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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

by 짱2 2024. 11. 2.

어릴 때는 전혀 몰랐던 마음이 있었다. 사춘기에도 몰랐고, 성인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도 몰랐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끔 느꼈다. 외로웠다. 바쁜 삶 안에서 참 외로웠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그 외로움을 술로 풀어냈다. 그리곤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암환자가 되었다. 삼십 년 가까운 시간을 사람과 술로 채웠다. 그런데 사람은 내게 더 많은 외로움을 주었고, 술은 나에게 치명적 절망을 남겼다. 죽음과 가까워진 사람이 되었다. 죽음의 다리를 완전히 건너가는 비극은 피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죽음의 다리 앞에서 발버둥 치며 멀어지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변신'했다. 다행이었다. '변신' 했으니...  

 

 

 

 

'변신' 정확히 맞다. 나는 변신했다. 죽음만이 떨어뜨릴 수 있었던 알콜에서 벗어났다. 알코올에서 허우적대던 내가 이젠 정말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실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더운 여름에 맥주 한 모금이면 끝이다. 먹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마시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이상한 외로움. 난 이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쁘게 사는데 외로웠다. 열심히 사는데 외로웠다. 갑자기 외로웠고, 문득 외로웠다. 술도 끊었는데, 예쁘게 살고 있는데 외로웠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더이상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내 주변의 그 누구와도 대화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사는지 알고 싶어서, 지인들에게 왜 사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사는 거라며 별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핀잔까지 했다. 내 생각을 말하면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한다. 지인과 둘이 만나면 좀 낫다. 세명 이상이 만나면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똑같은 이야기, 쓸데없는 이야기... 시간이 아까웠다. 그 시간에 차라리 집에서 잠을 자면 내 건강에 더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안 보자니 미안해서 가끔 억지로 만났다. 만남도 습관이 되어 주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것이 참 싫었다. 만나봐야 뻔한 이야기일 텐데 싶어서 약속을 괜히 했나 생각하곤 했다. 

 

얼마 전엔 혼자 눈물을 흘렸다. 외로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음을 슬퍼했다. 나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눈물이 흘렀다. 멘토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이 물거품으로 끝나는 거 같았다. 슬픔에 젖어 5분여 동안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삶이 고통(苦痛)이라는데,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기도 하는데,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를 찾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참 예민한 사람이어서 그런거 같으니 이제 그만하자. 그리곤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외로움을 느낀다는 영상을 보고 내 얘기 같아서 들어보았다. 참 많은 공감이 되는 영상이었다. 인공지능이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것이 뭐 중요하겠는가. 내가 공감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리고 그 영상의 모든 부분이 꼭 나와 들어맞는 것도 아니었으나 내가 늘 느끼던 그 감정의 원인을 건드려 주었다. 아! 이건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나의 글로 한 번 풀어봐야겠다 싶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여기서 지능은 아이큐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도전에 적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능력과 관련이 있는것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복잡한 아이디어를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배우고 다른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묘한 부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깊은 사고능력은 그들이 사회적 관계에서 단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이 보통사람들보다 외로움을 더 느끼는 요인 일곱가지가 있다고 한다.

1. 사회적 관심사와 연결성의 차이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깊이있는 대화를 선호하며 지적 자극을 추구한다.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더 심오한 주제를 탐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런 수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적 교감을 나누지 못해 사회적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2. 사회적 환경에서의 상대적 소외감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주제나 활동이 시시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단순한 농담이나 일상적인 대화 같은 것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거나 의미 없는 상호작용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 내성적 성향

혼자만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하고, 독서나 개인활동과 같은 지적인 활동을 선호. 이것이 사회적 단절로 이어짐.

4. 감정적 요구와의 불일치

감정적으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는 타인과 깊은 감정적 교류를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과 같은 수준의 감정적 이해나 공감을 원하지만 그런 깊이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이런 불일치는 감정적 외로움으로 이어지며 감정적 연결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이로 인해 관계에서 깊이가 없다고 느낄 때 외로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5. 높은 자존감과 기대치

자신의 능력과 성취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나 그들의 기대가 타인에게서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감이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기대하는 수준의 대화나 공감을 엊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6. 독립성

사회적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사회적 독립을 가져온다. 

7. 수면 패턴

밤에 더 활동적인 경향이 있어서 낮의 사회활동에서 더욱 소외되는 원인이 된다.

 

 

 

6번과 7번은 나와 상관없는 내용이어서 짧게 적었다. 3번은 외로움의 요인이 될수는 있겠으나 역으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하거니와 성장의 필요조건이기에 따로 떼어두고, 나머지 1,2, 4,5번은 모두 결이 같은 내용이다. 결국 감정적, 지적 교류를 함께  할 사람의 부재로 오는 외로움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이것을 쓰면서 느꼈는데 아마도 이 내용은 AI가 불러온 정보일 가능성이 높은 거 같다. 하지만 상관없다. AI도 정보를 끌어모아 내놓은 것일 테니.) 

 

위의 유튜브 내용에서는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지적 능력이 낮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지적 능력이 높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적인 삶을 추구하고, 가벼운 것보다는 진중한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만나서 내 남편이 이러니, 내 아이가 저러니, 이웃집 아줌마가 어쩌구, 누군가가 저쩌구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만남이 싫었다. 나는 나의 꿈을 이야기하고, 나의 성장을 자랑하고, 만나는 이의 꿈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펐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어서 슬펐다.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 같아서 속상했다. 그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내가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에 절망했다.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내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노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나와 꿈을 나눌 사람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맞는 거 같다. 

 

알 수 없는 그 외로움의 원인을 알게 되어서 기뻤고 내가 지인들과 왜 힘들었는지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자꾸 그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이 섭섭했고, 그들과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음에 답답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알았다. 그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제 그들에게서 그런 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더 많은 독서를 하고, 더 자주 나의 심연으로, 고독으로 빠져 나를 알아가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는 어느 시기가 되면 나와 교류할 수 있는 그 어떤 커뮤니티를 만나거나 직접 찾아갈 거다. 올해 10월 14일 스스로 만든 대학교의 영문학과 학생이 되면서 내가 환갑이 되는 4년 후에 해외어학연수를 갈 생각인데, 아마 그때쯤 적당한 커뮤니티를 찾을 거라 믿는다. 그곳에서 나와 영혼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도반을 만날지도. 또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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