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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내 동생

by 짱2 2019. 8. 7.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제, 자매, 남매는 결혼하면 어떤 관계가 되는 걸까?

어릴 때는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자라면서 끈끈한 애정이 더해져, 내 피붙이임을 알게 되고, 평생 함께 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각자 결혼해서 자기만의 가정을 꾸리게 되면 친한 친구만도 못한 듯이 느껴지곤 한다.

물론 결혼했어도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덤덤해진 사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올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맞다. 상냥하고 붙임성 있는 스타일이 전혀 아닌 그리고 시금치라면 내색 않고, 조용히 꺼리는 타입이라 모든 것이 올케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그 누구의 탓이 아닌 바로 나의 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과 나는 네 살 터울이고, 내가 결혼을 일찍 했기에, 나의 이른 결혼에 동생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아주 잠시였다고, 후에 얘기했었다.

동생은 나와 매형을 잘 따랐고,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 왔었다.

조카에게 줄 선물도 종종 사 오고.

 

그런데 나에겐 동생보다는 남편과 내 아이가 더 소중했고,

동생을 살뜰히 챙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동생이 좀 섭섭했을 거 같고,

동생도 결혼을 하고서 자신의 가정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챙겨주는 것에 소홀했다.

 

그리고 동생이 내게 가장 실망했을 거 같은 일이 생각난다.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기는 하지만,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빚도 있다.

그런데 동생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거절한 일이 있었다.

빌려줄 수는 있는데, 카드대출로 해줄 수 있으며, 곧 갚아야 한다고.

사실이 그랬다.

장기적으로 빌려줄 돈은 나에게 없었다. 그런 돈이 있으면 빚을 갚았으리라.

그때 동생이 많이 서운해했음을 느낌적으로 느꼈다.

그때부터 우리의 관계는 소원해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동생은 술만 마시면 친척들 앞에서 내 흉을 보곤 했다.

그런 동생이 참 싫었다. 누나를 치켜세워 주지는 못할망정 안 좋은 소리만 하다니...

그런데 동생아~~ 나도 돈이 없었는데... 어쩌란 말이냐?? ㅠ

 

동생이 내 생일이나 매형 생일을 잊은 듯 살고 있으니, 나도 동생이나 올케 생일을 챙기는 것이 어색했다.

일방적으로 나만 생일을 챙기는 것도 우습고, 그걸 받기만 하는 동생네도 미안할 거 같아서...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젠 서로의 챙김은 없고, 다만 명절이나 졸업 같은 큰일이 있을 때만 챙기게 된다.

그나마도 동생은 살기가 빡빡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내게 베푸는 사랑의 금액을 훨씬 못 미친다.

내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지인들은 너무도 안타까워하며 나름대로 내게 얼마씩 건네주었지만, 동생네는 음료와 과일이 전부였다.

남편 보기에 민망했다.

 

가끔은 동생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인지라... 살겠다고 고생하는 거 보면 마음이 쓰리고 안타깝다.

가끔씩 동생에게 적지만 약간의 용돈을 준 적도 있고, 내가 암에 걸리니, 동생도 많이 누그러진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무뚝뚝하고, 시금치 안 먹는 올케 탓인지,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형제자매는 가정을 이루면 반은 남인가?

남편 쪽 형제자매는 재산 문제로 남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하는 걸 보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아무에게나 해당되는 진리는 아닌듯싶다.

 

비 오는 오늘...

문득 동생에게 서운한 맘이 들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고생하는 동생이 안쓰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 안지 못한 내가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에게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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