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어릴 적, 연탄으로 집을 데우고, 밥을 해 먹던, 그리고 석유난로를 이용해 찌개를 끓이던 그 시절에...
아침에 눈을 뜰 때쯤 들려오는 엄마의 도마질 소리, 밥 냄새.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지며 치근덕거리고, 신경질 부리던 나.
중, 고생이 되면서 신경질적인 나의 성격은 하늘을 향해 치솟았고, 모든 분노는 엄마를 향했다.
착한 엄마, 나 밖에 모르는 엄마인 줄 알기에, 말대꾸하고, 소리 지르며 정말 못되게 굴었다.
속이 상한 엄마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겆이를 하다가 그 손 그대로 내 등짝을 때렸고, 난 더욱 소리 지르며 엄마에게 한바탕 퍼부었다.
옆집 아주머니가 딸을 그렇게 키워서야 되겠느냐고 했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못된 딸이라고 흉을 오지게 봤을 것이다.
3,4층 건물의 보일러 시공을 맡아하는 아빠를 위해 엄마는 늘 맛있는 반찬을 만드셨다.
워낙 음식 솜씨도 좋아 우리 집 밥과 반찬은 부잣집 그것 못지않았다.
먹는 것만 풍요로웠을 뿐, 우리 집은 가난했다.
참고서를 사거나, 학교에 이런저런 돈을 내야 할 때면 기분 좋게 한 번에 받아서 내 본 적이 없다.
아빠는 흔히 말하는 오야지, 캡짱이었는데, 우리 집은 왜 그렇게 빈궁했는지 나는 모른다.
성질이 못된 아빠는 엄마랑 늘 다투고, 화가 난 아빠가 늘 무서웠다.
당신의 아이는 무척이나 사랑하셨지만, 엄마와는 마음이 맞지 않아 늘 싸우고, 언어폭력과 더불어 신체적 폭력도 가끔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렇게 나의 십 대는 가난과 무서운 아빠와 가여운 엄마로 가득하다.
나의 성격 형성은 이런 가정의 모습 그대로였다.
신경질적이고, 못된 성격은 아빠를 빼다 박았고, 착하고 온순한 엄마의 기질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십 대를 보내고, 20대 초반...
여전히 늘 싸우는 부모님을 보는 것이 정말 지겨웠다.
집을 나가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용기도 없었다.
만약 그때 내가 집을 나갔더라면 나의 인생은 막장을 향해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그때, 스물두 살의 나에게 한 남자가 프러포즈를 했다.
물론 내 주변에 남자들은 꽤 있었고, 결혼 이야기도 종종 나오기는 했으나,
이 남자가 프러포즈를 할 때 나는 정말로 집을 나오고 싶었었다.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결혼을 결심했다.
사랑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냥 도피였다. 우리 집으로부터, 아빠로부터의 도피.
(이 사람과의 30년 삶의 과정은 나중에 할 기회가 있으리라.)
그렇게 스물셋의 가을에 나는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엄마는 여전히 신경질적이고, 못된 아빠와 계속 다툼을 하신다.
끊임없는 잔소리와 언어폭력을 힘겹게 견디시며...
이혼을 하려고 하셨다가도, 아빠가 불쌍하다며 그냥 그렇게 사신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진 듯...
난 엄마가 가엽다.
그 가여운 엄마는 아직도 딸바보다.
암에 걸린 딸을 위해 8개월째 매일 안부전화를 두 번씩 하고, 냉장고에 반찬이 떨어질세라, 반찬을 만들어 배낭에 메고 오신다. 일흔네 살의 엄마를 위해 내가 반찬을 해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편하게 받아먹으니... ㅉㅉ
또한 내가 건강해지도록 매일 부처님께 기도하신다.(나와는 종교가 다르다 ㅎ)
그런 엄마임에도 전화통화를 하다가 엄마에게 종종 짜증을 내는 나를 어쩌나...
엄마는 교육을 많이 받으신 것도 아니고, 이해력이 큰 사람도 아니고, 똑똑한 편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한정되고, 나의 의견에 대한 적절한 표현도 부족하다.
전화통화도, 만나서 하는 얘기도 매일 같은 대화의 반복이다.
가끔은 답답해서 죽을 거 같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엄마에게 짜증을 내야 할 이유가 되는가?
일흔네 살의 노인에게 내가 취할 적절한 행동일까?
아빠에게서 유전된 신경질과 못된 성격은 30년 결혼생활 동안 많이 누그러졌다.
착한 남편과 30년의 내 삶 속에서의 깨달음은 나를 어느 정도 변하게 했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남아있는 그 못된 것이 착한 엄마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불쑥 나오곤 한다.
즉각적인 나의 짜증 후 더 괴로워지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착한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해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난다.
매달 엄마에게 용돈을 드리고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으면 해드리고 싶은 게 무척 많다.
그런 이유로 직장으로의 복귀는 필수다.
암환자인 나의 먹을 양식(약과 유기농 식품 등등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을 위해, 엄마를 위해 하루속히 건강해져서, 돈을 벌기 위해 학원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나에게 엄마는 사랑 그 자체이고, 가엽고 불쌍한 존재이며,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이다.
끝을 모르는 나에 대한 그 사랑에 나는 뭘로 보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자식을 먼저 앞세우는 가슴 아픈 엄마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건강을 우선 챙겨야 할 것이고,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도록 자꾸 노력해야 하리라.
사랑하는 엄마,
나보다는 덜 사시고, 사시는 동안 건강하게 지내시다 편히 눈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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