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쯤일까? 김미경쌤의 말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왜 1월 1일에만 계획을 세우고 '요이땅' 하면서 시작하느냐고. 내가 마음먹은 날이 새해이고 새로운 시작일 수 있노라고. 참으로 공감되었고 그 이후로 내 안에 각인되어 내가 뭔가를 결심할 때마다 '지금부터'라는 나의 원래의 신조와 더불어 나의 계획을 바로 단호하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어왔다.
얼마 전, 10월 14일, 문득 영어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영어회화 실력도 늘리고, 영어 리딩 공부도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방송대 편입을 할까, 영어 학원에 등록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젠 이런류의 공부가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유튜브가 워낙 발전해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집에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 물론 새로 시작할 때는 오프라인의 모임이나 동아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력이 되고, 그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유리할 때도 있다. 나의 영어공부는 평소에 집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될 터이니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하자 싶었다. 그렇다면 이 공부의 시작을 일반 대학의 시작인 3월 1일로 할 것이냐, 아니면 1월 1일 새해로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내가 마음먹은 오늘이 시작이라는 생각에 그날부로 나는 영문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영문학과 대학생이 된 지 벌써 40일 넘었고, 그만큼의 시간 동안 영어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마음먹은 날이 바로 새해처럼 시작하는 날이고, 미루지 않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의 힘이다. 40일의 공부시간이 있었음이 그 증거다.
요즘 유튜브마다 새해 다이어리를 판매한다. 내가 구독하는 '김교수의 세가지', '스터디언' 등등에서도 열심히 광고하고 있다. 유튜브를 처음 보던 해에 나도 '청울림'을 보다가 만만치 않은 가격의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그 다이어리 앞쪽엔 좋은 글귀가 있었는데, 그 글 중의 몇 개는 나의 다짐으로 아직도 써먹는 중이다. 또한 그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좀 더 꼼꼼한 기록을 하게 되었으니 나에게 나쁘지 않은 시발점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런 곳에서 다이어리를 구입하지 않는다. 대신 그 다이어리 이후로 구입하게 된 '플랜커스'의 3구짜리 개별 다이어리를 내 필요에 따라 구입해서 쓰고 있다. 물론 그때 가죽으로 된 표지를 조금 비싸게 구입했는데 전혀 후회는 없다. 평생 쓸 거니까.
새벽에 눈 뜨고, 모든 새벽 루틴을 마치면 책상앞에 앉아 잠시 기도를 하고, 다이어리를 펼친다. 어제의 나를 돌아보고, 오늘 하루를 계획한다. 이 시간은 무척 설레는 시간이다.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설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다 살아내지 못해도 그 반만 실천해도 멋진 하루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하지 못한 것은 내일 하면 되니까. 빨리 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실하게 천천히 고운 모습으로 가고 싶다. 지금의 나는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체력이 버텨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흘러가는 모든 시간이 아름답기에 온 세포를 돋우어 눈에 담고, 마음에 담는 것이 더 소중하다.
나의 일기쓰기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었고, 다이어리 쓰기는 고등학교부터 시작되었다. 그때의 기록이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지만 꽤 이른 시기에 좋은 습관을 들였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다. 내 삶의 9할은 독서라고 했는데, 이젠 그냥 독서라고 하기보다는 '글', '활자' 등의 단어로 바꾸는 것이 맞겠다. 이런 삶을 스스로도 만족하며 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좋은 것은 더하고, 불필요한 것은 빼기로 다듬어 왔다. 그러다 오늘 김익한 교수의 유튜브에서 참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내가 이 일기를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12월엔 도서관에 가서 새해의 내 인생 친구, 인생 멘토와 같은 책을 찾아서 1년동안 두고서 보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 참 좋은 말이라 이제 이 또한 내 마음에 담아둘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책을 준비해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이렇게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 참 놀랍다. 물론 새해를 겨냥해 책을 준비하고 한 해 동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멘토와 같은 책을 준비해 두고 꾸준히,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글로 한 번 쓰면서 마음에 새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참 잘해오고 있었구나 싶어서 우쭐해진 마음마저 든다.
지금 그런 의도로 읽고 있는 책은 배철현 교수의 '심연', '정적', '수련', '승화' 네 권과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라는 책이다. 그리고 고전음악 공부를 위해 매일 꺼내놓고 음악과 함께 공부하면서 읽고, 듣는 책 '더 클래식'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김정운 작가의 '창조적 시선'이 있다. 이 책들은 내 책상에 늘 놓여있고, 거의 매일 읽는다.
나에게 멘토가 없음을 늘 아쉬워했는데, 어느날부터 그 마음을 바꿨다. 책으로, 유튜브의 훌륭한 이야기로 앞으로의 내 방향을 잡고 힘을 내기로 했다. 어쩌면 꼭 누군가가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지금은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새해가 다가오고 나는 그 새해가 특별하지 않다.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설레고, 매일이 즐겁고, 매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새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오늘처럼 살면 된다. 그러다 더 좋은 방향의 조언을 들으면 기존의 내 루틴에 더하고, 매일의 루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오늘을 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면 된다.
물론 가끔 아련한 슬픔같은 것이 밀려온다. 이런 감정이 밀려올 때가 언제일까 생각해 보니 그중에 한 가지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다. 오늘이 그러했다. 5년을 지나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젠 서울대 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 위암과 대장암 검사를 하라고 해서 오늘 위암내시경을 하고 왔다. 마취에서 깨어나고 의사와 면담을 하는데, 의사가 나의 위를 보여주며 너무 놀라워했다. 나는 내가 위의 반절제를 한 줄 알았는데, 의사는 전절제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의사가 보여주는 내 위는 아주 작다고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위와 비교해서 보는 것이 아니니 작은 것인지, 큰 것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의 모양이 아닌 그저 귀퉁이에 아주 작게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의사는 덧붙였다. 저혈당 증세가 자주 있을 텐데... 물론이다. 난 이 저혈당 증세로 늘 힘들다. 이걸 6년 동안 견뎌왔다. 그리고 그 작은 위로 음식을 먹으며 살아온 거다. 이런 내가 갑자기 가엾게 여겨져 눈물이 나면서 우울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그런데도 참 잘 견뎌왔구나. 위만 작은 것이 아니라 대장은 또 얼마나 힘들었니. 너 참 대단하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난 내 자신이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위의 글처럼 난 늘 어제보다 나은 나를 꿈꾸며 예전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먹는 것만 달라졌다. 조금 먹고, 하루종일 먹으면서. 하루종일 피곤하고 졸린데 참으면서. 이런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살아내면서... 참 대견하다. 그리고 고맙다.
남은 올해도, 다가오는 새해도 난 또 열심히 살거다. 그게 나다. 가끔 밀려오는 외로움도 나의 루틴에 밀려나고, 나의 열정과 의지에 무너진다. 그래서 또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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