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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또 왜 살까?

by 짱2 2024. 10. 26.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었다.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보느라 놓쳤었는데, 오늘 남편이 모임 때문에 외출한다기에 이때다 싶어 그 자리에 앉아 꼼짝 않고 봤다. 얼마 전에 본 '대도시의 사랑법'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젊음을 좀 더 강하게 묘사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잔잔하게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젊음으로 마무리하며 '그래도 잘 살아낼 거야'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삶이 무얼까, 나는 이 지겨운 삶을 왜 살고 있는 거지? 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내가 왜 살고 있는거지?' 

 

영화가 끝나고, 나는 5분가량 혼잣말을 하며 울었다. 

 

철이 들기 시작한 사춘기 무렵부터, 아니 삶이 뭘까라는 의문이 생긴 사춘기 시절부터 줄곧 나에게 던져진 질문, 왜 살까? 암환자가 된 이후, 언제 죽을지 모를 운명이 되었고(물론 건강한 사람도 그렇기는 하지만), 고통받지 않고 잘 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왜 사는지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매일 아침, 감사일기에 복된 하루를 주신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왜 사는지 모르겠다. 자기 계발서를 찾아 읽고, 자기 계발 유튜버의 희망찬 메시지에 가슴 한가득 열정을 불어넣고도 왜 사는지 모르겠다. 10월 14일부터 자칭 영문학과 학생이 되어 앞으로 4년간 영어공부 열심히 한 후, 단 한 달일지라도 해외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고 부푼 꿈을 품었음에도 왜 사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울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내고 있는 걸까? 따뜻한 이 공간에 감사하고, 착한 남편과 아들, 며느리의 소중함을 알고,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살아가는 이 삶에 감사하면서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왜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막상 죽음이 코 앞으로 닥치면 살려달라고 애원할지도 모르겠는데,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또 하루를, 매일을 살아낸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인지, 죽기 위해 사는 것인지, 죽지 못해 사는 것인지, 살이 있어서 사는 것인지, 루틴으로 이루어진 내 삶의 반복을 그저 또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 공부는 해서 뭐 할 것인지, 열심히 살아서 뭐 할 것인지...

 

영화 속 주인공은 집이 지겹고, 회사가 지겨워 새로운 세계로 떠났다. 그곳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잠시 한국에 왔던 그녀는 다시 떠난다. 영화속 다른 이는 떠난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은 듯 보인다. 남에게 보이는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도착한 그곳에서 최선을 다한다. 또 어떤 이는 취직한 직장에서 여느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피곤한 삶을 살아낸다. 또 다른 비주류 같은 이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이 주류라고 생각하며 즐긴다. 행복전도사는 자살을 하고, 취준생도 자살한다. 인간군상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했었던가? 삶은 고통이라고. 고통이 삶이면 죽으면 끝인데, 우리는 그 고통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걸까?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물어봤다. 정말 왜 사냐고? 모르겠는데, 나는 자주 행복하고 또 감사하다. 그리고 건강하고 예쁘게 사는 나의 아들, 며느리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그래, 너희들은 그렇게 예쁘게 살아.' 하며 속으로 덕담을 건넨다. 내 아들과 며느리는 그냥 예쁘게만 사는 걸까? 그들의 고통은? 

 

내 삶은 여전히 그 답을 찾는 여정인 걸까? 내 주변의 지인들은 아무도 이것에 답을 해주지 못한다. 이런 생각도 하지 않으며 산다. 내가 물어보면 쓸데없는 걱정 하면서 산다고 한다. 그냥 사는 거지 인생 뭐 있느냐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빨리 답을 찾아서 그들에게 알려주는 편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 아니면 그들에게 그런 질문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잘못된 건지도...

 

오늘의 나는 질문하고, 내일의 나는 아마도 또다시 희망을 품고 멋진 하루를 살아내겠지. 물음표가 있기에 그 답을 찾기 위해 명상하고, 철학책을 뒤적이고, 고전을 읽고, 글을 쓰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려고 겅중겅중 뛰고 있는 거겠지. 그런 거에 무슨 답이 있느냐고 나를 질책하는 그들을 조용히 비웃으며 언젠가 꼭 알아낸 후 나만 알고 있으리라 복수(?)의 칼을 가는 거겠지. 

 

청춘영화에 환갑을 바라보는 소녀 같은 마음의 아줌마가 외출한 남편의 빈자리가 허전해서인지, 영화의 여운인지, 삶의 무상함 때문인지 눈물 몇 줄기 흘리고 말았다. 외로움을 넘어 고독이 아니라 고독을 넘어 외로움이 몰려와 술과 담배를 잠시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그게 무슨 위안이 된다고. 몸에게 몹쓸 짓 하는 거지. 이젠 먹지도 못하는 것을 떠올린 것은 뭘까? 잠시 불필요한 생각에 머리를 젓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또 루틴이다. 그래. 우선은 그냥 살아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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