 음악을 듣고, 그와 관련된 것들을 또 찾아보는 재미가 무척 크다. 인터넷 덕분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지휘자는 클라우디오 아바도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아바도의 지휘 인생에 말러는 늘 함께 했다. 데뷔부터 암투병 하던 시기까지, 인생의 중요한 지점마다 말러를 연주했다.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아바도가 했던 명언을 읽으며 오늘 아침 큰 감동을 받았다.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정말 멋지다. 무척이나 talkative한 내게 뿅망치 한 방을 날린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말을 들었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지막의 '음악을 듣는 것'이란 말을 덧붙이니 정말 듣는 것의 소중함, 필요성, 의미 등이 쫙~ 온몸으로 스며든다. 지휘자로서 연주자들에게 해야 할 말이 많았을 텐데,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진정한 리더이지 않은가! 다른 이들의 마음을 들어주고, 느끼고, 더불어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다. 입을 열은 것이 아니라 입은 닫고, 귀를 열었다. 아름다운 음악을 귀를 통해 가슴으로 느꼈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귀를 통해 자신의 진심으로 들었다. 지금의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그것. 나는 요즘 다시 나의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었다. 왜일까?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헤매고 있을 뿐인데, 그걸 숨기고 싶어 더 나를 드러내고 있었던 듯하다. 부끄럽다. 내가 아무리 이런 사람이라고 외친다 한들 그들이 알아줄까? 그들이 느끼는 대로 느끼는 것일진대.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풀어낸 느낌이다. 

 

아바도는 지난 공연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이런 것이 인생의 비밀이 아닐까요. 늘 더 나은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영감과 열정을 발견하는 것 말입니다.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고 언제나 새롭게 발견할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부족한 것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영감과 열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란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전의 것은 그것대로 끝맺음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다시 내 안에서 솟아나는 열정으로 도전하는 것. 나는 이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그 과정이 성장이다. 

 

더 클래식의 저자는 추천 음반으로 올리지 않은 다른 아바도의 실황을 언급했다.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1시간 20분의 긴 연주 후, 그가 내 뱉는 안도의 한숨, 해냈다는 감동과 함께 한 연주자들에 대한 감사함이 담긴 울듯한 표정, 멈춘 듯한 10여 초의 여운이 내게도 감동으로 밀려와 눈물이 났다. 내가 인터넷으로 연주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던가? 오늘 아침 정말 여러 면에서 감동이 밀려왔다. 감사한 하루가 될 거 같다. 

 

어제차 일기에 이젠 낮잠을 자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그대신 캘리그래피나 일러스트를 그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요리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아침엔 하나 더 추가한다. 졸리면 공연을 본다. 음악회, 오페라, 영화 등등... 

 

내 삶이 어땠으면 좋을까... 생각해 봤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쾌적한 나의 집, 이 공간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남편과 알콩달콩 살면서, 가끔씩 외식하고, 가끔씩 여행 가고, 맛있는 거 만들어서 먹고... 책 읽고, 공부하고, 편히 쉬고... 보고 싶은 공연, 영화 보러 다니고, 지인 만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만들어간다. 음악은 늘 함께였으나 BGM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젠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의 음악으로 접하고자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의 세계로도 들어가는 중이다. 공부는 조금 내려놓더라도, 고전 읽기와 음악, 미술, 공연, 영화와 같은 예술에 흠뻑 빠진 내 삶을 그려본다. 어렵지 않다. 인터넷이 있으니. 지금처럼 공연장 찾아가고, 도서관에서 책 대여하면서... 

 

음악으로 귀를 연 만큼, 사람들에게도 내 '입'이 아닌 '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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